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78면. 1965년 모음사(母音社)에서 발행하였다. 서문은 없고, 책 끝에 후기(後記)가 있다. 제Ⅰ부에 「소용돌이」 등 7편, 제Ⅱ부에 「구릉(丘陵)」등 6편, 제Ⅲ부에 「매화 한 송이」 등 10편으로 총 23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자의 시세계를 4단계로 나눌 때 『오전의 투망』은 두 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시집으로, 이전까지의 시세계와는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전쟁체험과 반전의식이 주조를 이루던 첫 번째 시기와는 달리, 이 시집에서는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 명징한 이미지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책 끝의 ‘후기’에서 작자는 ‘각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시론을 간략히 적고 있다. 여기에서 작자는 “한때 나는 주지적인 서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아무튼 서정의 성질을 바꿔야겠다는 의식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함으로써, 시는 지성을 바탕으로 하는 서정성을 지녀야 하며, 이 서정의 내용은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전의 투망』은 작자의 이런 시론이 잘 반영된 작품집이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역동성 속에서 충격과 경이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음악회」에서는 “건반 위를 달리는 손가락/때로는 꽃밭에 든 향내나는 말굽이다가/알프스 정상에 이는 눈사태/안개낀 발코니에서/유리컵을 부딪는 포말이다가” 등으로 대상에 대하여 이질적이고도 선명한 이미지를 구사하고 있으며, 「석쇠」에서는 “고기는 젓가락 끝에서/맛나는 분신이지만/지도 위에선/자욱한 포연 속/총칼에 찝히는 영토가 된다”고 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명징한 이미지화로 시적 긴장을 통한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의의와 평가]
『오전의 투망』은 작자의 시세계 4번째 단계 중에서 두 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작자는 첫 번째 시기의 작품들과는 달리,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 명징한 이미지의 구사에 주력하면서 주지적인 서정의 세계를 보여준다. 지성을 바탕으로 하는 서정,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하는 서정이라는 작자의 시론이 잘 반영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