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昌原) 봉림사(鳳林寺) 『함허당득통화상현정론(得通和尙顯正論)』은 1544년(중종 39)에 목판본으로 발간된 득통화상 기화가 찬술한 불서이다. 이 불서는 조선 전기 승려 기화가 당시 유교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불교에 대한 그릇된 견해와 비판에 대해 승려의 입장에서 반박하고 불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드러내고자 지은 책이다. 이 불서는 귀중본(貴重本)의 기준이 되는 임진왜란(1592년) 이전인 1544년에 간행했다는 명확한 간기가 있고, 본문의 인출 및 보관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조선 전기의 승려 함허당(涵虛堂) 득통화상(得通和尙) 기화(己和, 1376~1433)가 찬술하였다.
창원 봉림사 『함허당득통화상현정론』은 9행 20자본으로 전라도 소요산 연기사(烟起寺) 판본(1537년)과 비슷하다. 총 24장[현정론 장차(張次) 제1~24우장, 시주질(施主秩) 장차 제24좌장]이다.
광곽(匡郭) 형태는 사주단변(四周單邊)에 반곽(半郭)이며, 광곽 크기는 세로 16.4㎝, 가로 12.8㎝이다. 계선(界線)은 무계(無界)이며, 판구는 흑구(黑口)이다. 어미(魚尾)는 흑어미(黑魚尾)가 내향(內向)하고 있다. 책 크기는 세로 24.5㎝, 가로 15.8㎝이다.
현재 전해지는 『현정론(顯正論)』의 판본은 1526년(중종 21) 전라도 광양(光陽) 백운산(白雲山) 초천사(招川寺) 간행본(동국대학교 도서), 1537년(중종 32) 전라도 흥덕현(興德縣) 소요산(逍遙山) 연기사(緣起寺) 중간본(간송미술관 도서), 1544년(중종 39) 황해도 토산(兎山) 학봉산(鶴鳳山) 석두사(石頭寺) 간행본(고려대학교 도서), 간행 연대 미상본(국립도서관 도서), 오대산(五臺山) 상원사(上院寺)에서 간행한 연인본(鉛印本)이 남아 있다.
『 한국불교전서』에서는 백운산 초천사 간행본을 저본으로 삼고, 나머지 판본들을 대조하여 교감하고 있다.
창원 봉림사 도서는 간기(刊記) 내용을 통해서 볼 때 가정(嘉靖) 23년에 해당하는 1544년에 발간된 귀중본(貴重本)이다. 이 판본은 초천사 간행본과 내용은 같지만, 판형이 다르다. 연기사 중간본은 서문 1장, 「동오사문은부현정론(東吳沙門隱夫顯正論)」 16장이 더 들어 있다.
조선 초기 배불론(排佛論)에 대한 불교의 바른 이해를 위하여 저술하였다. 삼교가 원리적인 면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고, 불교가 현상적인 우월성이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면서 배타적인 유교 지식인들의 배불론에 맞서서 서로 같고 다른 점을 찾아 이를 받아들이고 그 위에 서로 공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기화는 불교의 세속적 유용성과 초세속적인 종교적 가르침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현정론』은 기화가 유학자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정리하면서 대답의 내용을 보완하고, 서문을 덧붙여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편에 14가지 문제를 문답식으로 논술하여 불교의 바름을 드러내고 불교의 법을 널리 펴려는 현정홍법(顯正弘法)의 뜻이 있다.
전체 구성은 크게 서론과 본문의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서론은 불교의 요체, 불교가 존재하는 이유, 불교와 유교의 관계에 대해 밝히고 있다.
본문은 14항목에 걸친 질의응답으로 되어 있다. 이 중 13항목은 유교측의 불교에 대한 비판적 견해의 질문과 이에 대한 기화의 변론이 전개되고 있다. 끝의 14번째 항목은 불교와 유교 및 노장사상의 우열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되어 있다.
불교는 유교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교에서는 덕과 예로써 다스리는 것 외에 형벌로써 다스리는 것이 있을 뿐인 데 반하여 불교에는 이에 더하여 인과의 법칙으로 교화하는 수단이 있다. 그리고 이는 상벌로써 다스리는 것보다 훨씬 효용이 크다.
나아가 기화는 불교가 세속의 통치에 도움을 주는 것은 단지 세속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불교가 지향하는 궁극의 가치인 해탈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초세속적인 종교적 가르침이라는 측면에서 불교의 존재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14항목은 다음과 같다. ① 출가는 불효. ② 출가는 불충. ③육식 금지와 불살생은 불효이며 예가 아님 ④ 술 마시지 않는 것은 예가 아님. ⑤ 보시의 보응(報應)은 재물을 탕진하게 함. ⑥ 영혼 불멸과 사후의 과보 받음은 망녕된 주장. ⑦ 화장은 예가 아님. ⑧ 전생 · 현생 · 내생이 있다는 주장은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남. ⑨ 오랑캐에게는 도가 없음. ⑩ 불교는 재앙을 가져옴. ⑪ 출가 승려들은 놀고 먹으니 사회의 해악. ⑫ 승려들의 타락. ⑬ 불경은 유교 경전보다 효용이 없음. ⑭ 불교와 유교 및 노장사상의 우열.
이를 주제별로 나누어 보면 첫째, 전생 · 현생 · 내생에 걸친 인과응보설과 같은 불교적 가르침의 진리성에 관한 내용, 둘째, 계율을 비롯한 불교의 실천 가르침에 관한 내용, 셋째, 왕조의 흥망성쇠와 불교의 관계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 관한 내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정론』은 유교에 대한 불교 옹호론의 중요한 저술로, 유교의 불교 배척에 대한 종교와 이념의 갈등 문제를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 해결하려고 했던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 유석질의론(儒釋質疑論)』과 휴정(休靜)의 『 삼가귀감(三家龜鑑)』에 이어졌다.
창원 봉림사 도서는 임진왜란 이전인 1544년에 발간된 귀중본으로 그 간기가 명확하며, 본문의 인출(印出) 및 보관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5월 21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