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에서는 이미 996년(성종 15)에 철전(鐵錢)을 만들어 사용하게 하였는데, 이전에 미(米)·포(布) 등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해오던 가난한 일반백성들은 명목가치가 큰 철전을 사용할 수 없어 큰 불편을 겪게 되었다.
그리하여 6년 뒤인 1002년(목종 5) 다점(茶店)·주점(酒店)·식미점(食味店) 등의 점포에서만 철전을 사용하고 일반백성은 이전대로 물품화폐를 사용하게 하였다.
그런데 그 뒤 농업·공업의 생산력이 발전하여 상품유통이 활발해지면서 보관과 운반이 편리하고 기준이 명확한 금속화폐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하고, 한편으로는 송나라에 갔다온 의천(義天)이 금속화폐의 사용을 강력히 주장하자 1097년(숙종 2) 화폐주조의 업무를 담당할 관청으로서 주전도감이 설치되었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화폐는 주로 동전(銅錢)으로서, 1102년 12월 해동통보(海東通寶) 1만 5000관(貫)이 처음으로 만들어져 재추(宰樞)·문무양반(文武兩班)·군인에게 분배되었으며, 이어 삼한중보(三韓重寶)·동국통보(東國通寶)·동국중보(東國重寶)·해동중보(海東重寶) 등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