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연의」는 1책의 필사본으로, 단국대학교 율곡도서관 나손문고[구 김동욱(舊 金東旭) 소장본]에 소장되어 있다. 저자의 서문과 총 31회의 장회체(章回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1917년 한남서림(翰南書林)에서 간행하였고, 1979년 형설출판사(螢雪出版社)에서 주석본(註釋本)으로 간행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천군(天君)은 처음에는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러나 장년이 되어서는 방랑을 좋아하게 된다. 이 틈을 타고 욕생(慾生)이 침입한다. 그래서 천군의 덕은 날로 줄어들게 된다. 성성옹(惺惺翁)은 충간을 하였으나 천군이 듣지 않자 천군의 곁을 떠난다. 그러자 독과장군(督過將軍) 등이 천군을 유혹하고 월백(越白)이 천군을 구덩이에 빠뜨려 인사불성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환백(歡伯)이 쳐들어 온다. 그래서 천군의 형세는 더욱 고독하고 쇠약해진다.
천군의 소식을 들은 흑감(黑甛)이 천군을 감면국(酣眠國)으로 인도하였다. 천군은 여기서 구차하게 세월을 보낸다. 이때에 유회씨(有悔氏)가 나타나 성성옹을 부르고, 성의백(誠意伯)을 재상으로 삼고 주일옹(主一翁)을 불러 천군의 나라에 쳐들어온 월백과 환백을 내쫓고, 욕생을 잡아 진 밖으로 물리친다. 결국은 주일옹이 천군을 맞아 환도하게 되고, 천군이 성성옹 · 주일옹 · 성의백 등을 조회하도록 하여 그 동안의 일을 치하하면서 공이 있는 자에게는 포상하고 죄 있는 자에게는 벌을 준다. 천군의 나라가 다시 평정된다.
「천군연의」는 장편의 한문소설(漢文小說)이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매우 복잡하다. 주인공 심(心)의 의인(擬人)인 천군을 중심으로 크게 두 부류의 인간형으로 나뉜다.
첫째, 충신형의 인물인 성성옹은 성성(惺惺)의 의인이다. 성성은 마음이 환한 모양 또는 똑똑한 모양의 뜻이니 성성옹은 총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천군이 간사한 무리들에게 현혹되어 위태롭게 되었을 때에 그에게 충간하고 또 간사한 무리를 쳐부수게 한 인물이다. 주일옹은 정주학파(程朱學派)의 술어인 주일무적(主一無適)에서 나온 말이다. 천군의 나라에 침입한 적을 깨뜨린 인물이다. 성의백은 성의(誠意)의 의인으로 성실한 마음을 의인화하여 만든 인물이다. 위의 세 인물은 모두 경(敬)의 의미로 집약할 수 있다. 각기 경을 다른 이름으로 명명한 것이다.
둘째, 간신형 인물인 월백은 ‘월녀는 천하백(天下白)’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환백은 술의 의인으로 주천군(酒泉郡) 사람이다. 술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는 데에서 명명된 것이다. 욕생은 인간의 욕심에 대한 의인으로 성인에게 미움과 배척의 대상이었다. 이밖에도 칠정(七情)을 의인화한 희씨(喜氏) · 노씨(怒氏) 등과 이목구비의 의인인 이관(耳官) · 목관(目官) 등이 있다.
이렇게 「천군연의」는 충신형 인물과 간신형 인물 사이의 대립 · 갈등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주색을 경계하고 군자로서 올바른 마음을 지닐 것을 권하고 있다. 「천군전(天君傳)」과 비교하여 고찰하면 「천군연의」는 「천군전」의 구조에다 작자의 허구적인 창의력을 가미시켜 보다 많은 인물의 등장과 보다 다양한 사건을 설정하고 있는 발전적 구조를 보여 준다.
「천군연의」는 철학적인 심성론(心性論)을 소설의 형식으로 해석했다는 특징이 있으며, 작가와 관련해서는 작가의 삶과 현실 사이의 부조리나 대응 방법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연의’라는 형식을 통해 당대 소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