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삼천리(三千里)』(제143호)에 연재, 발표되었다. 「인맥(人脈)」·「지맥(地脈)」 등과 함께 ‘삼맥(三脈)’이라 불린다. 이 세 작품은 각기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젊은 과부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내적인 맥락을 이루고 있다. 「천맥」은 ‘삼맥’ 중의 마지막 작품이다.
연이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었다. 본처가 있는 시댁에 의탁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생계를 위하여 전에 일하던 병원에 다시 들어갔으나 매사가 전과 같지 않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망설이던 끝에 재혼을 한다. 무엇보다도 아들 진호의 교육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재혼을 후회하게 된다. 매사가 서먹서먹하고 남편에게 정이 가지 않는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남편이 진호를 미워할 뿐만 아니라, 아이도 자꾸 비뚤어져갔다. 남편에게 호소하고 아들을 타일러보아도 소용이 없다. 아들을 위한 재혼인데 아들을 망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헤어진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옛날 은사가 경영하는 보육원이다. 엄마와 단둘이만 살고 싶다면서 가기 싫다고 고집부리는 아이를 겨우겨우 달래어 그곳을 찾아간 것이다.
첫날부터 그녀는 이곳에 오기를 잘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보다도 염려하였던 진호가 아이들과 명랑하게 어울리게 된 까닭이다. ‘눈물 없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은사의 말에 그녀도 열심히 아이들의 어머니 노릇을 한다. 진호도 아이들도 차츰 좋아져간다.
그렇게 하는 동안 그녀는 아무래도 모든 아이들을 자기 아들만큼 뜨겁게 사랑할 수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지만,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은사가 격려하여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번민이 생긴다. 자기로서는 도저히 사랑하여서는 안 될 은사를 남몰래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기 신에게 기도하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이 소설은 아이들을 착하게 기른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소설이라 할 수 있고, 한 여인의 정신적인 각성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교양소설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애욕을 극복하는 자리에서 더 넓은 사랑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구도적인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의 문학세계의 기반을 살펴볼 수 있는 초기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