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반야는 중생이 본래부터 갖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직관하는 반야의 지혜를 의미한다. 산스크리트어인 프라즈나(prajna)의 번역어인 ‘반야’는 실상반야, 관조반야, 문자반야 등 삼종반야로 묶어서 이해한다. 실상반야에 대하여 불경에 나타난 기존의 설을 신라의 원효는 유(有), 공(空), 역유역공(亦有亦空), 비진비속비유비공(非眞非俗非有非空) 등 네 가지로 분류, 정리하였다. 이후 원효는 중생이면 누구나가 갖추고 있는 여래가 될 수 있는 씨앗인 ‘여래장(如來藏)’이 ‘실상반야’라고 주장하였다.
실상반야(實相般若)는 관조반야(觀照般若) ‧ 문자반야(文字般若)와 함께 삼종반야의 하나이다. 실상반야는 반야의 이체(理體)로서 본래 중생에게 갖추어져 있는 본질적인 것, 즉 모든 허망한 상(相)을 떠난 반야의 참된 성품을 말한다. 관조반야는 실상(實相)을 관조하는 참된 지혜이며, 문자반야는 그 실상을 설명하는 글자로 된 반야를 뜻한다. 문자반야를 방편반야(方便般若)라고도 한다.
혜원(慧遠)의 『대승의장(大乘義章)』 「삼종반야의(三種般若義)」에 의하면 삼종반야는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의 주석서인 『대지도론(大智度論)』에 처음 나오는 용어로서 산스크리트어인 프라즈나(prajña)의 소리를 따라 만든 용어 ‘반야’를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실상반야는 단독으로 이해되기보다는 관조반야 ‧ 문자반야와 더불어 삼종반야로 묶어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천태종에서는 삼종반야를 공(空) ‧ 가(假) ‧ 중(中)과 연결시켜 해설하였다. 즉 공은 관조반야로서 일체지(一切智)와 같고, 가는 방편반야로서 도종지(道種智)와 같고, 중은 실상반야로서 일체종지(一切種智)와 같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삼종반야는 법상종(法相宗)에 이르면 경계반야(境界般若)와 권속반야(眷屬般若)를 추가하여 오종반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이 실상반야에 대하여 불경에 나타난 기존의 설을 신라의 원효(元曉)는 네 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첫째는 유(有), 둘째는 공(空), 셋째는 역유역공(亦有亦空), 넷째는 비진비속비유비공(非眞非俗非有非空)이다.
첫째의 ‘유’는 유가론자(瑜伽論者)의 주장으로서, ‘ 진여(眞如)가 곧 실상반야’라는 것이다. 둘째의 ‘공’은 『반야경』에 근거한 것으로서, 진여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공한 그 자체가 실상반야’라고 보는 견해이다. 셋째의 ‘역유역공’은 『반야경』과 『유가론』을 함께 인증한 것으로, 세속적으로 볼 때는 실상반야가 ‘유’이지만, 진리의 입장에서 볼 때는 ‘공’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넷째의 ‘비진비속 비유비공’은 진속(眞俗)의 법문이 모두 가설이요 실상이 될 수 없음을 근거로 한 것으로서, 이러한 가설에 의하면 실상반야는 진도 아니요 속도 아니며, 유도 아니요 공도 아닌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이다.
원효는 이와 같은 네 가지 설을 정리한 다음, 이 설들이 불교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견해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 옳은 가르침이라고 전제한 뒤 다시 자신의 독특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곧 중생이면 누구나가 갖추고 있는 여래가 될 수 있는 씨앗인 ‘여래장(如來藏)’이 ‘실상반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래장이 바로 실상반야이며, 실상반야가 여래장이라고 한 주장에는 반야의 본체가 중생의 마음속에 깃들여 있으므로 그것을 개발하여 여래를 나타내어야 한다는 강력한 원효사상의 핵심이 담겨있다. 여래장은 부처나 진리의 입장에 선 교설이 아니라 중생의 입장에서 ‘중생 속에 있는 여래’를 강조하는 교설이다.
따라서 원효가 ‘여래장이 실상반야’라고 한 것은 고원한 깨달음의 차원에 있는 실상반야를 중생 속으로 향하게 하고 깨달은 중생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강렬한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서 원효는 이 실상반야를 금강장(金剛藏) ‧ 정법장(正法藏) ‧ 묘업장(妙業藏) 등으로 풀이하였다.
금강장이라고 한 것은 중생의 속에서 금강석과 같은 대원경지(大圓鏡智)를 발현시키기 때문이고, 정법장이라고 한 것은 실상반야가 중생 속에서 정법의 씨앗을 심도록 하기 때문이며, 묘업장이라고 한 것은 실상반야가 중생의 마음속에서 갖가지 선한 생각을 일으키고, 모든 선을 실천하게끔 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