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오씨(吳氏). 호는 소요(逍遙). 법명은 태능(太能). 전라남도 담양 출신. 서산대사 휴정(休靜)의 전법제자(傳法弟子)이자 소요파(逍遙派)의 개조(開祖)이다.
13세에 백양산(白羊山)의 경치에 감화 받아, 진대사(眞大師)로부터 계(戒)를 받고 출가하였다. 그 후, 속리산과 해인사 등지에서 부휴(浮休)에게 경률(經律)을 익혔는데, 부휴의 수백 명의 제자들 중, 태능 · 충휘(沖徽) · 응상(應祥)이 법문(法門)의 삼걸(三傑)이라 불렸다.
그는 묘향산으로 휴정을 찾아가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화두를 물었다. 문답한 뒤, 휴정은 의발(衣鉢)을 전하고 3년 동안 지도한 뒤, 개당설법(開堂說法)을 하게 하였다. 그 뒤 휴정에게 다시 탁마한 후, 크게 깨달았다. 1624년(인조 2) 남한산성의 서성(西城)을 보완하였으며, 지리산의 신흥사(神興寺)와 연곡사(燕谷寺)를 중건하였다. 1649년 11월 21일 법문과 임종게를 설하고 나이 87세, 법랍 75세로 입적하였다.
그는 선(禪)과 교(敎)를 하나의 근원에서 파생한 두 가지 흐름으로 보는 전통적 견해를 취하였는데, 이러한 사상과 경향은 서산대사와 일맥상통한다. 『소요당집서(逍遙堂集序)』에서는, 서산대사의 뛰어난 제자들 중에 오직 그만이 선지(禪旨)를 통달하였다고 하였다. 그는, 본래청정(本來淸淨)하고 자재하며 완전한 일물(一物)인, 우리의 자성(自性)이 구체적 현실 속에서 참된 주인공으로서 작용하는데, 이 참주인공을 자각한 사람만이 온전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선사상이 실참실수(實參實修)를 통한 체험에 있음을 실감하고, 상징적인 비유를 통하여 개념적인 지식을 초월하여 바로 그 실상을 실감하도록 하는 선종의 방법으로 제자들을 깨우치려 하였으며, 철두철미하게 불교를 주체적으로 깨닫도록 하고자 노력하였다. 뛰어난 제자로는 현변(懸辯), 계우(繼愚), 경열(敬悅), 학눌(學訥), 처우(處愚), 천해(天海), 극린(克璘), 광해(廣海)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소요파로 불리는 수백 명의 제자들이 있었다. 저서로는 『소요당집』 1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