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 22행의 자유시로 주지적 서정시 계열에 속한다. 1955년 4월 『현대문학』에 발표되었으며, 1969년 작자의 제1시집인 『성탄제』(삼애사)에 재수록되었다.
영미 주지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저자가, 서구적 감수성이나 작시법을 원용하여 동양적 정신이나 전통을 노래한 시들이 작품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는 시인 자신이 전통의 본고장인 안동 출신이면서 영미 주지주의를 전공한 영문학도라는 점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다.
「성탄제」는 바로 작자의 이와 같은 성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흔히 쓰이는 크리스마스라는 말 대신에 ‘성탄제’라는 낯선 역어를 고집하는 것부터가 이 같은 성향의 표출인 것이다.
곧, 서구적 정신의 바탕을 이루는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의 의미를 작자는 유년 시절의 체험을 통하여 우리의 전통적 부성애(父性愛)와 등가물(等價物)로 파악하고 있다.
병든 자식을 살리기 위하여 아버지가 눈 덮인 산 속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오던 그 밤을 작중화자는 성탄제의 밤과 같은 의미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눈 내리는 성탄절날 밤 성탄의 의미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화자에게 ‘불현듯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이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한 성탄절의 의미는 작중화자로 하여금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름’을 자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동양적 정신과 서구시의 기법을 결합시킨다는 것은 정신과 기법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작품은 이 같은 어려움을 무난하게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찍이 정지용(鄭芝溶)에 의하여 개척된 주지적 서정시의 전통을 올바르게 계승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