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말 신파극의 막간으로부터 출발한 악극은 1940년대에 와서 대중연극의 전성기를 누렸던 음악극양식으로 음악·무용·연극이 결합된 독특한 양식이다.
악극이 서양의 오페라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극히 통속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고급문화에 접해보지 못한 당시 대중은 악극을 매우 좋아하였기 때문에 그 어떠한 연극양식보다도 높은 인기를 모았다.
광복 직후에 윤부길(尹富吉) 등에 의하여 발족된 KPK악극단은 서울과 지방을 돌면서 연간 수십회씩 공연을 가졌다. 대표작들을 꼽아보면 1947년 5월의 <풍차도는 고향>(金海松·李水山·金貞桓 합작)과 <남남북녀>(尹富吉·金海松 작)를 비롯하여 1948년의 <한많은 유심사(唯心寺)>(尹富吉·金海松 작), 1949년의 <남편의 고통>(몰리에르 원작), 1950년의 <로미오와 줄리엣>(셰익스피어 원작) 등 여러 편이다.
이 악극단의 특징은 서양의 고전적인 명작을 여러 편 공연한 점으로 시공관을 비롯한 당시 대표적인 극장에서 주로 공연함으로써 명성을 떨치기도 하였다. 물론, 10여개가 넘는 악극단들이 비슷하게 창작극과 번안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기는 하였지만, 이 악극단은 특별히 번안극에 신경을 쓴 듯하다.
그러나 이 악극단도 다른 악극단들처럼 저급한 대중에 영합하느라 타락해 갔고, 결국 6·25사변과 함께 단원들이 남쪽으로 내려가서 조금 활동을 모색하다가 해산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