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동아일보』 신춘현상문예에 입선한 작품으로 1월 19일∼22일까지 연재되었다.
신의주에서 지게꾼 노릇을 하는 언삼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농부였다. 그러나 심한 장마로 인한 홍수로 제방이 무너져 수확할 곡식을 모두 잃어버린 데다가 아내마저 잃는다.
당장 끼니를 이을 양식은 없는데 지주는 받을 건더기가 없다 하여 농채를 주지 않아 이곳으로 이주해온 것이다. 언삼은 열세 살 된 아들 장손과 여섯 살 난 딸 금녀 남매를 데리고 홀아비 살림을 한다. 장손은 안동현에서 신의주로 사탕을 밀수입하는 심부름을 맡아 돈을 벌어올 정도로 영악하다.
어느 날 언삼은 ‘피날루’라는 노파의 방문을 받아 아이가 둘 달린 과부와의 재혼을 권유받게 된다. 여섯 식구의 호구지책이 걱정되면서도 언삼이 재혼을 결심하지만, 어린 장손의 못마땅해하는 눈치 때문에 거절하고 만다.
날씨가 추워지자 수입은 더욱 줄고 아내의 졸곡제는 다가왔다. 졸곡제 날은 더욱 손님이 없어 내내 허탕만 치다가 어느 일본인의 짐을 10전을 받고 운반해주게 된다.
삯전을 받고 나오다 아무도 없는 때에 그 집의 경대 위에 놓인 지갑을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들고 나온다. 그 속에 들어 있는 1원 60전으로 제사를 지낸 언삼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새벽에 술집을 찾아갔다가 순사의 걸음소리에 놀라 도망쳐온 언삼은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생 속에 괴롭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식칼을 들고 그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고자 한다.
바로 그 순간 아내의 환영이 나타나 언삼의 행위를 꾸짖으며 가로막는다. 놀란 언삼은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 작품에는 절도 행위와 극한적인 빈궁의 상황이 제시되어 1920년대 중하반기의 신경향파 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이며, 아직 문학적 본령에는 들어서지 못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건 전개 및 인물의 성격 묘사도 1년 뒤의 작품인 「성황당」과 비교해볼 때 부자연스럽고 미숙한 점이 많아, 습작품의 위치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