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6월『개벽(開闢)』 제60호에 발표되었다. 프로문학의 초기 단계인 경향파문학의 특징인 살인과 방화라는 물리적 폭력 현상 중 살인을 부각시킨 대표적 작품이다.
주인공 ‘우뽀’는 열여섯 살 된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다. 3년 전 고향인 호남에 큰 기근이 들자 열흘씩 굶어 눈이 뒤집힌 그의 부모는 이 소녀를 보리 서말을 받고 기근구제 도로건축공사 십장인 양귀자(洋鬼子)에게 팔아버린다. 양귀자는 이 소녀를 실컷 유린하고 나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넘겨 곤욕을 치르게 한다.
그 뒤 일단 집으로 돌아갔던 그녀는 다시 7원에 팔려 상해(上海)까지 끌려와 창녀가 되었다. 이렇게 3년을 지내는 동안 마음과 육체가 병들 대로 병들었으나 벗어날 길은 전혀 없었다. 되풀이되는 생활 가운데 그녀는 우연히 젊고 잘생긴 청년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남자는 그녀가 거처하는 집 앞을 늘 지나다녔다.
그 남자를 볼 때마다 마음의 파문을 느끼게 되면서, 그녀는 혼자서 심한 갈등과 좌절을 맛본다. 한편, 자신이 왜 이런 처지에 있게 되었는가에 생각이 미치자, 그것은 곧 자기의 피를 빨아먹는 포주가 있기 때문이라는 소박하고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되자, 포주에 대한 증오가 일어나 포주를 살해한 뒤 그 집을 뛰쳐나온다.
첫 작품 「추운 밤」(1921)과 「인력거군(人力車軍)」(1925) 이래 하층민의 고난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의 비극과 불행은 결국 빈궁한 운명적 삶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에서 주인공의 살인 행위를 연민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과 창녀로서의 현실 간에 성립된 갈등을 인식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도 파악할 수 없고 또 그것을 해결할 수도 없다. 결국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착취의 현실적 대상인 포주를 살해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다만, 제목으로도 살인의 행위를 내세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장면을 격렬한 보복의 행위로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경향파문학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욕망과 창녀 생활이라는 현실 간에 존재하는 갈등을 직접적인 원인에 대처하여 해결할 능력이 없는 우뽀는 가혹한 억압과 착취의 대상인 포주의 살해를 갈등 해소의 최종 방법으로 선택한다. 이런 살인이 작품의 제목일 뿐만 아니라 살인 장면이 격렬한 보복의 잔학한 행위로 묘사되고 있는 점에서 경향파 문학적인 성격은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