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조선 말기 문신 허전의 초상화로 흑관(黑冠: 검은색 관으로 유학자들이 평상시 쓰던 모자)을 쓰고 심의(深衣: 선비들이 입던 웃옷) 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전신교의좌상(全身交椅坐像)이다. 「허전초상」은 선생의 재실(齋室)인 이택당(麗澤堂 여택당) 안의 물산영당(勿山影堂: 재실 내에 초상화를 모셔놓은 건물의 이름)에 보존되어 오다가 2008년경기도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허전은 조선말기 문신으로 본관은 양천(陽川), 자는 이로(而老), 호는 성재(性齋)이다. 허전은 타고난 바탕이 영특하고 호매하였으며, 어려서부터 가학(家學)을 이어받아 효경을 먼저 읽었다. 이익(李瀷), 안정복(安鼎福), 황덕길(黃德吉)로 이어지는 기호(畿湖)의 남인학자로서 영남 퇴계학파를 계승한 유치명(柳致明)과 더불어 학문적으로 쌍벽을 이루었다. 그의 사상은 주로 경연에서 경의(經義)와 관련하여 항상 실심(實心)·실정(實政)을 강조하였으며, 정책에 있어서는 현실에 투철하여 전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저서로는 『성재문집(性齋文集)』과 선비의 생활의식을 집대성한 『사의(士義)』, 『종요록(宗堯錄)』, 『철명편(哲命編)』이 있다.
흑관에 심의를 입고 단아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허전초상」은 얼굴 표현이 모두 선묘로 되어 있는데, 피부의 결에 따라 선을 무수히 잇대어 그려 입체감을 나타내었다. 눈은 속쌍꺼풀에다 위 눈꺼풀이 늘어진 모습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였으며, 눈꼬리가 매섭게 치켜 올라가 있어 노학자의 꼿꼿한 성품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옷주름 역시 선으로 묘사한 후 그 위에 짙은 회색 선으로 덧 그리고 선을 따라 음영을 주어 처리하였다. 초상화의 주인공 앞에는 책상이 놓여 있고 책이 펼쳐져 있다. 서안 위에 놓인 책갑과 서책 등은 학문에 정진하는 학자와 문인의 표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18세기 중반 이후 나타나는 표현으로 주인공의 신분이나 취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그의 학자로서의 성과나 자세를 말해주는 것이다.
일상을 재현한 초상화 중에서 한거(閑居) 초상의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조선후기 임매, 조숙하 초상화의 계열이다. 문중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 작품은 생전에 어명에 의해 그려졌다고 하므로 1886년 이전에 제작된 것이며, 조선후기 초상화 중 유복본(儒服本: 선비의 평상시 복장) 초상화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