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덕선생전 ()

연암집 / 예덕선생전
연암집 / 예덕선생전
한문학
작품
조선 정조 때에 박지원(朴趾源)이 지은 한문단편소설.
정의
조선 정조 때에 박지원(朴趾源)이 지은 한문단편소설.
개설

열전체(列傳體)주1의 변체(變體)로 『연암별집(燕巖別集)』 방경각외전(放璚閣外傳)에 실려 있다. 작자 20세 전후의 작품이라 하나 확실하지 않다.

내용

선귤자(蟬橘子: 이덕무의 별호)에게 예덕선생이라는 벗이 있었다. 예덕선생은 바로 종본탑(宗本塔) 동편에 살면서 분뇨를 쳐 나르는 역부의 우두머리 엄행수(嚴行首)다.

선귤자의 제자 자목(子牧)은 자신의 스승이 사대부와 교유하지 않고 비천한 엄행수를 벗하는 것에 대하여 노골적으로 불만의 뜻을 표시한다. 그러자 선귤자는 이해(利害)로 사귀는 시교(市交)와 아첨으로 사귀는 면교(面交)가 오래 갈 수 없는 것이며, 마음으로 사귀고 덕을 벗하는 도의의 사귐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대체로 엄행수의 사는 모양은 어리석은 듯이 보이고, 하는 일은 비천한 것이지만 남이 알아주기를 구함이 없다. 남에게서 욕먹는 일이 없으며, 볼만한 글이 있어도 보지 않고 종고(鐘鼓: 종과 북)의 음악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처럼 타고난 분수대로 즐겁게 살아가는 엄행수야말로 더러움 속에 덕행을 파묻고 세상을 떠나 숨은 사람이다. 엄행수의 하는 일은 불결하지만 그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엄행수가 처한 곳은 더러우나 의를 지킴은 꿋꿋하니 엄행수를 보고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랴. 이에 감히 엄행수를 예덕선생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의의와 평가

박지원은 엄행수에게서 생활철학을 배운다는 선귤자의 입을 통하여 비천한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인간을 제시한다. ‘부귀한 처지에 있으면 부귀에 맞게 도를 행하며, 빈천한 처지에 있으면 빈천에 맞게 도를 행한다[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는 중용(中庸)의 정신을 형상화하면서 삶의 한 전형과 참다운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다.

엄행수와 같은 소외되기 쉬운 서민을 등장시킨 것에서 작가의 진정한 인간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예덕선생이 분뇨를 나르는 사람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예덕선생전」이 천농사상(賤農思想)을 비판한 작품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예덕선생이 가지는 의미는 농부나 역부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분수를 알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가지는 모든 인물로 확대되는 데 있다. 선귤자를 비난한 자목이 선귤자의 긴 설명을 들은 뒤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은 이 작품이 남기는 여운이다.

참고문헌

『연암집(燕巖集)』
『연암소설연구(燕巖小說硏究)』(이가원, 을유문화사, 1965)
주석
주1

여러 인물의 생애를 기술한 열전 형식의 문체.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비롯하였다.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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