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학(張龍鶴)이 지은 단편소설. 1955년 ≪현대문학≫ 7월호에 발표되었다. 토끼의 우화가 상 · 중 · 하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이 동호이다.
상식적인 소설의 줄거리로 볼 때 포로수용소에서 자살한 누혜와 바라크(baraque, 임시건물)에서 아사한 누혜의 노모 이야기나 결국 자유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사상을 소설로 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토끼의 우화로 시작된다. 산속 굴에 사는 토끼 한 마리가 바깥 세계를 동경하여 나갈 구멍을 찾아 만신창이가 되어 기어 나가다가 태양광선을 견디지 못하고 눈이 멀어 쓰러져버린다.
토끼는 그 후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상징하는 우화를 소설의 서두에 제시한다.
주인공 누혜는 괴뢰군이었으며, 인민의 영웅이었으나 포로수용소에서 그는 인민의 적으로 타락하여 몽둥이질, 발길질을 당하고 드디어 철조망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누혜와 수용소에서 잠자리를 나란히 하던 나(동호)는 누혜의 어머니를 찾아 판잣집에 가서 중풍에 걸린 노파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노파의 죽음을 맞는다. 누혜의 유서로 소설은 결말을 맺는다.
이 작품은 성격 창조를 한다거나 신기한 이야기를 묘하게 엮어나가고 있지 않다. 인간존재의 근원적 의미와 인간이 그의 환경에 대하여 가지는 본질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요한시집>의 주제는 자유를 예언자 요한에 비유한 데 있다.
요한이 예수의 나타남을 예언하는 존재라면 자유는 그 ‘무엇’이 나타나기 위한 예언적 존재인 것이다. 누혜의 자살은 새로운 탄생을 위한 것이며, 그 새로운 것이 동호인데, 이 작품에서는 동호를 자유의 시체 속에서 부화되어 탄생하는 과정으로 그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