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는 충청남도 부여군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백제의 향로이다.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이다. 동체를 연꽃봉오리로, 뚜껑은 산 모양으로 만들어 나무, 시냇물 등 많은 물상을 등장시켰다. 정상에는 봉황을, 아래에는 용을 배치하였다. 또 많은 상상의 동물과 악사 5인을 비롯한 17인의 신선이 있다. 신선이 산다는 중국 전설 속의 박산을 표현한 전형적인 박산향로이다. 이 향로는 산, 인물, 동물 등이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박산을 표현한 6세기 전반에 제작된 다른 유물과 비교해서 더욱 세련되고 발전된 모습이다.
1996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이 향로는 1993년 12월 12일 부여 능산리의 백제시대 고분군(古墳群)과 사비성(泗泌城)의 나성(羅城) 터 중간에 위치한 백제유적 발굴 현장에서 백제시대의 다양한 유물들과 함께 출토되었다.
동체(胴體)를 연꽃봉오리로, 뚜껑은 산모양으로 만들어 많은 물상(物象)을 등장시켰고 정상에 봉황을, 아래에는 용을 배치하였다. 이로 보아 이 향로는 불로장생하는 신선(神仙)이 용과 봉황과 같은 상상의 동물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해중(海中)의 박산(博山) 즉 신선세계(神仙世界)이자 별천지(別天地) · 이상향(理想鄕)을 닮게 만들었다는 전형적인 박산향로(博山香爐)임을 알 수 있다.
이 향로의 뚜껑에 박산은 5단(段)으로 되어 있다. 그 각단은 5봉우리로 구성되어 결과 큰 산은 25개이다. 이 큰 산의 각단은 엇갈리게 배치되었고 또 큰 산과 연결되는 49봉우리도 있어 결과 산은 매우 중첩된 양상이 되었다. 이 산에는 최정상의 봉황을 비롯한 37마리의 상상의 동물과 악사(樂士) 5인을 비롯한 17인의 신선이 있다. 또 나무 6그루, 향연구멍[香煙穴] 12개, 산중턱을 가르며 난 산길, 산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입체적으로 돌출되어 낙하하고 있는 폭포 그리고 낚시터가 된 호수(湖水)도 있다.
이 향로 노신(爐身)을 감싸 장식한 연꽃도 뚜껑인 산의 5단과 일치시키려고 5단 연판(蓮瓣)으로 나타냈다. 이 연판에 2인의 신선과 25마리의 상상의 동물을 나타냈다. 이 동물들은 이곳이 물 속과 물가 부위임에서인지 주로 물가에 사는 동물 또는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水中) 동물로 구성되어 있다.
유려한 동작을 보여주는 이 향로의 용은 대좌의 역할을 한다. 가느다란 머리 위로 넓고 무거운 향로의 동체(胴體)를 짊어지고 있다. 용의 몸통, 꼬리, 수염, 머리카락 등은 연꽃이나 연꽃과 관련된 당초문으로 나타냈다. 몸통은 착지면으로 갈수록 그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몸통 맨 바깥쪽에는 이 향로가 해중신산이고 용은 해중(海中) 동물임을 알리려는 듯 바다의 파도(波濤)도 나타냈다.
이 향로 정상에 있는 새는 맨 아래에 위치한 용(龍)과 대비되어 나타내진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신수인 봉황이다. 봉황은 박산(博山)에서 양(陽)을 대표하는 신수로서 그리고 음(陰)을 대표로 하는 맨 아래에 배치된 용과 대칭되어 맨 정상에 안치되었다.
봉황은 막 비상하려는 듯 날개와 꼬리를 거의 50도 가량으로 펼치고 있다. 봉황의 부리 밑에는 용을 비롯한 신수(神獸)의 입 언저리에 배치되던 여의주가 있다. 봉황은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을 춘다고 하며 노래는 묘음(妙音) 또는 오음(五音)이라고 하는 것에서 보듯 예로부터 음악과 관련된 동물이다. 이 향로에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가 동반된 것, 다섯 원앙(鴛鴦)이 봉황을 응시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연화화생이란 연꽃에 의하여 만물(萬物)이 신비롭게 탄생되는 생명관을 말한다. 이 향로는 신산(神山)인 박산을 표현한 것이지만 향로에 표현된 용 · 봉황 · 연꽃 · 산 그리고 수많은 물상(物像) 모두가 이 연화화생과 직 · 간접적으로 관련된다. 연화화생의 중심을 이루는 연꽃은 이 향로의 경우 동체(胴體)인 연꽃봉오리이다. 그런데 연꽃은 물 속에 뿌리를 박고 물 위로 꽃을 피우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향로에서의 연꽃은 용을 통하여 물 속과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이 향로의 연꽃은 용의 입과 연결되고 있다. 이 연화는 단순히 용의 입과 연결된 것이 아니라 바로 동아시아의 신수(神獸)인 용의 입에서 피어나는 기(氣)이다. 결국 용과 연꽃이 상호 동격인 것이다. 용의 입에서 화생된 이 향로의 연꽃은 노신(爐身)에서 보듯 만개한 연꽃이다. 그런데 이 만개한 연꽃은 뚜껑 부위에서는 산(山)으로 화생(化生)하고 있다. 이 산은 신선세계의 중심인 산(山), 박산(博山)이다. 결국 박산이 연꽃에 의하여 화생된 것이다.
신선사상에는 음양오행설도 포함되고 있다. 이 향로에서 음양관은 맨 정상에 봉황을 배치하여 양을 상징하고, 맨 아래에 용을 배치하여 수중세계이자 음을 상징한 것으로 표현하였다. 오행관은 뚜껑의 산이 5방위로 또 5단으로 솟았으며 또 각 단은 5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5곳의 박산문(博山文)을 남긴 것, 원앙 5마리, 악사(樂士) 5인, 5개의 구멍을 2겹으로 뚫은 향연구멍(香煙穴) 등으로 반영되었다.
신선세계 또는 신선세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도교(道敎)에서는 의례히 향을 피우며 음악이나 춤이 동반함을 본다. 이 향로의 악사도 같은 차원에서, 즉 신선세계의 음악의 연주자로서 등장한 것이라고 본다. 또 악사는 예로부터 음악을 동반하며 나타내던 봉황 즉 이 향로 정상의 새와 관련된다. 즉 봉황이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을 추자 이에 동반하여 악사가 선계(仙界)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악기를 정면에서 왼쪽으로 살펴보면 커다란 둥근 몸체에 기둥이 꽂혀 있는 현악기는 우리나라의 ‘월금(月琴)’이나 중국의 ‘완함(阮咸)’과 흡사하다. 세로로 불고 있는 관악기는 ‘종적(縱笛)’이다. 가늘고 길이가 다른 관(管)을 여러개 묶은 관악기는 ‘배소(排簫)’이다. 배가 불룩하고 양쪽이 좁아지는 몸통 위에 두 손을 얹고 있는 현악기는 ‘금(琴)’으로 보인다. 한 손으로 윗판을 들고 있는 타악기는 ‘동발(銅鉢)’로 보여진다.
동체를 연꽃봉오리형으로 뚜껑을 산모양(山形)으로 만든, 그리고 유달리 봉황과 용을 돋보이게 배치한 이 박산향로를 일명 용봉봉래산향로(龍鳳蓬萊山香爐)라고도 부르고 있다. 여기서 종래 흔히 불리던 박산이라는 명칭보다 봉래산(蓬萊山)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은 향로의 박산이 일찍부터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 쪽에 있다는 상상의 신산(神山)인 삼신산(三神山)을 가리키고, 또 그 삼신산 가운데서도 봉래산을 가장 많이 언급함에서이다. 결과 우리 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이상향으로 알려진 봉래산이란 이름을 이 향로에 부여한 것이다.
이 향로는 같은 박산을 표현한 6세기 전반(前半)에 제작된 백제 무령왕릉 출토 동탁은잔이나 7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보는 부여 외리 출토 백제문양전과 비교하여 볼 때 더욱 다양하면서도 세련되고 발전된 모습이다. 따라서 이들보다 이 향로는 약간 시대가 내려가는 7세기 전반(前半)에 제작된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