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동오은부 혜일(慧日)이다.
이 책은 부분권(不分卷) 1책이며, 전체는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는 ‘현정론(顯正論)’이다. 선장(線裝)은 오침안 선장본(五針眼 線裝本)이며, 판식은 사주단변( 四周單邊)이고, 반곽(半郭)의 크기는 세로 16.4㎝, 가로 10.2㎝이다.
본문에는 계선이 없으며(無界), 반엽(半葉)은 10행 18자, 판심은 백구(白口), 판심어미는 상하내향흑어미(上下內向黑魚尾)이다. 주(注)가 함께 들어 있다〔注雙行〕. 책의 크기는 세로 22.5㎝, 가로 12.5㎝이고, 종이 재질은 백색의 저지(楮紙)이다.
권말에 “가정17년무술맹하일 경상도지리산신흥사 개판(嘉靖十七年戊戌孟夏日 慶尙道智異山神興寺 開板)”이라는 간행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 있어 간행 시기는 1538년(성종 20)이고, 간행 장소는 경상도 지리산 신흥사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1537년 연기사 중간본인 기화(己和)의 『현정론』에 그 부록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유일한 것이다. 또한, 이 책과 동일한 1538년 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정론』은 여러 판본이 남아 있지만, 현재 많이 알려진 것은 기화의 판본이다. 기화의 『현정론』은 1526년(가정 5) 전라도 광양 초천사 간행본(동국대학교 도서)이 가장 오래된 것이며, 1537년(가정 16) 전라도 연기사 중간본, 1544년(가정 23) 황해도 석두사 판본이 남아 있다.
이 책은 유학자들의 비판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기술되었다. 먼저 유교의 오상과 불교의 오계를 비교하여, 불살생은 인(仁), 불투도는 의(義), 불사음은 예(禮), 불음주는 지(智), 불망어는 신(信)이라 하였다.
또한, 불교의 인과법과 유교의 상벌주의를 비교하여, 유교는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이 상벌이지만 불교는 인과법이라 하고, 상벌로 가르치는 것은 일시적인 복종에 불과하지만 인과법으로 가르치면 각자 느끼고 깨달아 마음으로 복종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어서 상벌로 지도해야 할 사람이 있고, 인과법으로 지도해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유교와 불교가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불교는 효(孝)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효(大孝)를 실천하는 종교라고 한다. 국왕과 국가의 안위를 위해 기원하기 때문에 불충(不忠)이 아니라 오히려 충(忠)을 강조한다고 한다. 살생을 금하여 인(仁)을 실천하고, 음주를 금하여 도(道)를 실천한다고 한다. 또한, 보시를 통해 백성을 교화시키는 종교라고 반박한다. 그러므로 불교, 유교, 도교 3교의 근본 가르침은 같다고 주장하며 3교의 상생과 공존을 도모한 저작이다.
혜일의 『현정론』은 권말에 1538년(성종 20)에 간행되었다는 간기가 있어, 16세기 전기 임진왜란 이전에 경상도 지리산 신흥사에서 간행된 것이기에 희귀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판각자, 화주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7월 20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