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 고원(雲峰 高原)은 전북특별자치도 남동부의 소백산맥에 위치한 분지 형태의 고원으로, 그 범위는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운봉읍의 행정 구역과 일치된다. 운봉 고원은 운봉천이 흐르는 북동쪽과 구룡 계곡이 위치한 남서쪽 가장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6001,300m 사이의 높은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450550m 고도의 분지 지형을 이루고 있다.
소백산맥을 따라 내려오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운봉 고원의 북쪽 경계를 이루다가 고원의 남서쪽에서 고원 내부를 관통하여 지리산 노고단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운봉 고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앙과 북동부 지역은 지표면을 흐른 하천이 낙동강에 흘러드는 낙동강 유역에 속하지만, 남서부의 일부 지역은 섬진강 유역에 해당된다.
운봉 고원이 위치한 운봉읍은 삼한시대에는 진한(辰韓)의 영토였고 삼국시대에는 모산현(母山懸)이라 불리는 신라의 국경 요새지였다가, 757년(신라, 경덕왕 16)에 현재의 지명인 운봉현(雲峰縣, 雲城)으로 개칭되었다. 운봉의 지명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운봉이라는 지명이 북한의 개마고원에 위치한 두운봉(頭雲峯)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두운봉도 운봉과 마찬가지로 높은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는 고원상의 분지 지형인데, 두운봉 일대에 거주하였던 발해 유민들이 운봉에 정착하면서 두운봉과 비교하여 붙인 지명이라는 설이다.
운봉 고원의 지질은 대부분 중생대 대보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원의 남쪽과 북쪽에는 지리산 변성암 복합체가 분포하고 있다. 운봉고원은 해발고도 450~550m 범위의 분지상 고원으로써, 남동쪽의 산지에서 람천(濫川)이 발원하여 북류 및 동류하여 엄천강과 남강에 유입되어 결국 낙동강에 흘러들고, 백두대간의 분수계 너머인 운봉 고원 최남단의 주촌리에서는 주촌천이 발원하여 좁고 깊은 협곡을 형성하며 서쪽으로 흘러 요천에 유입되어 결국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운봉 고원은 내륙의 고원 상에 위치하므로 기온의 계절적 차이가 큰 대륙성 기후를 나타낸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남원의 연평균 기온은 12.2℃, 8월(최난월) 평균 기온은 25.4℃, 최한월(1월) 평균 기온은 -1.6℃이다. 따라서 운봉 고원은 남원 기상대에 비해 400500m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하므로, 약 23℃ 더 낮은 기온 범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운봉 고원의 형성은 지반융기와 차별침식의 결과이다. 신생대 제3기 후반 이후로 지리산 일대를 중심으로 지반 융기가 발생하면서, 운봉 고원은 단층선을 사이에 둔 서쪽의 남원시 일대에 비해 더 큰 지반 융기가 일어난 결과 현재와 같이 고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운봉고원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활발한 풍화 및 침식작용을 받아 고도가 낮아지고 기복이 완만해지면서 분지 형태의 지형으로 변화되었고, 상대적으로 풍화 및 침식에 강한 주변의 편마암 지역은 높은 봉우리와 능선으로 남아 분지상의 운봉 고원을 둘러싸고 있다.
운봉 고원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람천의 유역은 침식 작용이 활발하지 않지만, 경사가 매우 급한 주촌천 유역은 하천의 침식작용이 매우 활발하여, 좁고 깊은 협곡을 이루며 상류쪽으로 골짜기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람천과 주촌천의 경계를 이루는 주촌리와 덕산리 일대에서는 주촌천이 람천 유역에 침입하여 주촌천의 유역으로 취하는 하천 쟁탈(stream piracy)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현재 운봉 고원의 남서쪽에 치우쳐 위치한 백두대간의 분수계가 수만 또는 수십만 년 후에는 고원의 중앙부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다.
운봉 고원은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운봉읍의 행정 구역과 거의 일치된다. 운봉읍은 1995년 읍으로 승격되었으며, 읍 소재지는 서천리이다. 운봉 고원은 지형적인 이점 때문에, 배추, 고추, 마늘 등의 고랭지 채소와 화훼 재배가 활발하다. 그리고 용산리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면양목장 국립종축장이 위치해 있으며, 준향리에는 한국 경마축산 고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는 등, 축산업도 활발한 지역이다. 과거에는 유기(鍮器)와 목기(木器)가 유명하여 운봉장은 전북 지역에서 손꼽히는 명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