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11월『조광(朝光)』 창간호에 발표되었고, 1948년수선사(首善社)가 간행한 단편집 『사랑손님과 어머니』에 수록되었다. 성인의 연정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서정성 짙은 가작이라고 평가되어온 이 작품은 가장 널리 알려진 주요섭의 대표작이다.
홀로 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옥희네 집에 이 동리 학교 교사로 오게 된 아버지의 생전의 친구였다는 아저씨가 하숙을 하게 된다. 아버지가 쓰던 사랑에 기거하게 된 아저씨는 ‘나’와 금방 친해진다. 아버지 없는 ‘나’로서는 아저씨가 아버지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어느 날 아저씨에게 불쑥 그 말을 꺼냈더니 아저씨는 까닭 없이 얼굴을 붉히며 못쓴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몹시 떨리었다.
또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유치원에서 살짝 뽑아온 꽃을 아저씨가 갖다 주라고 하였다며 어머니에게 주었을 때 어머니도 얼굴이 빨개진다. 어느 날 밤 어머니는 달빛 속에서 아버지의 옷을 장롱 속에서 꺼내보고 있었다. 아저씨나 어머니는 ‘나’로서는 잘 알 수 없으나 모두 깊은 시름에 빠져 있는 듯하다.
어머니가 종이가 든 사랑 아저씨 손수건을 ‘나’를 통하여 전한 며칠 뒤 아저씨는 예쁜 인형을 ‘나’에게 주고 영영 집을 떠나버린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뒷동산으로 올라가 아저씨가 탔을 기차를 멀리 바라본다. 다시 풍금 뚜껑은 닫히고 찬송가책 갈피에 끼워 있던 마른 꽃송이는 버려진다. 매일 사던 달걀도 다시는 사지 않았다.
이 작품은 네 단계로 나누어지는 작자의 작품 경향 중 2기에 속하며, 전통 윤리에 좌절되는 젊은 과부 어머니의 사랑을 작중화자인 딸 옥희의 눈을 통하여 그리고 있다. 제1기의 갈등으로 인한 파괴적 충동이 빚는 물리적 폭력과 대조되는 소극적인 순응의 자세로 봉건 질서에 억압된 욕망의 치열함을 잘 부각시켰다.
이후의 「극진한 사랑」(1948)이나 「열줌의 흙」(1967)의 여인상과 대비해보아도 순종과 억압의 폐쇄 사회에서 저항과 자유의 개방 사회로 가는 과도기적 인간상이 ‘어머니’와 ‘사랑손님’임을 알 수 있다. 일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려진 심리 변화나 행동에 대한 정적인 묘사가 이 작품을 수작으로 끌어올리는 데 공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