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분간(五分間)」은 2천 년 동안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있던 프로메테우스가 스스로 쇠사슬을 끊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에 대한 패러디 형식을 띤 이 작품은 신과 프로메테우스가 대립하는 장면과 인간 세계의 혼돈이 병치되는 이중의 서술 구조로 되어 있다. 신화의 패러디를 통해 왜소화되고 희화화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풍자와 아이러니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쇠사슬을 끊자마자 천사가 도착하여 신이 프로메테우스를 부른다고 전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제안으로 중립 지대인 구름에서 신과 프로메테우스는 협상을 벌인다. 신과의 회담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신에 대항하여 신의 자리를 차지해 보려는 거만함을 보인다. 신과 프로메테우스들의 '괴뢰'들은 제각기 자기가 옳고 잘났다고 팔뚝질을 한다. 인간 세계는 참과 거짓의 가치를 상실한 채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신은 신대로 프로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대로 아무런 해결도 보지 못한 채 헤어진다. 신은 요지경 속인 세상을 수습하자고 제안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그게 바로 역사라고 응수한다. 회담은 5분 만에 끝나고, 신은 ‘아! 이 혼돈의 허무 속에서 제3 존재의 출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혼자 중얼거린다. 작가는 이 5분간에 일어났던 인간 세계의 무질서와 혼돈을 통해 현대인의 절대적인 가치의 상실로부터 오는 혼란과 분열된 삶을 그린다.
「오분간」은 그의 다른 작품들인 「바비도」, 「개구리」 등과 함께 전후 실존주의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김성한의 주지적이고 풍자적인 작품들이 갖는 추상성과 냉소주의, 허무주의 등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김성한 소설이 지닌 정치성과 이념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연구들이 제출되고 있다. 신과 프로메테우스의 대화로 이루어진 중심 플롯 너머 소설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은 당시 한국 사회와 국제 정세의 혼란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작중에서 신이 중얼거리는 ‘제3의 존재’ 또한 초월적 권력이 아닌 새로운 인간상을 향한 작가의 요청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