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은 청나라 정관응(鄭觀應)이 청나라의 쇠퇴를 염려하여 서양의 정치·제도·국방·경제 등을 소개하여 국세를 만회시키고자 1880년에 한문으로 간행한 책이다. 이것을 다시 한글로 언해한 것이 『이언언해』인데, 모두 한글로만 되어 있고 언해자는 알 수 없다.
4권 4책. 신식활자본. 국립중앙도서관, 연세대학교 도서관, 서강대학교 도서관에 전질이 소장되어 있고 장서각도서에 권1, 권3이 소장되어 있다. 1977년에 이문사에서, 1992년에 홍문각에서 『이언』과 함께 영인하였고, 1985년과 1986년에 걸쳐 일본의 『조선학보』에 연재되어 영인된 바 있다.
서(序)·자서(自序)·목록이 있고 이어서 본문이 시작된다. 권1에는 논공법(論公法)을 비롯하여 9개 조목이, 권2에는 논긔긔(論機器) 등의 9개 조목이, 권3에는 논변방(論邊防) 등의 7개 조목이, 권4에는 논민단(論民團) 등의 12개 조목이 있어서 총 37개의 조목이 서술되어 있다. 끝에는 청나라의 왕도(王韜)가 쓴 발문이 있다.
언해의 내용을 살펴보면, 근대국어에서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당시 국어의 특징들이 다수 나타나 있어 국어학 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 어두 된소리 표기에는 ㅅ계 합용병서와 ㅂ계 합용병서가 모두 사용되고 있으나, ㅂ계 합용병서는 주로 ‘ㅄ’에 나타난다.
종성의 ‘ㅅ’과 ‘ㄷ’은 ‘ㅅ’으로 통일되어 표기되는 경향을 보이고, 모음과 모음 사이의 ㄹ-ㄹ표기는 주로 ㄹ-ㄴ식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특이하게도 ‘갑졀노(1, 15a), 먼니(1, 21b)’와 같이 ㄴ-ㄴ식으로 표기한 것도 보인다.
이 밖에 ‘ㅓ’모음이 ‘ㅡ’로 표기〔그짓 거ᄉᆞ로(1, 17a), ᄭᅳ리며(서, 3b), 그록히(서, 4a)〕되기도 하고, 어간말자음군 중 뒤의 자음이 탈락되어 표기〔본갑에서(1, 17b)∼갑시(1, 17b), 널지(1, 43a), 널게(1, 45a)〕되기도 하였다.
어떠한 체언은 뒤에 조사가 붙을 때에 ‘길목셰(1, 11a), 물골시(1, 25a)’와 같이 ‘ㅅ’이 첨가되어 나타나기도 하며, 어간재구조화 (語幹再構造化)된 예〔심으ᄂᆞᆫ(1, 17a), 심으고(1, 23a)〕와 앞 음절의 원순모음에 동화되어 후행음절의 모음이 원순모음화(圓脣母音化)를 일으킨 예〔둥군(1, 7b)〕도 찾아볼 수 있다.
용언 어간 ‘ㅗ’ 뒤에 접속어미 ‘-어/-아’가 연결될 때 ‘모화(1, 8b), 보와(서, 4b), 난화(1, 6b), ᄡᅡ화(1, 43a), 닷토와(1, 5b)’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중모음을 단모음, 또는 그 역(逆)으로 표기한 예〔ᄉᆔ오리라(1, 17a)∼쉽게(자서, 3a), 셕거(1, 29a), 시페ᄅᆞᆯ(서, 4b), 니려나(1, 2b)〕도 보인다.
‘ㅅ, ㅈ, ㅊ’ 등의 치찰음(齒擦音) 밑에서는 ‘거짓(1, 17a)’, ‘부지러니(1, 22b)’ 등과 같이 전부고모음화(前部高母音化)가 보이며, 외국 인명이나 지명 등은 중국에서 사용한 한자를 한국한자음으로 바꾸어 ‘화셩돈(1, 2a), 나파륜(1, 2a), 마국(1, 1b), 구라파(1, 1b), 법국(1, 2b), 서반아국(1, 2a), 아셰아(1, 2a), 인도(1, 2a), 아라ᄉᆞ(1, 5a), 보국(1, 5a), 오국(1, 5a), 파셔국(1, 25a), 미셔셕비강(1, 25b), 의과타이국(1, 25a)’과 같이 표기하였다.
개화기에 서양의 문물·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 중국책을 언해하여 간행한 것으로서, 개화기에 서양과 통상교린(通商交隣)하는 시대상과 사상사 연구에 도움이 된다. 또한 그 양이 방대하고 신문물어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개화기 초기의 근대국어 연구에도 매우 효과적인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