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朴泰遠)이 지은 장편소설. 1936년 8월부터 10월, 1937년 1월부터 9월까지 ≪조광 朝光≫에 연재되었다. 그 뒤 1938년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2월초부터 다음해 정월 말까지 1년간 청계천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서민의 생활 모습을 50개의 절로 나누어 서술한 소설이다.
7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서울의 특정 지역에서 영위되는 다양한 삶의 생태와 음영을 드러내지만 특정 주인공이 없다는 점에 유의하게 된다. 이는 이 소설이 특정 화자에 의하여 서술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서술 양식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교 작가나 모더니즘 작가로 평가되기도 하는 박태원은 이 소설을 통하여 단순하고 미묘한 것까지도 아주 풍부하고 흥미 있게 이야기해줌으로써 작가의 역량을 재차 확인해준다.
행랑살이 어멈, 신전 주인, 이발사, 포목전 주인, 한약국과 양약국 주인, 부의회 의원, 사법서사, 금은방 주인, 카페 여급, 기생, 미장이, 첩, 여관 주인, 당구장 보이, 아이스케이크 장수, 전매청 직원, 공녀…… 등이 등장한다.
1930년대 서울에 거주하던 각종 직종의 인물들이 총괄적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실재의 거리와 지형·동명·건물들과 같은 도시의 물리적 사실들이 그대로 제시되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인습과 근대적인 문물이 혼합되어 그려져 있다. 소설의 구심점을 깨기 쉬운 이 소설은 다안적(多眼的) 시점을 선택하여 삽화적 이야기를 다중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여인들의 집합소인 빨래터와 남성들의 사교장인 이발소를 양극으로 집중 확산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 양식과 생태를 재현시키는 데 성공한다. <천변풍경>을 ‘경아리문학’의 성공적인 수립으로 평가하는 까닭은 서울의 도시적 삶을 성공적으로 묘사한 데 있다기보다는 풍부한 중산층의 경아리 언어를 사용한 작가의 문체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세태소설이라는 평가나 도시소설이라는 논의도 세태나 도시의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하였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세밀한 세태의 추사를 통하여 당대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작가정신에 근거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