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맥은 산봉우리가 선상 또는 대상으로 연속되어 나타나는 지형이다. 위치와 방향, 형성 과정, 형성 시기 면에서 상관성을 가지는 산지들이 연결되어 나타난다. 한국에서 산지의 분포를 설명한 모델은 산맥과 백두대간으로 대표되는 산줄기이다. 『한국지리지』에는 한반도 전체에 14개의 산맥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산맥도가 한반도 산지 특성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가라는 논쟁이 있다. 일부에서는 현행 산맥도를 폐기하고 백두대간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맥도는 한반도의 일반적인 지형 특성을 설명하는 교육 모형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산은 화산과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반운동 또는 지질구조와 관련하여 직선상으로 길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맥(mountain ranges)은 위치와 방향, 형성과정, 그리고 형성시기 면에서 뚜렷한 상관성을 가지는 산지(봉우리가 없더라도)들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한다. 선상으로 연결된 산맥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띠를 이루며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어에서는 복수형을 사용하여 산맥으로 표현한다. 몇 개의 산맥들이 유사한 형태적 특성과 형성과정을 통해 형성되어 나타날 경우를 좀 더 포괄적으로 산계(mountain systems)로 정의한다.
한국에서 산지의 공간적인 분포를 설명해왔던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가 산맥이고, 다른 하나가 백두대간(白頭大幹)으로 대표되는 산줄기(mountain ridges)이다.
산맥의 경우에는 지표면에 나타나는 연속된 산지가 과거 지질발달사와 지형구조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특정 산지를 산맥으로 분류한다. 즉 태백산맥은 지난 2,000만 년 동안 지속되어온 한반도 동부지역의 융기현상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맥의 분포와 성인을 알면, 산지의 전체적인 분포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지형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에 반해 산경표로 대표되는 산줄기, 즉 백두대간 체계는 우리나라 10대 강의 유역분수계들을 공간적으로 연결한 선으로 산지의 연속성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산줄기를 산경(山經)이라 하였는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구체적인 산경이 표기되지 않았다. 그 뒤 『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되고, 『대동여지도』가 김정호(金正浩)에 의해 제작되면서 한국의 산맥은 산경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영조 때의 실학자인 신경준(申景濬)이 작성한 『산경표(山經表)』에 의하면, 백두대간은 마천령산맥 · 함경산맥 · 낭림산맥 · 태백산맥 · 소백산맥을 총칭하고, 함경산맥 북동부를 장백정간(長白正幹)이라 하는데, 간(幹)은 기본이 되는 큰 줄기를 말한다.
청천강을 경계로 북부를 청북정맥(淸北正脈), 남부를 청남정맥(淸南正脈)이라 하고, 청남정맥의 남쪽으로 해서정맥(海西正脈) ·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 한북정맥(漢北正脈) · 낙동정맥(洛東正脈) · 한남정맥(漢南正脈) · 금북정맥(錦北正脈) · 금남정맥(錦南正脈) · 호남정맥(湖南正脈) 등 정맥 호칭을 붙였다.
유역분지를 근거로 한 산지 인식체계는 우리 고유의 자연 인식체계로, 조선의 유학자들은 산의 연결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자연환경, 자원분포, 취락분포 등에 관해 나름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려 노력하였다.
지금까지 산맥과 산줄기의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사용됨으로써 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따라서 산맥은 장기간의 지형발달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형성된 산지들의 집합체로서 위치와 방향, 형성과정, 그리고 형성시기 면에서 다른 산지와 구분되는 것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반면 산줄기란 지표면에서 일정한 고도를 가지면서 산지로 인식될 수 있는 지점들을 연결한 선으로 유역분수계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산맥의 표현방법은 연구자 혹은 교과서 간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산맥의 설정 목적과 성인에 대한 학계의 불명확한 설명도 부족하다. 여기서는 1982년 국립지리정보원에서 발간된 『한국지리지』에 실린 산맥도와 최근 새롭게 제안된 산맥도를 중심으로 산맥의 분포와 그 형성특징을 살펴본다.
『한국지리지』에는 한반도 전체에 모두 14개의 산맥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들 산맥은 크게 두 분류로 구분이 가능하다. 1차 산맥은 제3기의 경동성 요곡운동의 결과로 형성된 산맥으로, 한반도의 경동성 지형 및 북부지역의 고산지역 형성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 2차 산맥은 융기축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융기량의 차이는 있으나 삭박작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결과 형성된 산맥으로 규정된다.
1차 산맥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되며, 한반도의 융기현상에 의해 직접적으로 형성된 ‘융기산맥’과 융기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나타난 단층운동(혹은 습곡운동)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단층산맥’으로 나뉜다.
‘융기산맥’은 태백산맥과 낭림산맥, 그리고 함경산맥 등이다. 태백산맥과 낭림산맥은 동해의 형성과 더불어 나타난 경동성 융기현상을 설명해준다. 함경산맥 역시 동해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의 융기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이며, 그 특징이 한반도 이북의 동아시아 북동부와 연결된 지체구조의 특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단층산맥’은 융기에 의해 2차적으로 만들어진 산맥으로, 백두산 단층대에 의해 형성된 마천령산맥, 호천강 단층대의 의해 형성된 북서백산맥, 그리고 경상 분지의 융기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백산맥 등이다.
이들 산맥은 한반도를 이루는 여러 지체구조의 경계 부분을 지시해준다. 마천령산맥의 경우 함북습곡대와 낭림육괴의 경계부에, 그리고 북서백산맥의 경우 낭림육괴 내의 회천육괴와 혜산∼이원분지의 경계부를, 소백산맥의 경우 영남육괴와 옥천대를 나누는 경계가 된다.
2차 산맥의 경우 성인별로 다시 두 부류의 산맥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째는 한반도의 지체구조에 영향을 미친 대보조산운동에 의한 화강암 관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산맥들로, 차령산맥, 광주산맥, 노령산맥, 그리고 적유령산맥 등이 이에 속한다.
2차 산맥의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산맥은 대부분 침식에 의해 남은 산지들로 인식할 수 있어 ‘침식산맥’이다. 침식산맥은 다시 산지의 분포와 연속성에 의해 선상의 하천 분수계를 형성하는 산맥과 하천에 의해 개석되고 남은 산지들을 하천이 흐르는 방향과는 수직으로 연결한 산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마식령산맥과 묘향산맥이다. 반면 하천에 의해 남은 산지를 하천 방향과 직각으로 연결한 산맥으로는 강남산맥과 멸악산맥, 그리고 언진산맥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박수진 · 손일(2007)은 이전의 산맥도가 성인과 공간적인 연속성의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7개의 1차 산맥과 8개의 2차 산맥을 표현한 새로운 산맥도를 제안하였다. 제안된 산맥도에서는 기존의 산맥 중에서 적유령산맥, 묘향산맥, 멸악산맥, 마식령산맥 등이 제외되었다. 제외된 산맥은 모두 지표삭박작용이 강하게 작용하여 형성된 2차 산맥들로 공간적인 분포가 불분명하거나 설정근거가 불명확한 것들이다.
이에 반해 새롭게 추가된 1차 산맥으로는 길주∼명천산맥, 양산산맥, 지리산맥, 그리고 2차 산맥으로 월출산맥과 북수백산맥이 있다. 그리고 기존의 산맥들도 분포와 연속성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과거의 산맥과 공간적인 범위는 유사하지만 그 명칭이 변경된 산맥으로는 백두산맥(마천령산맥), 화악산맥(광주산맥), 치악산맥(차령산맥), 내장산맥(노령산맥) 등이 있다.
1980년대 중반 백두대간 개념이 한국 사회에 새롭게 소개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산맥의 개념규정과 존재유무에 대한 사회적, 학문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산맥논쟁의 핵심은 과연 중 · 고등학교의 한국지리 교과서에 실려 있는 산맥도가 한반도의 산지특성을 기술하고 이해하는 데 적합한가이다.
산맥도를 부정하는 이들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산맥도는 우리 고유의 산지 인식체계인 백두대간 대신 한민족의 민족정기를 훼손하기 위해 일본인 지질학자들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행 산맥도는 폐기되어야 하고 전통적인 산지 인식체계였던 백두대간 체계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리학 및 지형학계에서는, 산맥도란 한반도의 일반적인 지형 특성과 한반도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는 교육모형으로서 그 의미를 가지며, 분수계를 중심으로 산지를 파악했던 전통적인 백두대간 체계와는 논리구조와 사용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지리학계 내에서 통용되는 주장은 산맥은 한반도 지형특성의 설명 도구로, 그리고 산경표는 한국의 전통적 산지인식체계로 이해함으로써 두 개념이 동시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산맥을 둘러싼 개념논쟁이, 폭넓은 사회적 관심 속에서 장기간 지속되어 온 배경은 매우 복잡하다. 그 근간에는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서 간과되어 왔던 자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인식의 증대라는 시대적인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제도화된 근대적 지리 및 공간 개념과 전통적 지리 지식 간의 갈등관계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사고의 배타성 역시 이 논쟁이 장기간 지속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