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봄」은 전영택(田榮澤)이 지은 중편소설로, 문예 동인지 『창조(創造)』 5호(1920.3), 6호(1920.5), 7호(1920.7)에 3회 연재되었다. 1926년 11월 설화서관(雪華書館)과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간행한 전영택의 첫 번째 단편집 『생명의 봄』의 표제작으로 수록되었다.
작품은 3·1운동에 참여했다 구금된 아내 이영선(李英善)을 대하는 나영순(羅英淳)의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평양 남산현 교회의 전도사이자 교회 부설 광성학교(光成學校) 교사인 영순은 어느 겨울 역시 3·1운동으로 인하여 옥고를 치르다 사망한 P목사의 추도식에 참석하여 자신이 쓴 조문을 낭송한다. 그 후 영순은 영선을 면회하기 위해 평양 감옥으로 가서 면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모든 사람들의 삶이 하나의 소설이며 예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면회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온 영순은 동생 은순(銀淳)의 찬미가에 위로를 받으며 영선에게 편지를 쓴다.
아내를 잃어버린 영순은 아내의 환상에 시달리며 방황한다. 그러한 그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창작욕이었지만, 그럼에도 영순은 종교인과 예술가로서의 삶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폐렴에 걸린 영선이 가출옥하고, 영순은 기홀(記笏) 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간호하게 된다. 영선의 병세는 매우 위중했으나, 영순의 지극한 간호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회복하게 된다. 영선이 회복된 이후 영순은 아내의 손을 잡으며 ‘새로운 생명을 노래하는 듯한’ 신비한 곡조를 듣기도 하고, 대동강을 바라보며 그 자연을 표현하고 싶은 ‘예술가’로서의 감정을 맛보기도 한다.
퇴원한 영선은 남편이 차차 ‘종교의 열이 식어가고 문학에 치우치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영선이 퇴원한 날 밤, 영순과 영선은 신혼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 사흘 뒤 영순은 ‘무엇이나 하나 되어야겠다’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며, 남편을 보내고 혼자 남은 영선은 ‘영순의 장래를 위하여, 그의 신앙 생활을 위하여’ 눈물로 기도한다.
「생명의 봄」은 평양 3·1운동에 참여했다 옥고를 치른 전영택의 아내 채혜수(蔡惠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자전적 소설로서, 3·1운동을 통해 목격한 죽음의 충격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상과 문학을 개척하려 했던 당대 청년 세대의 고민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때 종교가의 길과 예술가의 길 사이에서 번민하던 주인공 영순이 아내의 회복을 계기로 종교적 사랑과 자연과 예술이 합일되는 신비적 체험을 통해 획득한 ‘생명’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일본의 다이쇼[大正] 문화주의의 생명 사상이 수용된 결과이기도 하며 동시에 3·1운동 이후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전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1920년대 초반의 젊은 예술가 주체들의 탄생 과정과 그 내면의 풍경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