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282cm. 1462년(세조 8)에 조선 태조의 후비(后妃) 신덕왕후(神德王后)의 원찰이었던 흥천사용으로 제작된 종이다. 조선 초기에는 강력한 전제왕권의 확립을 상징하듯 국가의 발원과 재력을 동원한 대형의 범종이 많이 제작되었다. 이 종 역시 그러한 시기적 경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서, 음통(音筒) 없이 두 마리의 용으로 구성된 용뉴(龍鈕)와 종신 중단에 2줄의 융기선 횡대(橫帶)를 두른 전형적인 중국 종 양식을 갖추고 있다.
불룩 솟은 천판(天板) 외연에는 상대(上帶)처럼 꾸며진 연판문대(蓮瓣文帶)를 두르고, 종신은 중단에 돌린 횡대로 상·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도록 구성되었다. 종신 상부에는 방형의 유곽대(乳廓帶)가 네 곳에 배치되었고 유곽대 내부에는 연화좌(蓮花座) 위에 돌기된 종유(鐘乳)가 9개씩 장식되었다.
유곽과 유곽 사이마다 원형 두광(頭光)을 갖추고 합장한 모습의 보살입상(菩薩立像)이 유려하게 부조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이후 제작되는 조선 범종의 하나의 전형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유곽과 보살상은 고려 말에 유입된 중국 종 양식과 또 다른 한국 전통형 종의 잔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종구(鐘口)에서 위로 올라온 부분에는 하대(下帶)처럼 묘사된 파도문대가 장식되어 있다. 횡대와 이 문양대 사이에 장문(長文)의 명문이 돋을새김 되어 있는데, 이 종이 왕실 발원에 의해 1462년(세조 8)에 흥천사용으로 제작된 사실과 종을 제작할 당시의 수공업(手工業) 분업 상황 및 직제(職制)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