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은 『맹자요의(孟子要義)』에서 “천(天)은 사람에게 자주지권을 주었다. 가령 선을 하려고 하면 선을 행하고 악을 하려고 하면 악을 하여, 향방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그 결정은 자기에게 달렸으니, 금수가 정해진 마음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선을 하면 실제로 자신의 공이 되고 악을 하면 자신의 죄가 된다. 이는 심(心)의 권능(權能)이지 이른바 성(性)이 아니다.”라고 하여 인간의 자주지권은 천명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며, 마음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그의 윤리 구조에 의하면, 상제천(上帝天)은 자율성의 근거가 되고, 자율성의 주체가 인간이라면, 심(心)은 자율성의 기제(機制)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천인합일의 구조 속에서 인간은 성선(性善)에의 경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심경밀험(心經密驗)』에서 “천은 이미 인간에게 선할 수도 악을 할 수도 있는 권형(權衡)을 주었다. 이에 또 한편으로는 선을 하기도 어렵고 악에 빠지기는 쉬운 육체를 주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을 좋아하고 악을 수치스러워하는 성(性)을 부여하였다. 만일 인간에게 이런 본성이 없었다면, 우리 인간은 예로부터 어느 한 사람이라도 하찮은 조그마한 선(善)마저 실행하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솔성(率性)이라 말하고 존덕성(尊德性)이라 말하는 것이다. 성인(聖人)이 성을 귀중한 보배로 여겨 감히 이를 잃지 않으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하여 선과 악이 혼재한 현실에서 자신의 의지와 결단에 따라 선 또는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다산은 성(性)은 기호(嗜好)를 중심으로 한 것이고, 심(心)은 권형(權衡)을 주로 한 것이라고 보았는데, 성이 선을 추구하는 경향성이 있지만 심은 선을 할 수도 있고 악을 할 수도 있는 권형(權衡)을 지니고 있어서 ‘자주지권’으로 도덕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