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에 보우(普愚)가 지은 한시. 지은이는 고려말의 승려로 백운(白雲)·나옹(懶翁)과 함께 여말3가(麗末三家)라고 불리고 있다. 『태고화상어록(太古和尙語錄)』 상권에 수록되어 있다.
「태고암가」는 모두 82구로 7언이 주조를 이루며, 단을 바꿀 때 6언으로 된 구가 5구가 있다. 이 점은 불교가송의 한 특질이기도 하다. 한시의 형태로는 악부체(樂府體)에 속한다. 태고암은 지은이의 호로 삼각산에 암자를 짓고 붙인 이름이다.
「태고암가」의 내용은 자신이 왜 ‘태고’라는 호를 취하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내 이 암자에 살고 있지만 나도 알지 못해, 깊고깊고 좁고좁지만 옹색함은 없다. 하늘 땅을 덮개 삼아 앞뒤 없으며, 동서남북 어느 한 곳에 머무름 없다[吾住此庵吾莫識 深深密密無壅塞 函蓋乾坤沒向背 不住東西與南北].”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보이듯이 어디에도 매임 없이 초탈한 선사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태고암가」를 4단락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 시의 흐름은 “추한 밥 정한 밥, 사람마다 자기 입맛 따라 취한다. 운문의 호떡이나 조주의 차 한 잔도, 이 암자의 무미의 식사만 하랴[麤也飡 細也飡 任爾人人取次喫 雲門糊餠趙州茶 何似庵中無味食].”로 시작된 둘째 단락에서 무미식(無味食)이 암시하듯이 맛 없는 밥이 진짜 맛 있는 밥이라는 역설로 태고암의 초탈한 생활을 노래하였다.
“그대 보지 못했나 태고암의 태고스러운 일을, 다만 지금같이 밝고 뚜렷해. 백천 삼매가 이 안에 있어, 인연따라 모든 사물 이롭게 하면서도 항시 적적하다[君不見太古庵中太古事 只這如今明歷歷 百千三昧在其中 利物應緣常寂寂].”로 시작되는 셋째 단락은 태고라는 의미가 시간의 연속이지만 그 시간은 지금의 이 시간에 있다는 시간의 초월상을 말하고 있다.
“모날 수도 있고 둥글 수도 있어, 흐름 따라 구르는 곳 모두가 유현한 진리. 나에게 산속 경치 묻는다면, 솔바람 소슬하고 달은 시내에 가득하다 하리[能其方能其圓 隨流轉處悉幽玄 君若問我山中境 松風蕭瑟月滿川].”라고 한 넷째 단락은 태고암의 주변경관을 서술하되 선사에게 비치는 선경을 서술하여 제목으로서의 태고암을 서경적으로 끝맺었다.
「태고암가」는 태고암이라는 암자의 영물시(詠物詩)처럼 보일 수 있지만 태고암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태고라는 무한의 시간이 지금과 맞닿는 점에서 시간의 초월성을 보이고, 암자라는 좁은 공간에 천지사방을 수용한 공간의 초탈을 의미하였다.
이 점이 이 노래가 가지는 깊은 내용으로 이러한 뛰어난 점은 당시 중국의 명망 높은 승려인 석옥화상(石屋和尙)이 이 노래를 보고 바로 득도의 경지라 탄복하면서, 자신이 노래로 대답한 것이 「태고암가」의 발문처럼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