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기의 문인 김황원(金黃元, 1045~1117)이 지방관으로 가면서 지은 시에 여러 사람들이 화답한 시들을 묶어 편집한 화운시집(和韻詩集)이다.
김황원이 대간(臺諫:간관의 우두머리)으로 있을 때 여러 번 바른 말을 한 것이 임금의 뜻을 거슬러 성주태수(星州太守)로 좌천되어 가던 중, 마침 조정으로 돌아오던 이궤(李軌, ?~1122)를 분행역(分行驛:경기도 안성시 죽산)에서 만나 시로써 증별(贈別)하였다.
당시의 공경대부(公卿大夫)들이 그의 시구 “갈대숲이 우수수하니 가을의 호숫가요, 강산이 아득하니 석양이로구나(蘆蘆蕭蕭秋水國, 江山杳杳夕陽時)”에 따라 화운(和韻)한 시가 100여 수(首)가 되었는데, 이를 엮어『분행집(分行集)』이라 하였다.
현전하지 않아 자세한 서지사항을 알 수가 없다. 『분행집』에 관한 기록은 『파한집(破閑集)』권하와 『해동문헌총록(海東文獻總錄)』의 「제가시문집(諸家詩文集)」에서 보인다. 『파한집』에 따르면 학사(學士) 박승충(朴昇冲)이 서문을 쓰고, 예종(睿宗)의 아우 대원공(大原公, 王侾, ?~1170)이 판(板)에 새겼다고 한다.
김황원이 분행역에서 지은 시(칠언율시)는 지방관으로 떠나가는 노정객(老政客)의 과거에 대한 회한(悔恨)과 신세 한탄(恨歎)이 주조(主調)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 시에 화운한 여러 문사(文士)들의 시들도 그의 처지를 위로하는 내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황원은 고문(古文)에 능하여 해동(海東) 제일이라는 칭찬을 받은 인물로, 우리나라 최초의 화운증별 시문집이라는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