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山淸) 수선사(修禪寺)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은 고려 말 조선 초에 대장도감에서 판각한 『반야경』 판본을 인출한 절첩본 불교 경전이다. 이 불교 경전은 재조본(再雕本)의 특징인 장차 표시가 ‘장(張)’으로 확인된다. 또한, 판미제 기록으로 보아, 1238년(고종 25) 대장도감에서 판각되었음을 알 수 있다. 판각 시기, 판각 장소를 알 수 있는 귀중본이며, 장정의 형태로 보아 판각 당시 바로 인출한 것이 아니라, ‘고려 말 조선 초’에 인출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唐)나라의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奘)이 한역(漢譯)하였다.
산청 수선사 『대반야바라밀다경』은 절첩본(折帖本)으로 1면 6행 14자가 장정되어 있다. 600권 중 제252권 나머지 분으로 초분 난신해품 제34의 71경부터 시작하고 있다. 고려시대 장정의 형태를 보면 초조본(初雕本)은 대부분 권자본(卷子本)인 데 비하여 재조본(再雕本)의 경우, 초기 인출본은 권자본으로 되어 있지만 말기의 인출본은 절첩장(折帖裝)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권말에는 252권 26장(張)으로 고려시대 간행본들은 이와 같이 권자본과 절첩본의 형태이며, 조선시대에는 주로 세종 연간의 인출본까지 그 형태가 유지된다.
수선사 도서는 재조본의 특징인 장차(張次) 표시가 ‘장(張)’으로 확인되며, 판미제(版尾題)에 “무술세 고려국 대장도감 봉칙조조(戊戌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라 하여, 1238년(고종 25)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판각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비록 시기와 장소가 명확하지만, 장정의 형태로 보아 이 자료는 ‘고려 말 조선 초’에 인출한 것이다.
『대반야바라밀다경』은 부처님께서 4처(處) 16회(會)에서 설하신 불경이다. 당나라 삼장법사 현장이 현경(顯慶) 5년(660년) 정월 1일에 옥화궁사(玉華宮寺) 옥화전(玉華殿)에서 번역하기 시작하여 용삭(龍朔) 3년(663년) 10월 20일에 끝마쳤으며, 사문 대승광(大乘光) · 대승흠(大乘欽) · 가상(嘉尙) 등이 받아 적었다(『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8권).
간기(刊記)에 의하면 이 판본은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을 주조했던 대장도감에서 1238년에 간행된 것을 고려 말 조선 초에 인출되어 유포된 판본이다.
『반야경(般若經)』 계열은 먼저 『소품반야경(小品般若經)』으로 불리는 『8천송반야』(32음절을 1송으로)로부터,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으로 불리는 『2만5천송반야』, 그리고 『십만송반야』로 증광되었다. 이와 같이 소품반야로 시작하는 대경군(大經群)이 먼저 성립되고 이어 금강반야와 문수반야와 같은 개별적인 경들이 그 후에 성립된 것으로 본다.
『반야경』의 한역본은 『마하반야바라밀경(摩訶般若波羅蜜經)』 27권[구마라집(鳩摩羅什)이 408년에 한역함.(大品般若)], 『마하반야바라밀경』 10권[구마라집이 408년에 한역함.(小品般若)], 반야사상을 집약한 『마하반야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蜜大明呪經)』(현장 한역은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구마라집 한역본) 등이 있다.
4처 16회는 제1회 왕사성 취봉산 설법은 제400권까지이고, 제2 중회(重會) 취봉산 설법은 제401권부터 제478권까지 78권을 설하였다. 또 제3 중회 취봉산 설법은 제479권부터 제537권까지 59권을 설하였다. 제4 중회 취봉산 설법은 제538권부터 제555권까지 18권을 설하였다.
수선사 도서는 제252권 설법이므로 4처 16회로 보면 제1회 왕사성 취봉산 설법이다. 여기서 제5회 취봉산에서 제556권에서 제565권까지 10권을 설하고, 마지막 제16회는 왕사성 죽림원 백로지(白鷺池) 옆에서 「반야바라밀다분(般若波羅蜜多分)」을 설하였으니 제593~제600권까지 8권 설법이다.
반야부 총 16회 600권으로 집대성하여 번역한 것이 『대반야바라밀다경』(혹은 『반야경』)이다. 이 중에서 『대품반야』 · 『소품반야』 · 『반야심경』 · 『금강반야바라밀경』의 4경이 가장 애독되었고, 현장이 번역한 『반야경』으로 보면 『대품반야』는 제2회에, 『소품반야』는 제4회에, 『반야심경』은 제10회에, 『금강경』은 제9회에 해당한다.
『대반야바라밀다경』은 반야부의 여러 600부 경전들을 집대성한 총서이다. 경상남도 산청군 수선사 도서인 『대반야바라밀다경』은 절첩본으로서 재조본의 특징인 장차 표시가 ‘장(張)’으로 확인되며, 판미제에 있는 간기에 의하여 1238년 대장도감 발간임을 알 수 있다.
장정의 형태로 보아 고려 말 조선 초에 인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귀중본이다. 전체적으로 훼손된 부분이 없이 보관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된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6월 21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