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9월『사상계』에 발표되었다. 흔히 대표적인 전후소설의 하나로 평가되며, 195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6·25동란 이후의 세태를 주관적 서술자의 전지적, 비판적 서술로 기술하고 있는 소설이면서도 주인공의 초점화와 서술의식이 대등하게 섞이어 심리적 현장감이 현저한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기의 능력과 노력과 성의로써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만기치과의원의 원장 서만기이다. 비분강개파 채익준과 실의의 인물 천봉우, 천봉우의 처, 서만기의 처제 은주, 간호원 홍인숙 등이 서만기에 적대적이거나 조력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소설의 서사의 중심 공간은 대합실과 진찰실 모두 합쳐서 겨우 다섯 평이 될까말까한, 낡은 시설과 건물의 만기치과의원이다.
병원 시설과 건물의 소유자는 천봉우의 행실 나쁜 아내의 것이다. 천봉우의 처는 이를 약점 잡아 남편의 친구 서만기를 유혹한다. 처제 은주는 형부만을 우러러보면서 시집도 가지 않는다. 생선장수하던 채익준의 처가 죽고, 장례 준비로 바쁜 서만기에게 천봉우의 처는 건물과 시설을 팔기로 했다며 병원을 비우라고 연락한다. 궁지에 몰린 서만기에게 간호원 홍인숙이 다가와 서만기의 병원을 차려줄 생각으로 모아둔 돈이 있음을 밝힌다.
전후작가로서 손창섭은 인간을 혐오하거나 인간을 모멸하는 주제를 즐겨 다룬다. 「잉여인간」에서도 작가의 공격적인 인간비판의 자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유실몽 流失夢」이나 「미해결의 장」 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이라 볼 수도 있다. 손창섭의 소설은 「비오는 날」을 필두로 하여 국토분단, 한국동란이라는 역사적 충격과 긴밀히 상호작용하고 있다.
「잉여인간」에서 가장 풍자적으로 공격되고 있는 인물은 천봉우의 처이다. 그녀의 비범한 경제적 능력과 성적인 욕구도 전후적인 이상심리로 이해되어 무방해 보인다. 전쟁이 빚어 놓은 극악한 사회 현실 속에서 인간의 삶의 양상도 이에 어울리게 왜곡된다. 서만기·채익준·홍인숙·은주 등의 선의의 인격들도 변화한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점차 잉여적 인간으로 전락해 간다. 이들 인격의 형상화가 역설적으로 불건강한 세태적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