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여래십지수행기 ()
정의
불처의 전생담 혹은 강탄 · 행적담 등을 주제로 한 10편의 수행기를 단편소설로 구성한 소설집.
개설
1권 1책. 한문 목판본, 한문 필사본. 불타의 전생담 내지 강탄(降誕)·행적담을 집성한 서사 문학이며, 소설집이다.
편찬/발간 경위
이 수행기는 불타의 일생 행적을 보다 완벽하고 풍성하게 작성하려고 그 전생담 가운데 저명하고 획기적인 작품을 9편이나 찬술, 편성하였다. 불가에서는 불전계(佛傳系) 경전으로 숭신, 전파되고 일반 민중이나 문학계에서는 불교계 서사 문학이자 소설 형태로 행세, 유통되었다.
작품의 제작 배경은 적어도 대장경이 전래된 이래, 그 전생담을 담은 본연부(本緣部)에 바탕을 두고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실린 각개 단편들은 고려 중기까지 독립적으로 형성, 유전되다가 1328년(충숙왕 15) 『석가여래십지수행기』를 편성할 때에 편입, 조정된 것이다.
이 수행기는 판각 인행(印行)된 지 100여 년 간이나 유통되다가 1448년(세종 30)에 개정, 중간되어 새롭게 전파되었고, 그것이 다시 200여 년을 지나 1660년(현종 1)에 충주덕주사(德周寺)에서 복간됨으로써 널리 유전되었다.
판본은 지금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본과 강전섭(姜銓爕) 소장본으로 남아 있어 당시의 성행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후대 필사본으로 동국대학교 도서관 소장본 『축기별담( 逐機別談)』이 현존하고, 그 근대적 교정본으로 안진호(安震湖)의 『석가여래십지행록』과 그 번역본이 있다.
내용
이 수행기에는 제1지(第一地)에서 제10지까지 「선색녹왕담 (善色鹿王譚)」·「인욕태자담(忍辱太子譚)」·「보시국왕담(布施國王譚)」·「사신태자담(捨身太子譚)」·「인욕선인담(忍辱仙人譚)」·「선우태자전(善友太子傳)」·「금우태자전(金牛太子傳)」·「선혜동자전( 善慧童子傳)」·「보시태자전(布施太子傳)」·「실달태자전(悉達太子傳)」 등 10편의 독립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수행기는 전체적으로나 각 편으로 볼 때, 불교적 감화력과 문학적 감동력을 갖추어 서사 문학이며 소설 형태로 규정, 평가되어 마땅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불타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전생담을 서사하고, 이어 그 강탄과 생장 그리고 위대한 행적을 열반으로 마무리하는, 장편 소설의 구조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편은 ‘영웅의 일생’으로 전기적(傳記的) 유형을 체계적으로 유지해 소설 문학의 여건을 완비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수행기는 개별적으로 10개의 단편 소설로 분화, 행세하게 되었다.
위 개정, 중간본(덕주사본)을 바탕으로 각개 작품의 원형을 재구성할 때, 그것들은 모두 소설 작품의 수준을 족히 유지하고 있었던 터이다. 이 작품들은 소설론에 입각, 소설을 지향하는 설화 문학이거나 한문 단편 소설이라 평가해도 무난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선우태자전」·「금우태자전」·「선혜동자전」·「보시태자전」·「실달태자전」 등은 그대로가 소설 작품이라 하겠다.
이 작품들은 15세기 훈민정음 이래로 국문화되어 국문 소설로 행세하고 「선우태자전＞이 「적성의전」으로, 「금우태자전」이 「금송아지전」으로 변모, 전개되는 등 그 형세와 역할이 대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수행기는 불교계의 성전으로 저명할 뿐만 아니라, 소설사·문학사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금오신화(金鰲新話)」 이전 한문 소설의 부재기를, 「홍길동전」 이전 국문 소설의 공백기를 공인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 수행기의 한문 소설들이 고려 중기 이래의 한문 소설사를 면면히 지켜 온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수행기가 국문화되고 그 작품들이 국문소설로 전개됨으로써, 15·16세기의 국문 소설사를 엄연히 이끌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석가여래십지수행기』는 불교사에서나 문학사·소설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참고문헌
「석가여래십지수행기의 소설사적 전개」(최호석, 고려대학교석사학위논문, 1993)
「불경계 설화의 소설화 과정에 대한 고찰」(이강옥, 『고전문학연구』 4, 한국고전문학연구회, 1988)
「불교계 서사문학의 연구」(사재동, 『어문연구』 12, 어문연구회, 1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