성탄제 ()

현대문학
문헌
1948년, 박태원이 1930년대에 발표한 소설 9편을 모아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단편소설집.
문헌/도서
간행 시기
1948
저자
박태원
출판사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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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성탄제』는 박태원이 1930년대에 발표한 소설 9편을 모아, 1948년에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단편소설집이다. 「성탄제」, 「딱한 사람들」, 「길은 어둡고」, 「방란장 주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을 담았다. ‘딱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궁핍한 현실의 막막함을 그리거나 그러한 상황을 대하는 지식인의 자의식과 고독을 드러내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런 특징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모든 작품들이 중심인물의 심리를 묘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여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소설의 한 국면을 전개한다는 사실이다.

정의
1948년, 박태원이 1930년대에 발표한 소설 9편을 모아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단편소설집.
구성 및 형식

『성탄제』는 박태원이 1938년에 출간한 소설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소설 네 편과 이태준의 「발(跋)」을 덜어내어, 「성탄제」, 「옆집 색씨」, 「오월의 훈풍」, 「딱한 사람들」, 「전말」, 「길은 어둡고」, 「진통」, 「방란장 주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9편을 수록했다. 군데군데 문장을 약간 손본 채로 새롭게 출간하면서, 작가 자신의 「후기(後記)-안 하여도 좋은 말들」을 덧붙였다.

내용

편의상 주인공 및 중심인물의 유형에 따라 작품의 내용과 형식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여급이 주인공인 소설로 「성탄제」와 「길은 어둡고」가 있다. 「성탄제」는 자매가 차례대로 몸을 팔아 가계를 책임지는 가난한 삶의 실상을 자매 각각을 초점화자로 교체하며 독백 형식으로 환기한다. 영이와 순이 두 인물의 심정에 초점을 맞추어 심리소설의 면모를 짙게 띠면서, 가정 내 윤리가 실종될 만큼의 궁핍상을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길은 어둡고」는 술집에서 일하는 향이[하나꼬]가 마음과 몸을 준 남자의 마음이 변한 듯해 그의 곁을 떠나려 했다가 되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처음과 마지막 절이 똑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어 작품 내 실제와 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시종일관 여주인공의 심리를 추적하는 특징을 보인다.

무위의 학생이 주인공 서술자로 등장하는 작품은 「옆집 색씨」와 「진통」, 「딱한 사람들」이다. 「옆집 색씨」는 일본 유학을 다녀왔으되 무위의 나날을 보내는 28세 청년이 느끼는 무기력, 고독의 심적 상황을 옆집 색시와 연애할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어도 체념하는 에피소드로 강화해 보여 준다. 주인공의 심리 독백과 서술자의 판단이 자유롭게 전환되는 방식으로 인물의 심리를 조형해 낸 작품이다. 「진통」은 동경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댄서 마미꼬와 인연이 생길까 싶어 어느덧 잔심부름을 해 주던 주인공이 그녀가 급히 불러 달라는 인물이 산파임을 알고 복잡한 심리의 변주를 겪으며 그녀에게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총 다섯 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는, 원고지 20매 분량의 소품이다. 「딱한 사람들」은 이틀을 꼬박 굶은 채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우는 고등실업자 두 청년의 막막한 삶을 담담히 보여 준다. 인물의 심리와 서술자의 언어를 섞음으로써 자유 간접 화법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며 심리의 전개를 섬세하게 추적하고 있다.

나머지는 지식인 주인공의 자의식이 지배적인 소설들이다. 「오월의 훈풍」은 어릴 적 뜻하지 않게 이마에 상처를 입혔던 여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알게 되어 훈훈해 하는 이야기로 유학생 철수의 심정의 흐름을 골격으로 한다. 「전말」은 사소한 다툼에 따른 아내의 출분 건으로 전개되는, 아내의 안위 및 상황, 행동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과 심리의 변주를 보여 준다. 생각 많은 인물 내면의 복잡다단함이 전면화되어 있다. 「방란장 주인」의 경우 원고지 37매 분량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문단 하나의 문장으로 써서 기교를 위한 기교를 보인 경우로, 찻집을 차린 미술가가 헌신적으로 일하는 미사에를 두고 자신의 경제적 무능과 고독을 느끼는 이야기를 보인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일상적인 행복을 그리워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일상적인 상태로부터는 거리를 둔 행태를 보이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인생의 목표도 진정한 생활이랄 것도 직업도 없이 다만 소설을 쓰고자 하는 26세 미혼 청년의 초상을 산책자, 고현학, 미학적 자의식 등 모더니즘의 수법을 구사하면서 그리고 있다.

특징

『성탄제』는 첫 번째 특징으로, 작가 스스로 「후기」를 통해 수록작 모두가 ‘딱한 사람들’의 기록이라 밝혔듯이 궁핍한 시대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제재로 한 것이 내용상으로 확인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특징은 그러한 내용을 다루는 방식이다.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의 막막한 삶을 주로 다루되 사회경제적인 상황을 분석하여 현실을 재현하는 대신에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두드러진다.

의의 및 평가

『성탄제』는 제재 면에서 궁핍한 삶을 다루되 카프 등의 리얼리즘 소설과 거리를 둔 채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한 국면을 전개하고 있다. 모든 수록작에서 심리소설의 면모를 전면화하고 있으며, 「길은 어둡고」에서는 서사와 현실의 층위를 뒤섞는 방식으로, 「진통」과 「방란장 주인」에서는 문체의 실험으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는 미학적 자의식을 보이는 방식으로 모더니즘 소설적인 형식 실험을 감행하였다. 이러한 특징이 일찍이 1938년의 소설집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이태준이 쓴 「발」에서 지적된 바 있다.

박태원은 1948년에 나온 이 소설집의 「후기」에서 “순수파라, 혹은 기교파라, 또는 형식주의자라 규정”한 데 대해 당시에는 심한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때로는 자랑을 갖기까지 하였으나 이는 “실로 해괴하기 짝없는 이야기”라며 거리를 두었다. 해방 후 좌파 문학 운동에 참여하는 시점의 거리 두기로서 이들 작품을 “방탕무뢰한 내 자식”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소설사 및 문학사의 맥락에서 보면 『성탄제』에 실린 작품들은 1930년대 한국 문단에 모더니즘 소설을 수립하고 그 특징을 풍부하게 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참고문헌

단행본

박상준, 『형성기 한국 근대소설 텍스트의 시학–우연의 문제를 중심으로』 (소명출판, 2015)

논문

공종구, 「박태원의 지식인 소설에 나타난 식민지 근대」 (『현대소설연구』 16, 한국현대소설학회, 2002)
송민호, 「도시공간에 대한 미디어적 인식과 소설의 서사–박태원의 소설과 공간으로서의 서울」 (『구보학보』 11, 구보학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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