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A5판. 4면. 1981년 중앙출판주식회사에서 간행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줄곧 탐구해 온 고소설 일반론 및 작품론을 모은 것으로 수록된 논문을 순서대로 들면 다음과 같다.
작품 각론 편에는 <명주보월빙 연구>·<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춘향전(春香傳) 연구>가 수록되어 있고, 일반론 편에는 <고대소설의 세속화(世俗化) 과정 시론(試論)>·<고전소설의 사회와 인간>·<낙선재(落善齋) 소설 연구>가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명주보월빙 연구>는 100책이나 되는 방대한 작품을 자세하게 연구한 노작으로, 저자는 한국 고소설사에서 소위 낙선재본소설(樂善齋本小說)이라 불리는 장편 대하물에 관한 조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고소설에 관한 총체적인 이론의 정립을 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여겨 <명주보월빙 明珠寶月聘>을 하나의 범례로 삼고 우리 대하소설이 보여주는 작품의 구조와, 이 총체적 구조를 통하여 포착되는 존재론적 특징을 구명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명주보월빙>은 도선적(道仙的) 초월주의를 세계관과 존재론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전형적인 신성소설(神聖小說)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취유부벽정기의 도가적 문화의식>에서는 김시습(金時習)의 작품인 <취유부벽정기>의 구조를 도가적인 문화의식과 관련시켜 해석하였다.
이 작품에는 짙은 색조의 도가적 문화의식이 투영되어 있는데, 이는 동이민족의 문화적 요체로 지상계와 천상계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근거로 한 것이다. 따라서 그 미학적 기조도 초월적 신비주의가 기반이 된다고 하였다. <영이록 소고>에서는 <영이록>의 신성성(神聖性)을 밝히고 있는데, 이 신성성은 비단 배경적 요소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주제로서 작품 전반에 용해되어 있어 이 작품은 신성소설류 중에서도 그 극치점에 놓여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낙천등운 고>에서는 <낙천등운>의 작품 가치를 규명하였는데, 이 작품의 가치는 신성사회(神聖社會)와 세속사회(世俗社會)의 중간지점에 위치하여 그것의 변이과정을 보여주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춘향전 연구>에서는 작품 분석의 방법론으로 성격심리학의 도입 가능성을 시도하여 춘향의 성격 분석을 중점적으로 고찰하면서 사회사적 문제의식을 함께 검토했다.
그 결과 춘향은 이중적인 행동체계를 보이는데 그 이유를 성격 요인의 면에서 본다면 신분적 열등의식에서 헤어나려는 몸부림이라고 했다. 그리고 열녀의식은 성취욕구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적 가치로서 자기 합리화요, 보상행위라고 하였다. 시대상황과 결부해 볼 때 중인 이하의 계층에서는 유교적인 덕목보다는 상류사회에 진출하려는 개인적인 욕구가 훨씬 더 강하였다는 사실을 구명함으로써 춘향과 같은 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팽창해 있었음을 검증하였다.
<고대소설의 세속화과정 시론>에서는 신성성과 세속성이라는 두 대립적인 문화 개념을 염두에 두고 고대소설의 세속화 과정을 살피고 있다. 고대소설을 그 주제, 갈등과 위기, 위기의 해소 과정, 인물, 분위기 등의 작품 요소에 따라 신성사회적인 작품과 세속사회적 작품의 두 가지 유형으로 묶고, 전자에는 <숙향전>·<숙영낭자전>·<유충렬전>·<조운전> 등이 해당되며, 후자에는 판소리계 소설, 연암소설, 애정소설 등이 해당된다고 했다.
그리고 중간 계열에 드는 작품으로 <낙천등운>을 설정하였으며, 세속화 과정의 요인으로 경제적인 요인과 실학의 영향을 들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임병 양란을 분기점으로 잡고 있다. 그리고 <고전소설의 사회와 인간>에서는 고소설이 신성소설과 세속소설로 구분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이 두 가지 소설의 대립으로 소설사를 이해하는 관점을 체계화하였다.
그 결과로 근대화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세속화로 이해하면서 고소설의 자체적인 발전적 역동성을 발견하여 현대문학과의 접맥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낙선재본소설 연구>에서는 낙선재본 소설을 중심으로 우리 고소설에서 혼사장애(婚事障碍) 주지(主旨)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검토하였다.
주인공의 혼사장애는 분리-고행-귀환이 순환되는 구조를 보이는데 낙선재본 소설은 반복되는 여러 갈래의 혼사장애에 다른 주지의 삽화가 병렬적으로 또는 순차적으로 첨가됨으로써 작품 규모는 거대해져 장편 대하소설의 구조적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신사적 측면에서 미학적 기저를 탐색하였는데 신이적 초월주의 미학이 이들 작품군의 미학적 주조를 이루면서 초월주의와 현실주의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군, 현실주의적 세계관을 기저로 한 작품군 등 세 부류의 작품군이 혼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 동안 발표한 논문을 모았으면서도 신성소설이라는 것과 세속소설이라는 것이 고소설에서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문제를 여러 차례 다루어서 정신사적 연구의 심화를 꾀했으며, 자료로서는 소위 낙선재 소설의 주요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하고 고찰하는데 힘썼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