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는 육지에서 주변보다 수백 m 이상 높고 복잡한 기복을 가진 지역이다. 해발고도보다도 기복이 심한 지형적 성격이 강하다. 절대고도가 높아도 표면의 기복이 작고 완만한 지형은 고원이나 순상지라고 한다. 한반도는 평균 해발고도가 아시아 대륙의 평균보다 낮지만 70% 이상이 산이다. 따라서 대규모의 장엄한 산지는 관찰하기 어려워도 소규모의 산지들은 잘 발달하였다. 한국의 고산 지역에서는 고랭지 농업 및 목축 등이 이루어져 왔다. 최근에는 물·공기의 정화, 여가·관광 등 산지의 생태계 서비스 기능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형학에서 산은 고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지형특성이 불명확한 구릉(hill)과 구분한다. 하지만 산과 구릉을 구분하는 합의된 기준은 없다. 페어브릿지(Fairbridge, 1968)는 700m 이상의 고도를 가진 높은 봉우리를 산으로 규정한 반면, 베이트와 잭슨(Bate and Jackson, 1987)은 그 기준을 300m로 잡았다.
한국의 전통적인 풍수에서는 산을 용이라 칭하며, 주변보다도 조금만 높아도 산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산을 구분하는 기준은 상대적이며, 지역의 특수성과 국제적인 학문적 근거를 고려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절대고도가 높아도 표면의 기복이 작고 완만한 지형은 고원(高原)이나 순상지(楯狀地)라 하여 산지와 구분한다. 따라서 산지의 성질은 그 해발고도보다도 오히려 기복이 심한 지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산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지표면을 주변지역보다 높게 만드는 지구내적인 힘인 내적영력(內的營力)과 대기 중에 노출된 지표면을 깎아내는 외적영력(外的營力)이 필요하다. 산을 만드는 대표적인 조산운동은 1) 화산활동, 2) 구조운동, 3) 침식적 융기운동, 4) 삭박운동, 그리고 5) 단층운동이 있다.
구조운동에 의해 높아진 지표면은 대기 중에 노출되면, 암석의 풍화와 더불어 유수와 바람에 의한 침식, 빙하에 의한 빙식, 그리고 중력에 의한 사면이동 등으로 인해 고도가 감소하고 기복이 증가한다. 내적영력은 산지의 절대고도를 높여 산체를 만드는 데 반하여, 외적영력은 절대고도를 높이지는 못하지만 국지적 기복과 경사도를 증가시켜 산지의 지형을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반도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융기와 복잡한 지질구조로 인해 대규모의 평탄지가 부족한 반면, 소규모의 복잡한 요철지형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한반도의 평균해발고도는 482m로 아시아 대륙의 평균 960m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체의 70%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대규모의 장엄한 산지경관은 관찰하기 어렵지만,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불리는 소규모의 산지지형들이 잘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반도의 산지를 고도와 경사도를 이용하여 구분하면, 면적이 가장 넓은 지형 단위는 평균고도가 300m 이하이면서 평균경사도가 3°에서 9° 사이인 저위산지로 한반도 면적의 31.0%를 차지하고 있다. 저위산지는 한반도 서부, 낙동강 주변지역, 그리고 동해안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데, 서해안의 평야지역과 산지를 연결하는 점이지대 역할을 하며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구릉성산지’를 대표하는 지형단위로 볼 수 있다.
평균고도가 300m 이하이면서도 평균경사도가 9°를 넘는 저위산악지는 그 면적이 전체의 7.1%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해안지역을 따라 국지적이고, 단속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낮은 고도의 산악지역은 대부분 중생대에 관입한 불국사 화강암 계열의 관입암을 중심으로 차별침식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북부지방에서는 저위산악지가 중위산악지 주변에서 저위산지 혹은 저위평지로의 점이지역으로 나타난다.
평균고도 300m 이상의 산지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지형단위는 중위산악지(평균고도가 300m에서 1,000m 사이이고 평균경사도가 9° 이상인 지역)로 그 면적이 29.5%에 달한다. 중위산악지는 한반도 북부지역과 동해안지역, 그리고 소백산맥을 따라 덕유산과 지리산 지역에 걸쳐 넓게 나타난다. 경상남도의 동쪽 지역에서도 비교적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서해안 지역에서도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그 분포 면적은 넓지 않다. 중위산악지 사이사이에는 전체 면적의 약 5.2%를 차지하는 중위산지, 그리고 그 분포가 미미한 중위평지가 나타난다.
평균고도 1,000m가 넘는 고위산악지는 대부분 함경산맥과 낭림산맥, 마천령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북부지역에서 나타난다. 고위산악지는 태백산맥과 지리산∼덕유산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면적은 넓지 않다. 함경산맥과 태백산맥, 그리고 지리산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경동성 융기를 보여주는 세 개의 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이 지역을 대상으로 점진적인 융기가 나타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산지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고위평지(평균고도 1,000m 이상이면서 평균경사도 3° 이하)인 지역은 백두산을 둘러싸고 있는 용암대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그 면적은 한반도 면적의 1% 이하에 불과하다.
산지는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체감율로 인해 기온과 강수량 등이 현격하게 달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의 고도가 100m 증가할 때 마다 0.66°C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겨울철은 기온체감율이 0.40°C 정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고산지역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온이 낮으며, 서늘한 여름 기후를 이용한 고랭지 농업과 목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겨울철에는 적설량의 증가로 스키장 등의 관광시설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산지는 저지대와는 달리 지형성 강수와 강설 역시 증가하는 경향을 가진다. 특히 바람을 직접 받는 사면의 경우에는 그 증가량이 높다. 우리나라의 다우지와 소우지 역시 지형에 의한 증가 혹은 감소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우지인 영남내륙분지 지역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둘러싸인 산지분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제주도 남부와 남해안은 각각 한라산과 소백산맥에 의해 바람이 막히는 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리는 다우지를 형성한다.
산지는 교통의 장해가 되고 자연과 인간의 생활․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다. 산지는 과거 교통의 불편과 농업생산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미개발이나 낙후지역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태계 서비스(ecological service)의 기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산지의 기능과 개발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산지가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물과 공기를 정화하여 공급하는 기능, 야생동물의 서식처 제공, 토사의 침식과 유출을 방지하는 기능, 그리고 여가 및 관광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한반도의 산지에서는 단위면적당 생물종 출현수와 특산생물의 출현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의 산지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더불어, 제4기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유라시아 북동부의 생물종의 통로와 피난처를 제공했기 때문으로 믿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산지의 이용에 대해 사회적인 갈등들이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경부고속철도 터널 때문에 일어난 천성산을 둘러싼 대립은 개발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들 간에 산지의 이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백두대간보전특별법」의 공포와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 역시 산지 이용에 대한 인식의 불일치가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2006년 현재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생태자연도 작성 사업은 이를 근거로 대규모 개발 계획의 사전환경성 검토뿐만 아니라 개별 토지의 이용까지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많은 민원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산지의 인식과 이용은 지난 몇 년간 활발히 논의되었던 해안의 이용과 관리만큼이나 크나 큰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음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한국 산지의 특징과 효율적인 이용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