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만의 8대손 이형규(李衡珪)가 정리·편집해 두었던 유고를 30년이 지난 1938년에 간행하였다. 권두에 이환모(李煥模)와 신석상(申奭相)의 서문, 이형규·이방규(李方珪)의 발문이 있다.
불분권 1책. 석인본.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있다.
시 270여 수, 부(賦) 1편, 표(表) 1편, 축문 2편, 서(序) 1편, 기(記)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는 대체로 자아성찰적인 서정의 세계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시의 시간적 배경이 새벽·밤·저녁 등 대체로 어두우면서 조용한 시점에 설정되어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단절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면서 이를 시적으로 형상화하였다. 「효음이수(曉吟二首)」에서는 경험적으로 인지하는 모든 사물에 대해 슬픔과 회한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아를 발견하고, 희희낙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구별되는 자신의 고독한 삶을 그리고 있다.
「우음(偶吟)」에서는 번민으로 황폐화된 정신, 그리고 가난과 질병으로 찌든 생활을 비관적으로 읊었다. 자신의 웅지를 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잘 나타나 있는 시다. 작자의 이와 같은 생각은 조그마한 못에서는 용이 살 수 없고 시든 숲에는 봉이 깃들 수 없다는 간접적인 비유를 통해 명쾌하게 드러난다.
「천불우탄(天不雨歎)」은 임술년 5월에 비가 오지 않았을 때의 심정을 그린 칠언고시며, 「천내우가(天乃雨歌)」는 6월에 비가 오자 그 때의 심정을 역시 칠언고시체로 지은 것이다. 또 임술년 서원의 일로 연좌되었을 때 영문(營問)에 나갔던 일과 선산에 대한 송사가 일어났을 때 일족이 재실에 모였던 일을 칠언고시로 술회한 것도 있다.
하나의 사건의 정황과 경과를 장편의 기사시(紀事詩)로 지었다는 사실은 저자가 시적인 재능이 뛰어났음을 알려 준다. 친지와 벗이 죽었을 때 지은 만시도 대개 장편으로 이루어졌다. 부는 임인년에 비가 내리자 그 기쁨을 읊은 것이며, 제문은 2편 모두 이 시기에 지은 기우제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