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 ()

고전산문
작품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내용 요약

「전우치전」은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다양한 이본이 전해지며, 이본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실존했던 인물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전우치를 제압하는 인물로 화담 서경덕을 제시한다. 전우치는 서경덕을 스승으로 모시기 전까지 성격이 오만하고, 즉흥적으로 도술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서경덕을 만나면서 도맥의 일원이 될 자질을 갖추게 된다.

정의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이본 현황

1책. 주3. 17세기 창작된 것으로

이본(異本)주4으로는 제목이 ‘뎐운치젼’으로 되어 있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일사문고(一簑文庫) 소장 주5 (43장), 경판(京板) 17장본 · 경판 22장본 · 경판 37장본, 제목이 ‘뎐우치젼’으로 되어 있는 1914년 신문관(新文館) 발행 활자본(活字本)(62면), 단국대학교 율곡도서관 나손문고 주1 필사본(31장) 등이 있다.

이들을 비교해 보면 세 가지 계통으로 되어 있다. 첫째, 일사문고본 계통이다. 일사문고본 · 경판 17장본 · 경판 22장본이 같은 계통으로, 경판본(京板本) 2종은 일사문고본을 축약(縮約)한 것이다. 둘째, 신문관본(新文館本) 계통이다. 신문관본은 후대에 출간되었다. 하지만 신문관본의 선행본(先行本)이 따로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며, 오히려 신문관본이 일사문고본 계통보다 더 오래된 고형(古形)으로 보인다. 셋째, 김동욱본 계통이다. 줄거리를 비교했을 때, 김동욱본은 앞의 두 계통과 전혀 다른 계통임을 알 수 있다.

전우치(田禹治)는 실존 인물로 중종 때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문헌에 전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전우치는 도술(道術)을 익히고 시를 잘 지었다. 그러나 나라에 반역을 꾀했다가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죽었다. 문헌(文獻)에 전하는 전설(傳說)의 기본적인 내용은 전우치가 도술을 부렸다는 것, 전우치가 죽었다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우치전」은 이러한 전설을 토대로 창작되었다. 그러나 전설과 달리 「전우치전」에서 전우치는 나라에 반역죄를 지었지만, 도술을 써서 자신을 잡아 죽이려고 하는 조정(朝廷)으로부터 탈출한다. 특히, 일사문고본 계통에서는 전우치가 도술을 익히게 된 경위를 보태고 있고, 김동욱본은 「전우치전」과 「홍길동전(洪吉童傳)」을 합쳐 놓은 것처럼 보인다.

내용

신문관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도에 사는 전우치라는 사람이 신기한 도술을 얻었으나 자신의 재주를 숨기고 살았다. 그러나 가난한 백성들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이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천상(天上)의 주9으로 가장한 후 임금에게 나타난다. 선관으로 가장한 전우치는 임금에게 옥황상제의 명령이라며, 황금 주10를 만들어 바치라고 한다.

전우치는 그 황금 들보를 팔아서 번 돈으로 곡식을 장만하여 빈민에게 나누어 주었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널리 알렸다. 그러자 조정에서 전우치를 잡아갔다. 하지만 전우치는 조정으로부터 쉽게 탈출했고, 이후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주11한 무리를 징벌하며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그러다가 전우치는 조정에 자수(自首)하고, 무관(武官)의 낮은 벼슬을 얻어 도둑의 반란을 평정(平定)하는 공을 세운다. 그러나 역적의 혐의를 받아 다시 도망친다. 이후 도술로 세상을 희롱(戲弄)하며 다니던 중, 친한 벗을 위해 주17주18시키려다가 주19에게 제지당한다. 그리고 서화담(徐花潭)에게 굴복하여, 서화담과 함께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는다.

일사문고본의 초반부에는 천상의 주20인 전우치가 주21에 내려왔는데, 어려서 여우의 입속에 들어 있는 구슬을 먹고, 다시 구미호에게서 주22를 빼앗아 도술을 익혔다는 내용이 더 있다. 그 밖의 내용은 일사문고본과 신문관본이 대체로 같은데, 일사문고본은 도술이 기이하다는 데에 더 중점을 둔다.

김동욱본에서는 전생에 손오공이었던 전우치가 강원도 강릉 지방 관노(官奴)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 가문의 지위를 높인다. 그러는 한편 중국으로 가서 활인동 도적의 두목이 되어, 중국 천자(天子)가 조선을 업신여길 수 없게 하고, 마침내 연나라 임금이 된다.

의의와 평가

「전우치전」은 실제 인물의 내력(來歷)이 전설을 거쳐 소설이 된 작품이다.

「전우치전」에서 주목할 점은 조선왕조의 지배 질서에 반대되는 영웅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다. 전우치가 천상의 선관으로 가장한 후 임금으로 하여금 황금 들보를 바치도록 만드는 대목은, 어느 이본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으로 왕조의 권위를 비판하고 있다. 이때 도술은 사회적인 규제와 규범을 어기기 쉽게 만들면서 가치를 역전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전우치가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을 옹호하며 사회 개혁을 요구했는가에 대한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도술을 장난으로 여기며 자기만족에 그치는 전우치의 모습이 작품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우치전」에서 전우치를 보는 시각은 나뉘어져 있었으나, 경판 37장본이 출간되면서 전우치의 도술 행각은 ‘스승의 부재’에 따른 ‘철없던 행동’으로 이해된다. 경판 37장본을 통해 전우치는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1489~1546), 즉 서화담의 제자가 됨으로써, 도사(道士)이자 도맥(道脈)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한다.

또 전우치가 여우 구슬을 먹은 뒤 자제력을 잃는 대목은 전우치의 또 다른 인격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때 전우치가 서경덕을 만나기까지 겪는 과정은 다중 인격을 치유하는 여정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원전

조동일, 『전우치전』(시인사, 1983)

단행본

김태준, 『조선소설사(朝鮮小說史)』(조선어문학회, 1933)
김기동, 『이조시대소설론』(정연사, 1959)
김기동, 『한국고전소설연구』(교학사, 1981)

논문

김일렬,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의 비교고찰」(『어문학』 30, 한국어문학회, 1974)
박일용, 「전우치전과 전우치설화」(『국어국문학』 92, 국어국문학회, 1984)
송주희, 「<전우치전>의 탈재(奪財) 양상과 의미」(『어문연구』 92, 어문연구학회, 2017)
이후남, 「치유담으로 읽는 <전우치전>-조선판 다중인격 전우치」(『문학치료연구』 48, 한국문학치료학회, 2018)
임철호, 「전운치전연구」1·2(『연세어문학』 9·10합집·11집,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77·1978)
조동일, 「고소설과 정치: 전우치전의 경우를 중심으로」(『세계의 문학』 13, 민음사, 1974)
최윤희, 「<전우치전>의 구성과 의미에 대한 재고찰」(『우리문학연구』 48, 우리문학회, 2015)
홍현성, 「'스승 얻는 이야기'로 읽는 <전우치전>」(『고전연구』 41, 한국고전연구학회, 2018)
주석
주1

구 김동욱(金東旭) 소장본.

주2

손으로 써서 만든 책. 우리말샘

주3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인 한글로 표기된 책. 우리말샘

주4

문학 작품 따위에서 기본적인 내용은 같으면서도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는 책. 우리말샘

주5

손으로 써서 만든 책. 우리말샘

주6

서울에서 판각한 책. 우리말샘

주7

도를 닦아 여러 가지 조화를 부리는 요술이나 술법. 우리말샘

주9

선경(仙境)에서 벼슬살이를 하는 신선. 우리말샘

주10

칸과 칸 사이의 두 기둥을 건너질러 도리와는 ‘ㄴ’ 자 모양, 마룻대와는 ‘十’ 자 모양을 이루는 나무. 우리말샘

주11

제멋대로 굴며 몹시 난폭함. 우리말샘

주12

범인이 스스로 수사 기관에 자기의 범죄 사실을 신고하고, 그 처분을 구하는 일. 일반적으로 자수한 자는 형을 감경(減輕)하여 주며, 특별한 경우에는 면제하여 주기도 한다. 우리말샘

주13

군에 적을 두고 군사 일을 맡아보는 관리. 우리말샘

주15

반란이나 소요를 누르고 평온하게 진정함. 우리말샘

주16

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림. 우리말샘

주17

절개를 지키는 부인. 우리말샘

주18

절개나 지조를 깨뜨림. 우리말샘

주19

수명이 다한 사람을 잡아 저승으로 데려가는 일을 하는 염라대왕의 사자. 강림도령을 소재로 한 여러 가지 판본의 전승 설화가 전해진다. 우리말샘

주20

선경(仙境)에 살면서 신선의 시중을 든다는 아이. 우리말샘

주21

세속의 일이 벌어지고 세속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 우리말샘

주22

하늘의 계시를 적은 책. 우리말샘

주23

글을 시작하는 첫머리. 우리말샘

주24

관가에 속하여 있던 노비. 우리말샘

주25

천제(天帝)의 아들, 즉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군주 국가의 최고 통치자를 이르는 말. 우리나라에서는 임금 또는 왕(王)이라고 하였다. 우리말샘

주26

지금까지 지내 온 경로나 경력.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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