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팔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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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나라의 천태지의(天台智顗, 538-597)가 법화 사상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불교교리. 교상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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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오시팔교는 중국 수나라의 천태지의(天台智?, 538-597)가 법화 사상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불교 교리이다. 오시는 오미(五味)라고도 하며, ① 화엄시, ② 녹원시, ③ 방등시, ④ 반야시, ⑤ 법화열반시로 구성되어 있다. 팔교란 돈교, 점교, 비밀교, 부정교, 장교, 통교, 별교, 원교의 총칭이다. 돈교를 비롯한 4교는 화의(化儀) 또는 화의사교라 하고, 장교를 비롯한 4교는 화법(化法) 또는 화법사교라고 한다. 오시팔교는 불타의 교설 시기를 오시로, 교설 방법을 화의사교로, 교설 내용을 화법사교로 분류하여 해석한 것이다.

정의
중국 수나라의 천태지의(天台智顗, 538-597)가 법화 사상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불교교리. 교상판석.
개설

오시는 오미(五味)라고도 하며, ①화엄시, ②녹원시, ③방등시, ④반야시, ⑤법화열반시로 구성되어 있다. 팔교란 돈교 · 점교 · 비밀교 · 부정교 · 장교 · 통교 · 별교 · 원교의 총칭이다. 돈교를 비롯한 4교는 화의(化儀) 또는 화의사교라 하고, 장교를 비롯한 4교는 화법(化法) 또는 화법사교라고 한다.

오시팔교는 불타의 교설 시기를 오시로, 교설 방법을 화의사교로, 교설 내용을 화법사교로 분류하여 해석한 것이다. 이로써 불타 교화의 뜻을 명확히 밝히기 때문에 예부터 역대의 교판 가운데 가장 완비된 교판이라 평가 받고 있기도 하다.

내용
  1. 오시

오시판은 일체의 경전을 설법의 차례와 순서에 따라 다섯 단계 즉 오시로 배열한 것이다. ①『화엄경』을 설한 제1 화엄시, ②아함부 경전을 설한 제2 녹원시[아함시], ③방등부 경전을 설한 제3 방등시, ④반야부 경전을 설한 제4 반야시, ⑤『법화경』과 『열반경』을 설한 제5 법화열반시이다. 법화와 열반은 동일한 뜻이기 때문에 하나로 하였다.

불타 설법의 목적은 중생으로 하여금 불지견(佛知見)을 개현하는 것이나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중생의 능력에 따라 다른 교설을 설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경전의 성질이 여러 가지로 나뉜 것이다.

오시는 『화엄경』「보왕여래성기품」의 삼조(三照)와 『열반경』「성행품」 의 오미(五味), 『법화경』「신해품」의 장자궁자유(長者窮子喩)를 근거로 하여 『법화현의』 제1권 상과 제10권 하에서 설명되고 있다.

지의(智顗)는 석존 일대의 50년에 걸친 설법을 경전의 특색에 따라 오시로 나누었으며, 종래의 오시가 점교에서만 행해지던 것과는 달리 돈교도 아우르는 돈점오시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지의는 오시를 『열반경』 오미에 배당하여 유미 · 낙미 · 생소미 · 숙소미 · 제호미로 하였다. 또한 『화엄경』 「보왕여래성기품」의 일광삼조(日光三照)의 비유를 바꾸어 고산(高山) · 유곡(幽谷) · 식시(食時) · 우중(禺中) · 정중(正中)으로 하고, 그 일광의 비유를 가지고 설법 대기(對機)의 대소를 오시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다.

또한 『법화경』 신해품의 장자궁자의 비유에 의거하여 오시에 각별한 화의가 있다고 하여 오시를 각각 의의(擬宜) · 유인(誘引) · 탄가(彈呵) · 도태(淘汰) · 개회(開會)로 구분하였고, 또 화법사교와의 관련에서 순잡의 상위가 있다고 하여 오시를 각각 겸(兼) · 단(但) · 대(對) · 대(帶) · 순(純) · 추설추민(追說追泯)으로 하였다. 도시하면 〈표 1〉과 같다.

오시 열반경 오미비 화엄경 삼조비 법화경 신해품 영해문 천태석 화법사교
화엄시 유미 고산(高山) 방추(傍追) 의의(擬宜) 별원 겸(兼)
녹원시 낙 미 유곡(幽谷) 이유(二誘) 유인(誘引) 단(但)
방등시 생소미 식시(食時) 체신(體信) 탄가(彈呵) 장통별원 대(對)
반야시 숙소미 우중(禺中) 위지(委知) 도태(淘汰) 통별원 대(帶)
법화열반시 제호미 정중(正中) 부업(付業) 개회(開會) 순(純)
장통별원 추설(追說)
추민(追泯)
〈표 1〉

오시는 『열반경』의 오미비에 근거한 것으로서 여기에다가 『화엄경』의 삼조비를 덧붙히고, 게다가 『법화경』 신해품의 장자궁자유를 가지고 근거를 더한다.

오시를 『법화경』 신해품의 장자궁자유로 밝혀보면, 화엄은 장자가 궁자가 집 앞에 와있는 것을 보고 기쁜 나머지 옆 사람을 시켜 바로 데리고 오도록 한 것을 방추(傍追)라 하고, 녹원시는 궁자가 끌려가는 줄 알고 놀라니 다시 머슴 두 사람을 시켜 구슬려서 데리고 오도록 한 것을 유인(誘引)이라 하며, 방등시는 궁자가 장자를 믿고 집을 구석구석 다니는 것을 체신(體信)이라 하며, 반야시는 궁자가 이제는 집안의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기에 위지(委知)라 하며, 법화는 이제는 장자가 궁자에게 네가 내 아들이라 선포하면서 모든 가업을 넘기는 것을 부업(付業)이라 하는 것이다.

오시를 천태석으로 풀어보면, 화엄은 중생의 수준을 알기 위해 한 번 설법한다는 뜻에서 의의라 하는 것이고, 녹원은 성문 제자를 유인한다고 하여 유인이라 하는 것이며, 방등은 소승에만 매달리는 성문 제자를 나무란다는 뜻에서 탄가라 하는 것이고, 반야는 대소승의 격집을 씻어버린다는 뜻에서 도태라 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법화는 전사시의 권법을 모두 실법으로 한다는 뜻에서 개회라 하는 것이다.

또 오시와 화법사교와의 관련을 설명하면, 화엄은 원교에다가 별교를 겸하였다고 하여 겸이라 하고, 녹원은 오직 장교만을 설한다고 하여 단이라 하며, 방등은 장통별원을 모두 상대시킨다고 하여 대(對)라 하고, 반야는 원교가 통교와 별교를 대동한다고 하여 대(帶)라 하며, 법화는 오직 순수하게 원교만을 설한다고 하여 순이라 하고, 열반은 장통별원의 사교를 모두 설한 다음에 그 모두를 없앤다고 하여 추설추민이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오시는 석존 일대의 설법을 종적으로 구분하여 다섯 단계로 나눈 것이다. 이것에 의하여 불타 설법의 취지 및 일체경의 종류와 성질을 개관할 수 있다.

원래 석존은 대기설법을 하였으므로 상대방의 능력이나 성질 또는 요구에 응하여 자유자재로 적절한 설법을 하였다. 따라서 횡적으로 보면 오시의 하나하나에 오시설법의 전체가 구비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화엄의 설법에도 아함 이후의 4시의 설법을 포함하고, 아함시나 법화시에도 각각 다른 4시의 설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시는 반드시 50년 설법을 시기에 따라 나눈 것이 아니고 어떤 시기의 설법에도 항상 다른 시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통오시(通五時)라 하고 종으로 설법 시기를 차례로 나눈 것을 별오시(別五時)라고 한다.

석존이 별오시에 따라 설법한 것은 둔근기를 점차 조숙시켜 서서히 입실(入實)케 하기 위함이고, 통오시는 석존의 설법이 자재무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화경』은 원래 가장 둔근인 성문2승을 조숙시켜 일불승에 귀입시킬 때까지의 일대(一代)의 화도(化道)를 설한 것이므로 특히 별오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지의가 별오시를 중시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후대 일부 학자가 오시의 시기를 정하여 “아함십이(阿含十二) · 방등팔(方等八) · 이십이반야(二十二般若) · 법화열반공팔년(法華涅槃共八年) · 화엄최초삼칠일(華嚴最初三七日)”이라고 규정한 것은 온당치 않다. 지의로서는 오시판에 의해 설법의 전후차제를 단계지은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일시일시의 햇수를 한정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상 천태 오시판의 개요를 서술하였다.

석존 일대의 교설을 종횡으로 나누어 통별오시라 하고 가장 제도하기 어려운 성문2승의 조숙 과정을 의의 · 유인 · 탄가 · 도태 · 개회라 한다. 설법 내용의 측면에서 겸 · 단 · 대(對) · 대(帶) · 순으로 구분하고, 오미에 배대하여 유 · 낙 · 생소 · 숙소 · 제호로 하는데, 이것에 의해 오시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가 유감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1. 화의사교

천태 오시판이 설법 시기를 관점으로 하여 일대교설을 시기에 따라 구분한 것에 대하여 화의사교는 설법 형식 혹은 설법 방법을 관점으로 하여 교설을 판석하는 것이다.

화의란 ‘화도(化導)의 의식(儀式)’이란 뜻이다. 화의사교는 불타의 설법 화도의 형식에 의하여 일체의 교를 분류한 것이니 교육하는 방법을 네 가지로 분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또 사상을 표현하는 형식을 네 가지로 나눈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화의사교란 경전과 경설을 부처님의 방법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서, 돈 · 점 · 부정 · 비밀의 네 가지 교설 방법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첫째, 돈교는 단번에 깨닫게 하는 교설 방법으로서 『화엄경』이 대표적이다.

둘째, 점교는 점차적으로 깨닫게 하는 방법으로서 녹원 · 방등 · 반야부 경전이 속한다. 이 둘만 가지고 보면 종래의 삼종교상(三種敎相)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음의 비밀교와 부정교로 인해 종래의 삼종교상과는 교상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셋째, 비밀교는 서로 능력이 다른 대중들이 함께 있을 때 불타는 한 교설로 설하지만 부사의한 능력으로 말미암아 대중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이해하게 되는데 그 때 그들은 서로 알지 못하므로 비밀교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하는 경전의 부류는 특별히 없으며 『법화경』과 『열반경』을 제외한 모든 경전에서 이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따라서 비밀교는 돈점을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넷째, 부정교는 비밀교와 같은 교설 방법이지만 대중들 서로 간에 알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여러 대중들이 받는 교육적 효과가 일정치 않다는 뜻에서 부정교라고 한다. 이것도 여기에 속하는 경전의 부류는 특별히 없으나 법화열반시만을 제외한 전4시(前四時)의 모든 경전에 이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것도 역시 비밀교와 더불어 종래의 돈점에 유연성을 더해 고착된 돈점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법화열반에서 부정교가 쓰이지 않는 이유는 법화에 이르러 중생의 근기가 성숙해져서 정교(定敎)만을 가지고서도 불타의 본회를 다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돈점2교의 설법에서는 대소 · 돈점의 교가 각각 대기(對機)의 근성에 응해 설해지고 그 이익도 규칙적인 것인데 이러한 규칙적인 화도 방법으로는 제도할 수 없는 근성에 대해 여래는 따로 특수한 방법으로 설법하였다.

청중 측에서 말하면, 석존의 설법 내용은 동일하지만 이것을 들은 근성은 각별하기 때문에 이익이 부동한 것이므로, 이 경우를 동체이문(同體異聞)이라 하는 것으로서 부정교의 일반적인 성격이다. 여래의 설법을 듣는 청중이 함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설법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를 현로부정교(顯露不定敎)라 하고, 설법 내용뿐만 아니라 타인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설법 형식을 비밀부정교(秘密不定敎)라고 하는 것이다.

화엄시 · 녹원시 · 방등시 · 반야시의 전4시는 어디서나 비밀의 설법이 행해지는 것이므로, 비밀부라고 하는 것과 같은 부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다음에서 설명할 부정교와 같이 종래의 비밀이나 부정관과는 사상적으로 판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의는 부정교에 대해 기존의 부정교와 뜻을 달리하고 있다. 기존의 삼종교에서는 부정교라고 하면 『앙굴마라경』 · 『금광명경』 · 『승만경』 등의 경전을 부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천태교판에서는 앞 비밀교와 같이 부정교는 전4시를 통해 설해진 것이라 하는데, 엄밀하게는 전4시 가운데 일설일념 중에서도 행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기존에 오로지 부류로 판정하는 부판(剖判)과는 전혀 그 뜻이 다른 것이다.

돈 · 점 · 부정의 3교가 당시의 3종교의 명칭을 답습하여 쓰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화의와 화법을 구별하여 돈교를 부(部)와 상(相)의 2면에서 고찰하고는 부(部)로는 화엄시의 설법에 한해도 상(相)으로는 다른 시기의 설법에도 행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히 화엄돈교를 부동으로 하는 기존의 교판에 대해 비판을 시도한 것이다.

또 초돈후점(初頓後漸)을 삼세제불의 화도 규칙으로 논증한 것은 특히 3점교가 법화의 개현을 매개하는 데 불가결한 근거임을 천명한 것이다. 다시 『대지도론』에 의거하여 비밀교를 설하고 기존의 교판이 현로설법에 구속되는 폐해를 시정하고 이것을 가지고 여래의 삼륜부사의를 화의판 중에 표시코자 한 것이고, 부정교를 특정한 부로 고찰할 만한 것이 아니라 전4시의 하나하나를 통해 설해졌다고 규정한 것 등은 이전의 부정판과는 사상적으로 전혀 다른 것으로서 천태 교판이 새로운 관점과 광범위한 시야 및 웅대한 구상에 기초하여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화의사교와 관련하여 지의 교판설에는 삼종교상이 있는데 이것은 부와 상 양면 가운데 오직 교상만을 위주로 하여 조직한 교판설이다.

  1. 화법사교

마지막으로 화법사교는 설법 내용을 장 · 통 · 별 · 원의 4교로 분류한 것으로서 얕은 곳으로부터 깊은 곳으로 순차로 배열한 것이다. 화의사교가 설법 형식에 의한 분류라면 화법사교는 설법 내용의 관점에서 일대 교설을 분류한 것이다. 예로부터 화의가 약법(藥法), 화법이 약미(藥味)로 비유되고 있다. 화의사교가 그 명칭을 남지의 교판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화법사교는 북지의 교판설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나 그 내용은 지의의 독창이다.

불교교상을 계내(界內)와 계외(界外)로 분류하고 다시 사리(事理)로 분류하여 각각 제1장교 · 제2통교 · 제3별교 · 제4원교로 하고 있다. 계내의 사교(事敎)는 장교이고, 계내의 이교(理敎)는 통교이며, 계외의 사교는 별교이고, 계외의 이교는 원교이다.

계내 사교 장교
이교 통교
계외 사교 별교
이교 원교
〈표 2〉

장교와 통교는 공관인데 장교는 사물을 공으로 분석하는 석공관(析空觀)이고 통교는 사물을 공으로 체득하는 체공관(體空觀)이다. 또 별교와 원교는 모두 중도관(中道觀)인데, 별교는 사물을 공관 · 가관 · 중관으로 차례로 파악하는 차제삼관(次第三觀)이고, 원교는 사물을 공관 · 가관 · 중관으로 일심으로 파악하는 일심삼관(一心三觀)이다.

장교 석공관 공관
통교 체공관
별교 차제삼관
격력삼관
공관→가관→중도관
원교 일심삼관
공관 = 가관 = 중도관
〈표 3〉

장교와 통교는 공을 파악하는 것이 주안이다. 장교의 석공관과 통교의 체공관은 삼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계내법이고 별교의 차제삼관과 원교의 일심삼관은 삼계(三界)를 벗어나는 계외법이다. 또 장교는 분석하는 졸도관(拙度觀)이고 통교는 체득하는 교도관(巧度觀)이다.

별교와 원교는 중도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별교는 공에서 가로, 가에서 중으로 차례로 파악해가는 차제관이고 원교는 공에서 가와 중을, 가에서 공과 중을, 중에서 공과 가를 동시에 파악하는 일심관 또는 원융관이다.

화법사교에 대해 북지 지론종의 사종판을 개조한 것이라고 하는 견해가 예로부터 있어왔다. 지의 자신도 『사교의(四敎義)』에서 이것과의 관련을 언급하고 있는데 사종판의 결점을 들어 화법사교가 지론종 교판을 계승한 것이라고 하는 오해를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지의의 제자 장안관정(章安灌頂, 561-632)은 장 · 통 · 별 · 원 사교의 경증으로 아함의 사대교(四大敎)나 『월등삼매경』의 사수다라(四修多羅)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천태에서는 화법사교의 경증으로 『열반경』「덕왕품」의 사불가설(四不可說), 또 『열반경』 「성행품」 의 사종사제(四種四諦), 『중론』의 삼제게(三諦偈) 및 『대지도론』의 사구분별(四句分別) 등을 드는 것이 보통이다.

장교 생 생불가설 (生 生不可說) 생멸사체( 生滅四諦) 인연소생법( 因緣所生法) 유문 (有門)
통교 생 불 생불가설(生 不 生不可說) 무생사체(無生四諦) 아설즉시공(我說卽是空) 공 문(空 門)
벌교 불 생 생불가설(不 生 生不可說) 무량사체(無量四諦) 역명위가명(亦名爲假名) 역유역공문(亦有亦空門)
원교 불생불생불가설(不生不生不可說) 무작사체(無作四諦) 역시중도의(亦是中道義) 비유비공문(非有非空門)
〈표 4〉

이상, 화법사교는 불교 교설을 내용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서 지의의 불교 분류론이자 해석론이다. 이것은 특히 삼관과 사교에 입각하여 불교의 교리와 관행을 종합한 것이다. 오시나 화의사교에 비해 지의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주력한 것이 바로 이 화법사교이다. 화법사교는 지의가 말년에 『유마경』을 해석하면서 본격적으로 조직한 사교삼관의 체계일 정도로 천태 교판설의 중추라 할 수 있다.

현황 및 의의

오시팔교 가운데 오시판과 화의사교 및 화법사교는 이미 강남북에서 성행한 교판이다. 오시판과 화의사교판은 도량사(道場寺) 혜관(慧觀) 이래 강남불교도가 전한 2교5시판을 보완 확충한 것이고, 또한 화법사교는 제혜광(慧光, 468-537) 이래 북지불교가 중시한 4종판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지의의 오시팔교는 소위 남삼북칠(南三北七)의 교판설을 경교(經敎)에 따라 개정한 것이다.

지의의 교판설이 이전과 명목상으로는 유사하더라도 사상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에는 적지 않은 혼란이 생기게 되었다. 단적인 예가 원효의 오시설과 사종설에 대한 비판이다. 지의 이전의 오시설이나 사교설을 비판하였던 원효대사의 뜻을 잘못 이해하여 그 비판의 대상이 지의의 오시팔교라고 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쨌든 당시의 남북 교판을 수정 보완하여 종합적으로 구성한 오시팔교로 인해 중국의 불교 수용 과정상에서 비롯된 교판은 지의에 의해 그 발달이 정점을 이루게 된다. 중국의 종파가 입교개종(立敎開宗)하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여 세웠던 것이 교판인데, 지의 이후에 성립된 종파의 교판이 오시팔교를 모본으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실로 오시팔교가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오시팔교가 지의의 독창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유는, 당시 남북의 교판설인 오시설과 사종설 등을 수정하여 보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의가 기존의 교판을 근저로부터 뒤바꾸고 여러 형태의 교판을 종합한 것이므로 오시팔교를 지의의 독창으로 보는 것이다.

또한 오시팔교라는 용어는 지의가 자주 쓴 것도 아니고, 오시팔교의 조직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지의의 주저인 『법화현의』에 법화의 교상을 설명하면서 오시팔교의 각 조직이 단편적으로 나오고 있을 뿐, 오시팔교의 조직이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저작에 산설되어 있는 것을 종합 정리해 보면 결국 오시팔교와 같은 조직이 이루어지므로 지의가 오시팔교를 성립시켰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초로 천태교판을 오시팔교라고 가리킨 이는 당대(唐代) 담연(湛然, 711-782)이고, 이것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이는 고려 제관(諦觀: ?~970)이다.

제관은 잘 알려진 대로 고려 승려로서 중국으로 건너가 그 곳의 불교를 중흥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전반적인 행적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나 중국 지반(志磐)이 쓴 『불조통기(佛祖統紀)』의 제관조와 충의왕 전홍숙(錢弘俶, 929-988)조에는 제관이 중국에 건너간 동기 등이 기록되어 있다.

당말 오대 오월왕(吳越王) 전홍숙이 『영가집(永嘉集)』을 읽다가 ‘사제동주(同除四住)’라는 대목에 이르러 그 뜻을 알 수 없어서 덕소(德韶, 891-972)국사에게 물었다. 덕소국사는 그 교의를 다시 천태종의 종사인 나계의적(螺溪義寂, 919-987)에게 물으라고 하였다. 그래서 왕이 의적에게 물었더니 의적은 “천태지자대사의 법화현의의 위묘(位妙)를 설명하는 곳에 있는 구절입니다”고 하면서, “천태종 삼대부가 회창폐불(會昌廢佛)과 당나라 말기의 전란으로 소실되어 지금 중국에는 없고 단지 해외로 흩어져 있습니다” 고 하면서 불전 수집을 부추켰다.

이에 흥불왕이었던 충의왕이 광종11년(960년) 50가지 보물을 고려에 보내며 잃어버린 불교전적을 구하자, 고려에서는 왕명으로 중국에 불교전적을 보내게 하였다. 이때 불교전적을 가지고 중국으로 건너간 이가 바로 제관이다. 광종12년(961) 오월국에 도착한 제관은 천태종 제15조 의적을 만나 그를 스승으로 삼았고, 그 문하에서 10년 간 머물면서 천태학을 연찬하다가 앉은 채로 입적했다.

『천태사교의』 2권(상권만 현존)은 생전에는 알려지지 않았고 그가 입적한 이후 궤짝에서 광명이 뻗쳐 열어 보니 이 책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탄생된 『천태사교의』의 진가는 중국 불교를 전후로 가르는 전환점에서 다대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 있다.

당말 오대의 폐불과 전란으로 잿더미가 된 상황에서는 번쇄한 교의보다 간단명료한 개요가 필요하게 되었고, 또한 각 종파가 우월을 다투는 분쟁이 끝난 상황에서는 불교의 통일적 체계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탄생한 것이 바로 제관의 『천태사교의』이다.

오시팔교가 천태교판을 대표하는 것인 만큼, 이것은 천태종 개조인 지의가 세운 교판이라고 하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정작 천태나 불교를 배울 때에는 지의의 저작이 아니라 『천태사교의』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천태나 불교를 배우는 것이 지의의 저작으로 하는 것보다 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제관의 교판은, 종파 우월을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타 일대 시교의 보편적 체계를 보여주려는 데에 그 주목적이 있다. 즉 『천태사교의』는 경전의 우열이나 종파의 우열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법화개현에 따라 보편적인 불교 교판을 세웠다는 점에서 다른 종파에서도 이 책을 인정하여 불교 교판으로 널리 배운 것이다.

그리하여 『천태사교의』는 천태종의 대표적인 교판서로서, 또는 교상의 강요와 관심의 요체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천태 입문서로, 나아가 불교 교리의 대강을 적확하게 서술한 불교 개론서로도 각광을 받아 왔다. 이러한 점에서 『천태사교의』에 대해, 예로부터 “일가의 교관을 망라하고 팔만의 법장을 포함하므로 능히 한 권으로써 만 권에 대적할 유일한 책이다.”고 찬탄을 받아 온 것이다.

이러한 찬사를 접어두고라도 실제로 『천태사교의』의 가치를 인정하는 증거로는, 비록 일본이나 남중국에 편중되어 있지만 근세 500여 년 동안에 만들어진 주석서가 무려 200종을 넘는다는 점이다. 문헌고증학이 발달한 근대에 들어 불교 경전의 성립 연대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거의 판명되었다. 그것에 의하면 오시 배열은 사실과 어긋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오시설을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하는 학자도 있다. 사실 중국불교의 교판설이라는 것이 경전을 불타의 일대 시교로 구분하는 특성상, 그러한 토대에서 지의도 일체경을 구분하고 통일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 위경(僞經) 논의가 일고 있었으나 그것은 소수의 경전에 대한 것이고 전체적으로는 대부분의 경전은 불타의 진설이라 보고 있었다. 경전의 조망이라는 측면에서 지의 자신은 불타가 경전을 대승경전을 설했느냐 설하지 않았느냐는 문제로 삼지 않고 오직 일체경을 효과적으로 구분하고 통일시키기 위해 진력했을 따름이다.

이런 점에서 오시설은 지의의 불교관을 표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과 배치한다고 하여 전적으로 무시하려고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특히 60년대에 들어 일본불교 학계에서 보여준 ‘오시팔교’논쟁은 오히려 오시팔교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즉 일본 천태종 승려이자 대정(大正)대학 교수인 세키구치 신다이(關口眞大)는 오시팔교와 관련하여 『천태사교의』의 폐기론을 주장하였다. 그것은, 『천태사교의』가 바로 오시팔교를 완성시키고 대대적으로 유포시킨 책이기 때문이었다.

60년대 중반에서부터 촉발된 논쟁은 8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이어질 정도로 대논쟁으로 비화한 바 있다. 천태사교의 폐기론자인 세키구치가 주장한 삼종교상과 이를 반박한 사토 테츠에이(佐藤哲英)가 주장한 오시팔교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별다른 결말을 보지 못하고 끝나버리고 말았다. 결말이 어찌되었던 간에 이로 인해 고려 제관법사의 명저 『천태사교의』는 오시팔교의 확립서로 그 명성을 더욱 날리게 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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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제선문(次第禪門)』 10권(지의(智顗), 『대정장』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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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지관(摩訶止觀)』 10권(지의, 『대정장』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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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관의(三觀義)』 2권 (지의,『만속장』 55)
『대반열반경현의(大般涅槃經玄義)』 2권 (관정(灌頂), 『대정장』 38)
『대반열반경소(大般涅槃經疏)』 33권(관정, 『대정장』 38)
『팔교대의(八敎大意)』 1권 (명광(明曠), 『대정장』 46)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 1권(고려 체관(諦觀), 『한국불교전서(韓國佛敎全書)』 고려시대편 4, 동국대학교출판부, 2011)
『법화현의석첨(法華玄義釋籤)』 10권(담연(湛然), 『대정장』 33)
『사교의집해(四敎儀集解)』 1권(신지종의(神智從義), 『만속장』 102)
『사교의비석(四敎儀備釋)』 2권(원수(元粹), 『만속장』 102)
『사교의집주(四敎義集註)』 3권(옥강 몽윤(玉岡蒙潤), 『불대본(佛大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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