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조선 후기 정조(正祖)대의 풍산 홍씨(豐山洪氏)의 일원으로 학자, 문장가인 항해 홍길주(沆瀣洪吉周, 17861841)이다. 그의 형 연천 홍석주(淵泉洪奭周)는 좌의정(左議政)을 지냈으며 동생 해거재 홍현주(海居齋洪顯周)는 정조의 부마(駙馬)이다. 이 책이 들어 있는 『항해병함(沆瀣丙函)』은 그의 사후에 아들 홍우건(洪祐健)이 홍길주의 형 홍석주의 지도로 편집하였으며 후에 외손(外孫) 한장석(韓章錫, 18321894)이 다시 편집하였다.
1권 1책이며 필사본(筆寫本)이다. 홍길주의 문집(文集) 『항해병함』에 수록되어 있다. 연세대학교 소장본이 있다.
『호각연례』는 홍길주의 50세(1836년) 이후의 저술을 그의 사후에 아들 홍우건이 큰아버지 홍석주의 지도로 편집하고 홍석주가 이름을 붙인 『항해병함』에 들어 있다. 이는 뒤에 외손 한장석이 『항해집(沆瀣集)』을 20권 10책으로 편집할 때 여기에 다시 편집돼 들어 있다.
『호각연례』는 구면 위의 삼각형에 관한 연구이다. 현대에는 구면 삼각법(spherical trigonometry)이라 불리는 이 이론의 핵심은 주어진 구면 삼각형의 세 변의 크기와 세 꼭지각의 크기 가운데 3개를 알 때 나머지 3개를 구해내는 방법이다(이를 구면 삼각형을 푼다고 한다.). 17세기 후반의 역법(曆法) 해설서들과 1723년에 출간된 『역상고성(曆象考成)』과 『수리정온(數理精蘊)』에는 이 이론이 해설되어 있지만 이는 몇 가지 예제의 형태로 숫자를 사용한 문제의 풀이 형태였다.
홍길주는 구면의 직각 삼각형(정호) 30개 경우와 일반 삼각형(사호)의 60개 경우의 문제 모두를 각각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적 풀이법으로 정리하였다. 현대 수학의 관점에서는 이 90문제의 풀이법을 증명한 것이 해당한다. 그는 기초적 방법인 보조선과 정사영(正射影) 그리고 닮은꼴의 비례식(比例式)만을 사용해서 모든 문제를 풀었다.
이런 내용은 현대적 관점에서는 과한 해설에 해당하겠지만, 동양의 구고술에서는 삼각형 변의 크기 순서가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삼각비(三角比)가 팔선의 길이로 나타내어지는 양수 형태였기 때문에, 모든 경우가 달리 구별되어서 90개 경우를 모두 취급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으며, 동양 수학에서 유일무이한 구면 삼각법 증명집으로 외국의 수학자들도 인정하는 업적이다.
이 책에 수록된 홍길주의 연구는 수학자로서 그의 성취를 잘 보여주며 동양에서는 전무후무한 결과이다. 구면 삼각법은 18세기 중반부터 천문학 관련 분야에서 조선 학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보이지만 이를 일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18세기 말까지 불가능했다고 보인다. 홍길주가 이를 완성했으며 천문학에서의 내용과는 달리 미지수를 사용한 알고리즘적 풀이법을 정리한 것은 『역상고성』을 완벽히 파헤쳐 이해하고, 이에 대한 수학적이고 구조적인 이해 또한 달성을 의미한다. 이는 동양 수학의 쾌거이며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