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인 웅삼발(熊三拔, De Ursis, Sabatino, 1575~1620)은 예수회에 속한 인물로 1606년부터 1607년까지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였다. 그는 『간평의설(簡平儀說)』 이외에도 서양의 농업 기술을 서술한 『태서수법(泰西水法)』과 태양 그림자 측정 이론을 서술한 『표도설(表度說)』을 저술하였다.
『간평의설』은 중국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17351795) 때 편찬된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수록되어 있다. 조선에서 남병철(南秉哲, 18171863)의 『의기집설(儀器輯說)』 「간평의(簡平儀)」에도 ‘간평의설’이 나오는데, 남병철은 『사고전서』 제요(提要)에서 인용하여 수록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서문을 작성한 서광계(徐光啟, 15621633)에 따르면, 이 책은 이마두(利瑪竇, Matteo Ricci, 15521610)의 검토와 교열을 거친 바 있다.
『간평의설』 「명수(名數)」에는 12개 항목으로 간평의의 구조를 서술하였다. 간평의는 상반(上盤)과 하반(下盤)으로 구성된다. 천반(天盤)은 아래에 위치하는데, 적도 경위도(赤道經緯度)를 측정하기 위해 양극선(兩極線), 적도선(赤道線), 절기선(節氣線), 시각선(時刻線) 등이 표시되어 있다. 지반(地盤)은 위에 위치하는데, 지평 경위도(地坪經緯度)를 측정하기 위해, 천정(天頂), 지평(地平), 고도선(高度線), 지평 분도선(地坪分度線)이 설치되어 있다.
간평의에서 투사 방법은 천구(天球) 바깥의 먼 지점으로부터 관찰하는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정면으로 마주한 대원(大圓)은 평원(平圓)이 되고, 비스듬하게 안쪽에 기대어 있는 것은 타원(楕圓)이 되며, 원심(圓心)을 지나는 것은 직선이 되고, 대권(大圈)과 나란히 같은 거리에 있는 작은 원들도 모두 직선이 된다.
지반은 속이 텅 비었으며 똑같은 반원(半圓)을 합쳐 만들 수 있다. 두 개의 반(盤)의 중간에는 추뉴(樞紐)가 있어 회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간평의설』 「용법(用法)」에는 간평의로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태양의 고도 구하기, 태양이 각 절기(節氣)에 적도에서 떨어진 위도 구하기, 태양의 오정(午正) 고도 구하기, 북극 출지 고도 구하기, 각 절후(節候)의 주야 길이 구하기, 태양의 지평 출입 시각 구하기 등 총13가지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