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에 삼중당(三中堂)에서 문고본으로 발행하였다. 243면. 서문은 없고 허영자(許英子)가 쓴 해설이 시집 끝에 있으며, 「남은 말」 등 79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작자의 시세계는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시는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쓰여진 것으로, 『목숨』(1953),『나아드의 향유』(1955),『나무와 바람』(1958)이 있다. 중기시는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생명력을 확산하는 시기로, 『정념의 기』(1960),『풍림의 음악』(1963),『겨울바다』(1967) 등이 있다. 후기시는 『바람세례』를 기점으로 하는 작품들로, 죽음과 생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주제가 되고 있다. 『정념의 기』는 작자의 중기시에 해당하는 시집이다. 이 시기에 작자는 사랑의 정념과 관능, 외로움과 갈망 등 사랑의 다양한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정념의 기」에서 작자는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라고 고백함으로써, 이 시집의 주류가 되는 사랑을 향한 갈망과 고뇌를 표출한다. 「너에게」, 「후조(候鳥)」, 「마지막 장미」 등에도 사랑의 갈망과 고뇌가 잘 드러난다.
작자에게 있어 사랑의 대상은 인간만이 아니라 신에게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며, 따라서 사랑의 양상도 에로스적 사랑, 아가페적 사랑, 모성애, 인간애 등 다양하다. 이러한 사랑은 곧 생명의 힘으로 이어져,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