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외 30절판형. 92면. 1977년 4월 30일에 민음사에서 발행하였다.
책 앞에 김흥규의 해설 〈세계내적 초월의 비전과 절제〉가 있고 책 끝에 작자의 연보와 작품연표가 실려 있다. 1부 ‘성탄제’에 「성탄제」등 6편, 2부 ‘춘니(春泥)’에 「원주 근방」등 6편, 3부 ‘지중해 소견’에 「지중해 소견」등 5편, 4부 ‘산정 부근’에 「백운대」등 5편, 5부 ‘이앙가’에 「이앙가(移秧歌」등 9편, 6부 ‘국화 앞에서’에 「저 무수한 정소리에」등 4편, 7부 ‘문(門)’에 「소」등 4편 등 총 3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 『하회에서』는 작자의 시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집이다. 작자의 시세계는 ‘유한한 것들의 아름다움이 구성하는 세계’와 이 속에서 이루어지는 ‘과도의 한 순간으로서의 자아’사이의 긴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작자는 사소한 것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안에서 삶의 진실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 시집의 첫머리에 실린 「성탄제」는 이러한 작자의 시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두운 방 안엔/바알간 숯불이 피고//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병을 앓는 어린 아이와 그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늙으신 할머니, 앓는 아들을 위해 눈 속을 헤쳐가며 산수유를 구해온 젊은 아버지의 삼대로 구성되는 이야기이다. 그 상황만으로도 절절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인데, 이 작품에서 화자는 ‘눈’을 매개로 하여 어린 시절의 한 순간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경으로 묘사해 내고 있다. 여행시 모음인 ‘지중해소견’ 편이나 ‘산정부근’ 편에 실린 작품들에도 「성탄제」와 같은 맥락에서 사소한 사물이나 사건, 인간에 대한 작자의 따뜻한 정감이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자의 첫 시집인『하회에서』는 유한하고 사소한 것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절제의 미를 통해 드러낸 작품집이다. 이 시집에 실린「성탄제」는 이와같은 특징이 잘 드러난 작자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절제된 페시미즘을 바탕으로, 동양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작자가 추구해 온 시세계는 이 시대의 시적 경향으로는 매우 희귀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