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이래 그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정리 분류하여 근본 뜻을 규명하려는 이른바 ‘교상판석(敎相判釋)[교판]’ 은 남북조시대 각 종파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법장(643~712) 또한 그의 초기 저술인 『화엄일승교의분제장(華嚴一乘敎義分際章)』에서 이전의 교판을 정리하여 『화엄경』을 위주로 오교십종의 교판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오교는 법(法), 즉 설하는 가르침을 다섯으로 분류한 것이고 십종은 이(理), 즉 설해지는 이치를 열 가지로 설명한 것이다.
①소승교(小乘敎): 『아함경』, 『대비바사론』, 『아비달마구사론』 등의 설로서 사람이 공함[人空]만을 설하고 법이 공함[法空]을 나타내지 못한다.
②대승시교(大乘始敎): 대승의 첫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초교(初敎)라고도 한다. 유식(唯識)을 설하는 상시교(相始敎)와 중관(中觀)에 해당하는 공시교(空始敎)로 나누어진다.
③종교(終敎): 대승종극의 의미로서 숙교(熟敎)라고도 하며 여래장연기설(如來藏緣起說)에 해당한다.
④돈교(頓敎): 언설과 계위를 세우지 않고서 단박에 이루고 단박에 증득하게 하는 가르침을 의미한다. 언설이 끊어지고 일념도 일어나지 않아서 부처님도 중생도 세우지 않으므로 돈(頓)이다. 『유마경』이 여기에 해당하며 후대에 가면 선종을 여기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⑤원교(圓敎): 가르침·이치·수행·결과[敎理行果]가 모두 원만하여 자재하고 다함 없는 교설. 그 주된 바는 삼승과 다른 일승이라는 의미의 별교일승(別敎一乘)이며 『화엄경』이 여기에 해당한다.
①아법구유종(我法俱有宗): 사람과 법이 모두 있다는 주장으로서 소승 내 독자부의 설이다.
②법유아무종(法有我無宗): ‘나[我]’는 없지만 법은 있다는 주장으로서 소승 내 설일체유부의 설이다.
③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 과거와 미래의 법은 실체가 없고 현재의 법만 있다는 주장으로서 소승 내 대중부가 이에 속한다.
④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 현재의 법에도 실체와 허구가 있다는 주장으로서 소승 내 설가부의 설이다.
⑤속망진실종(俗妄眞實宗): 속제는 허구이고 진제는 진실이라는 주장으로서 소승 내 설출세부에 해당한다.
⑥제법단명종(諸法但名宗): 일체 법은 다만 이름 뿐, 실체가 아니라는 주장으로서 소승 내 일설부의 설이다.
⑦일체개공종(一切皆空宗): 일체 법이 다 공(空)하다는 것으로, 대승시교 중의 공시교에 해당한다.
⑧진덕불공종(眞德不空宗): 일체 법은 오직 진여(眞如)로부터 연기하며 진여는 공하지 않고 만덕을 구족한다는 뜻으로 종교에 해당한다.
⑨상상구절종(相想俱絶宗): 인식의 대상과 주체가 함께 사라진 무념무상(無念無想) 경계로서 돈교에 해당한다.
⑩원명구덕종(圓明具德宗): 낱낱의 현상은 다 일체의 공덕을 원만하게 구족하고 있다는 것으로서 원융하고 다함없이 자재함을 나타내는 원교의 설이다.
법장이 『화엄일승교의분제장』에서 오교십종을 세운 이래로 이 교판은 화엄종의 대표 교판이 되어 후대에 계속 전승되었다. 법장은 이 교판에서 화엄종의 종취(宗趣)인 법계연기(法界緣起)를 밝히기 위해 유식, 중관, 여래장사상을 언급하지만 궁극의 경계는 어디까지나 『화엄경』에 대한 가르침인 별교일승에만 한정시켜서 별교일승 원교의 화엄종이 보다 선명한 정체성을 지니고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