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허어록』은 1440년(세종 22) 경상도 문경 봉암사에서 간행한 목판본 불서이다. 이 불서의 저자 득통 기화는 조선 초에 활동한 대표적인 선승이다. 그는 '나옹 혜근-무학 자초'로 이어지는 법맥을 이었으며, 불교 억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현정론』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을 남겼다. 이 책의 본문은 문, 가찬, 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화의 생애와 불교사상을 이해하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11월 19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득통 기화(得通己和, 1376~1433)는 조선 초기에 활동한 선종의 대표적인 선승(禪僧)이다. 그는 속성이 유씨(劉氏)이고, 호가 득통, 당호가 함허(涵虛), 법호가 무준(無準)이다. 처음 법명이 수이(守伊)였으나 후에 기화로 바꾸었다.
그는 1396년(태조 5)에 관악산 의상암에서 출가하였고, 다음 해에 회암사(檜巖寺)로 가서 나옹 혜근(懶翁惠勤)의 제자인 무학 자초(無學自超)의 법요를 듣고, 그의 법맥을 이었다. 이후 구도 행각을 하였고, 대자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에 머물렀고 문경 봉암사(鳳巖寺)를 중수하였다.
그는 불교 억제 정책이 추진되던 조선 초에 불교를 옹호하는 저술을 비롯하여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저술은 『 금강경오가해설의(金剛經五家解說誼)』, 『금강경윤관(金剛經綸貫)』, 『원각경설의(圓覺經說誼)』, 『선종영가집설의(禪宗永嘉集說誼)』 등 선종(禪宗)에서 중시하는 경전에 대한 주석서와 함께, 유교의 불교 비판에 대한 반론과 불교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 현정론(顯正論)』이 남아 있다.
『함허어록(涵虛語錄)』의 정확한 명칭은 『함허당득통화상어록(涵虛堂得通和尙語錄)』이다. 간기(刊記)에 "정통오년경신칠월일(正統五年庚申七月日) 문인문수□유판희양산봉암사(門人文秀□留板曦陽山鳳岩寺)"라는 기록을 통해 1440년(세종 22)에 문인인 문수(文秀)가 문경 봉암사에서 간행하였던 판본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에 '법화경후발(法華經後跋)'과 문인 야부(埜夫)가 쓴 '함허당득통화상행장(涵虛堂得通和尙行狀)'이 있다. 간행에 힘쓴 문도로 문인 학미(學眉), 지생(智生) 등이 기록되어 있고, 각수(刻手), 시주자의 명단 등이 나온다.
이 책에는 정통(正統) 4년, 곧 1439년(세종 21)에 전여필(全汝弼)이 쓴 서문이 있으며, 본문은 문(文) 29편, 가찬(歌讚) 11편, 시 8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문은 「천왕태후선가법화제삼회(薦王太后仙駕法華第三會)」, 「위성녕대군헌가하어(爲誠寧大君仚駕下語)」, 「정랑이공전위모하씨선가육도보설(正郞李恭全爲母河氏仙駕請六道普說)」을 비롯한 천도문과 제문, 보설과 하어를 비롯한 법어가 대부분이다.
가찬은 「대승기신론석제병서(大乘起信論釋題並序)」, 「원각경제(圓覺經題)」, 「미타경찬彌陀經讚」, 「영가집십장찬송병서(永嘉集十章讚頌竝序)」 등이 있는데 기화가 중시한 경전, 저술, 불교신앙이 어떠한가를 보여 준다.
그는 아미타불의 공덕(功德)과 극락세계의 공덕, 그리고 염불하여 왕생하는 공덕을 찬탄하는데, 고려 말 이후에 선종에서 유심정토설(唯心淨土說)을 수용하는 경향이 한 걸음 더 나아간 분위기를 보여 준다.
『함허어록』은 득통 기화의 생애, 불교사상과 신앙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며, 조선 초기의 불교사, 불교사상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11월 19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