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2월 『백민(白民)』에 발표되었다. 내시(內侍) 집안의 며느리로 팔려간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분이’는 7남매를 둔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다. 아버지는 궁핍에 지쳐 아홉 살 된 분이를 내시인 김동지(金同知)의 손자 며느리로 팔고 북간도로 떠나버린다. 분이는 비슷한 사정으로 내시의 며느리가 된 시어머니와 깊은 정을 나눈다.
그러나 내시의 양자로 들어온 남편과는 부부로서의 애정이 없다.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면서 불구자요, 성격이 괴팍한 남편을 미워하게 된다. ‘그 지긋지긋한 남편, 몸에서 독특한 노린내가 나고, 그 주제에 양기를 돋우겠노라고 장복하는 파 마늘 내가 푹푹 풍기는 입김을 얼굴에 함부로 내뿜으면서……야윈 팔다리로 사람을 허비고, 물어뜯고, 곤욕을 보이는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싫었다.
그러한 그녀가 건강한 사내를 알게 되고 그에게 마음이 기울어지면서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남자가 함께 도망가자고 제의하였을 때 그러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자기를 친딸 이상으로 아껴준 시어머니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는 인정의 끈에 얽매이게 된다. 시어머니와 둘이서만 시골에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서울에 있던 남편이 시골로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분이는 갈등과 불안 속에 있다가 자살하고 만다.
인간이 원초적(原初的)으로 지니고 있는 본능과 그 본능을 억제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인정의 갈등 속에 한 여인이 희생되고 있다. 감정적으로 싫은 남편과의 생활은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었고, 그렇다고 인정을 저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었던 전근대적 여인상을 이 소설에서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분이로 하여금 도망을 하게 한 것도 아니고, 인종의 미덕을 지키기를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 전통적 인습의 붕괴 과정에서 희생되는 인간의 삶을 조명한 것으로,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