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이익(李瀷)이 지은 악부시(樂府詩). 목판본. ≪성호선생전집 星湖先生全集≫ 권7·8에 수록되어 있다. ≪성호선생문집≫을 간행할 때에 동시에 판각한 것이며 작품에 관한 서문이 따로 없기 때문에 편찬의 동기나 경위를 알 수 없다.
조선 후기 해동악부계열 작품의 일종이며, 이광사(李匡師)의 <동국악부 東國樂府>, 신광수(申光洙)의 <관서악부 關西樂府>, 안정복(安鼎福)의 <순암악부 順庵樂府>와 함께 18세기 악부시의 대표적 작품이다.
목차 중에서 맨 처음 도솔가(兜率歌)에서 여나가(余那歌)까지 29편은 신라에 해당하는 것이고. 칠릉석(七稜石)에서 성상배(城上拜)까지 5편은 고구려에, 차지한(借地恨)에서 낙화암(落花巖)까지 6편은 백제에, 종제전(種穄田)에서 효심행(效心行)까지 46편은 고려에, 수산행(手傘行)에서 궁중류(宮中柳)까지 33편은 조선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체 119편의 작품이 신라·고구려·백제·고려·조선 등 왕조의 정통성 및 역사적 시간의 순차에 따라 정연하게 구성된 것이다.
그리고<도솔가>·<처용가 處容歌>·<황조가 黃鳥歌>·<정읍사 井邑詞>처럼 전통시가와 그에 얽힌 설화를 작품화한 것도 있고, <황창랑 黃昌郎>·<성충탄 成忠歎>·<금문우객가 金門羽客歌>처럼 역사적 인물의 일화와 충절을 읊은 것도 있다. <성상배>·<금강성 金剛城>·<연복정 延福亭>·<별초탄 別抄歎>처럼 전쟁고사를 그린 것도 있고, <포석정 鮑石亭>·<칠릉석>·<낙화암>처럼 국가의 흥망대사를 읊은 것도 있다. 아울러 풍속·제도·전설·사대부일화, 물산의 기원 등을 두루 작품화하여 제재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의 형식은 대부분의 해동악부가 그런 것처럼 행수(行數)·구법(句法)·운법(韻法)이 일정하지 않으며, 제목·사실서술·작품 등 3요소가 연속적으로 어우러진 모양을 취한다.
특히 이 작품은, ① 각 개별작품 소서(小序)의 사실 기술이 유난히 자세하고 구체적이어서 작자의 실증적 태도를 강하게 반영한다. ② 민족의 전통과 뿌리를 체계화하려는 작자의 주체적 민족정신이 드러나 보인다. ③ 우리 나라의 지명·인명·고유명사와 독특한 서술적 시어가 대폭 수용되어 있다. ④ 전체 작품이 작자의 정통론적인 사관에 입각한 역사적 체계를 지닌다는 등의 두드러진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조선후기 정신사 전반의 변화상황과 한문학의 새로운 지향을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이다.
밀양 퇴로서숙(退老書塾) 판본 50권, 목록 2권 합 27책의 목판본 ≪성호선생문집≫과 서울대학교 도서관 소장 64권, 목록 2권 합 38책의 ≪성호집 星湖集≫ 및 경상남도 모렴당(慕濂堂) 판본 68권, 목록 2권 합 36책의 목판본 ≪성호선생전집≫ 등에 두루 수록되어 있다. 일본 도요문고(東洋文庫) 소장 41책의 ≪성호선생전집≫에는 수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