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여래는 밀교에서 우주의 진리 그 자체를 나타내는 본존을 가리킨다. 대일여래는 범어 ‘마하바이로차나 타다가타’를 뜻으로 옮긴 말이다. 대일여래는 마하비로자나여래, 변조여래, 대변조여래, 최고현광명안장여래, 무량무변구경여래 등 다양한 이명이 있다. 인도의 승려 선무외가 한역한 『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을 『대일경』이라 약칭한다. 대일여래는 ‘위대한 태양의 부처’라는 의미로 태양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 부처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8세기 중엽에 비로자나 불상이 등장하고 9세기 이후 성행하게 된다.
대일여래(大日如來)는 밀교에서 설하는 우주의 실상을 불격화(佛格化)한 근본불로서, 모든 부처와 보살이 출생하는 본원이며 궁극의 귀결처이다. 그 몸과 입과 뜻의 활동은 허공에 가득하여 여래의 삼밀문(三密門)으로서 금강의 깊은 가르침을 연설한다고 한다.
대일여래는 범어 ‘마하바이로차나 타다가타(Mahāvairocanatathāgata)’를 뜻으로 옮긴 말이다. 경전에서는 ‘마하비로자나’라 음역되거나 ‘대비로자나’라고 의역과 음역이 동시에 행해지기도 한다. 대변조여래(大遍照如來) · 변조여래(遍照如來)라고도 하며 경전에 따라 다양한 이명이 있다.
『금강정의결(金剛頂義訣)』에서는 최고현광명안장여래(最高顯廣明眼藏如來), 『이취경(理趣經)』에서는 무량무변구경여래(無量無邊究竟如來)라 하며, 이외에 광박신여래(廣博身如來) · 일체법자재모니(一切法自在牟尼) · 광명변조(光明遍照) · 대일변조(大日遍照) · 변일체처(遍一切處) · 변조존(遍照尊) 등으로도 불린다.
마하비로자나를 대일이라고 번역한 이는 인도의 승려인 선무외(善無畏, Śubhakarasiṃha: 637-735)가 최초이다. 선무외가 제자 일행(一行: 683~727)의 도움을 얻어 한역한 『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大毘盧遮那成佛神變加持經)』에는 대비로자나와 함께 대일(大日)이라는 역어가 다소 발견된다. 이로부터 이 경전을 『대일경(大日經)』이라 약칭하게 되었다.
대일여래는 그 이름으로 보아 위대한 태양의 부처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대일여래는 태양신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처럼 간주된다. 그러나 그것은 태양을 예로 든 상징적 의미로 이름 붙여진 것으로 태양의 부처라기보다 태양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 부처라는 뜻이다.
태양에는 상식적으로 우리들에게 빛을 주는 것, 열을 보내주는 것, 동식물을 생육시키는 것 등의 장점이 있으며 이러한 태양의 공덕이 대일여래에게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단, 여기서 말하는 ‘대(大)’는 ‘소(小)’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대’가 아니라 절대를 상징하는 ‘대’이다.
내용상 태양과 흡사하므로 태양을 예로 들고는 있지만 태양이 지닌 상대적인 성격까지 모두 초월한 부처라고 한다. 대일여래의 명칭이 갖는 그 절대적인 성격을 『대일경소(大日經疎)』에서는 아래의 3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① 제암변명(除暗遍明); 태양의 빛은 한 쪽을 비추면 다른 한 쪽은 어둡지만 여래 지혜의 빛은 모든 곳을 두루 밝게 하는 보편적인 성격을 지녔다. 낮과 밤의 구별도 없기 때문에 세간의 해보다 뛰어난 대일(大日)이다.
② 능성중무(能成衆務): 태양의 빛은 지상의 동식물을 성장시키는 근원이 되지만 여래의 자비스러운 광명은 고루 퍼지면서 모든 생명이 본래 지닌 특성을 열어 발휘시키고 일체 작업을 완성시킨다.
③ 광무생멸(光無生滅): 구름이 일면 태양이 보이지 않지만 대일여래의 광명은 구름이 있고 없음에 관계없이 계속 비춘다. 이것은 대일여래가 표상하는 진리의 영원불멸성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세간의 태양과 비유할 수 없지만 다소나마 그 성질이 유사하고, 또 세간의 해[日輪]보다 뛰어나므로 대(大)자를 붙여 대일(大日), 마하비로자나라고 하였다. 대일여래에게 태양과 같은 보편성, 영원성, 활동성의 의미가 기본적으로 부여되며 한층 그 의미가 강화된 것이다.
대일여래는 금강계 만다라와 태장 만다라의 주존으로서 대단히 중시되었다. 그 지덕(智德)은 금강계 대일여래로써 표시하고, 그 이덕(理德)은 태장 만다라의 대일여래로 표시하였다. 이(理)와 지(智)는 비록 둘로 나뉘지만 실제로는 떨어질 수 없다.
『금강정경(金剛頂經)』 등의 경에서 설하는 바를 종합하면, 금강계 대일여래는 몸의 색이 순백으로 맑은 보름달과 같고, 오불보관(五佛寶冠)을 쓰고 긴 두발에 영락(瓔珞)을 수놓은 천의(天衣)를 입고 지권인(智拳印)을 결하고 사자좌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법신(智法身)이고 종자는 vaṃ이며, 삼매야형(三昧耶形)은 탑[率都婆]이다.
『대일경』에서 설하는 태장 만다라에서는 대일여래가 중대팔엽원(中臺八葉院) 중앙의 이법신(理法身)으로 역시 보살의 형상을 하고 있다. 몸은 황금색이고 머리에는 오불보관을 쓰고 있으며 법계정인(法界定印)을 결하고 팔엽연화(八葉蓮華)의 대(臺) 위에 앉아있다, 종자는 아(a)이고 삼매야형은 탑, 또는 여래정인(如來頂印)이다.
『화엄경』에는 비로자나불의 형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으므로 비로자나불은 모두 밀교의 경전과 의궤에 의해 형상화된 것이다. 『화엄경』의 비로자나불과 밀교의 대일여래의 차이는 설법의 유무에 있다.
여래형(如來形)으로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는 불상은 『화엄경』의 주존으로서 보관도 쓰지 않으며 일체의 장식도 없다. 그러나 밀교의 대일여래는 머리카락이 많은 장발에 보관을 쓰며, 몸에는 영락을 비롯하여 팔과 다리에 장신구로 치장을 하는 보살형(菩薩形)이다.
우리나라에서는 8세기 중엽이 되면 지권인을 맺은 비로자나 불상이 등장하고 9세기 이후에는 성행하게 된다. 현존하는 통일신라시대의 지권인 비로자나불상은 40여 점이 알려져 있지만, 이 중에서 보살형 비로자나는 그림 1점만 남아 있다. 현존하는 한국에서의 보살형 지권인은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754~755년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화엄경변상도의 중존이다.
문헌으로는 1824년 유점사 판본 『조상경(造像經)』의 「제불보살복장단의식(諸佛菩薩腹藏壇儀式)」에서 오색에 대한 설명 가운데 대일여래의 명칭이 나오며, 이외에 다수의 문건에서 대일여래를 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