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 ()

홍재전서
홍재전서
출판
개념
개인 또는 여러 사람의 문장이나 시부 등을 모아 편집한 책.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문집은 개인 또는 여러 사람의 문장이나 시부 등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우리나라의 문집은 세고(록)·연방집(고)·합고(집)·유고(집)·일고(집)·전집·전서·대전·실기 등을 포괄한다. 한 개인의 저작물을 모아 후세에 남기는 데 목적이 있지만, 혈연과 학연과 지연으로 연대한 정신적 구심체, 자가선양의 증표로서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다양한 개인적 체험자료의 보고이므로 자료적 가치는 높다. 민족문화추진회에서는 1986년부터 우리나라 문집을 총정리하여 ‘한국문집총간’으로 간행하고, 색인작업을 해 오고 있다.

정의
개인 또는 여러 사람의 문장이나 시부 등을 모아 편집한 책.
개념과 성격

문집이란 글자 그대로 글을 모아 엮은 책인데, 포괄하는 내용이 다양하여 개념을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문집이라는 용어의 유래는 중국 양(梁)나라 완효서(阮孝緖)가 『칠록(七錄)』을 찬집(撰集)할 때, 그 분류항목 일곱 가지 가운데 ‘문집록(文集錄)’을 설정함으로써 비로소 분류항목의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그 뒤 역대의 예문지(藝文志) 및 목록에 집부(集部)를 세워 문집을 그 속에 분류, 귀속시켰고,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의 그것을 준용(準用)하였다. 문집은 크게 별집(別集)과 총집(總集)으로 나누는데, 어떤 개인의 문장 · 시부 등을 모아 편찬한 책을 별집이라 하고, 여러 사람의 시부 등을 전부 또는 일부를 적록(摘錄)한 것을 총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중국에서 쓰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문집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한 문헌이 없는 형편이다. 다만, 별집과 총집류를 통틀어 문집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총집보다는 별집을 주로 문집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문집이란 한 개인의 저작물(著作物)을 주제별로 엮은 단행본이 아니라, 그 저자의 전 저작물을 망라한 지금의 개인전집(個人全集)과 같은 것이어서 개념 규정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문집이라고 하는 것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이상의 문장이나 시부 등을 찬집한 것으로서, 합고류(合稿類) · 유집류(遺集類) · 전집류(全集類) · 실기류(實記類) 등을 포괄한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합고류는 한 개인의 시문 기타 저작물의 분량이 많지 않을 경우, 보통 혈연 · 학연에 의한 몇 사람의 시문 등을 합본하여 만든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세고(世稿) · 연방집(聯芳集) · 합고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 유집류는 유고 · 유집 · 일집(逸集) · 일고(逸稿) 등이 이에 속하는데, 유고(집)는 유문(遺文)을 모은 유문집이라는 뜻이고, 일고(집)는 저작자의 작품이 전란이나 기타 재화로 인하여 없어지고 남은 잔편(殘篇)을 수집, 편찬할 때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때 유고나 일고는 저자의 자편(自篇)일 수 없고 후인(後人)이 찬집한 것이 되며, 분량은 대개 1, 2책 정도이다.

셋째, 전집류는 저술을 많이 남긴 큰 학자의 모든 저작물을 모아 편집한 책을 말하는데, 전집(全集) · 전서(全書) · 대전(大全) 등이 이에 속한다. 예를 들면, 『성호선생문집(星湖先生文集)』 · 『도산전서(陶山全書)』와 같이 쓰임이 보통이나, 한 개인의 저작 전집을 ‘대전’으로 붙인 것은 송시열(宋時烈)의 문집인 『송자대전(宋子大全)』이 유일한 것이다.

넷째, 실기류는 한 개인의 행적을 기록한 일종의 전기적 성격을 가진 책을 말한다. 실기는 주로 피전자(被傳者)의 행적을 주로 하고, 그가 남긴 시문과 후인들의 송찬(頌讚) · 시문을 합하여 간행하는 것이다. 정확한 의미로는 전기류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문집이라는 개념 속에 포괄되어 사용된다. 실기는 본인의 저술은 별로 없고 후인들의 송찬 · 시문 및 사적(事跡)이어서 사실이 더러 과장되었거나 허구성이 짙은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문집’이라는 용어의 개념은 한 사람이나 또는 두 사람 이상의 문장이나 시부 등을 모아 편집한 책으로서, 세고(록) · 연방집(고) · 합고(집) · 유고(집) · 일고(집) · 전집 · 전서 · 대전 · 실기 등을 포괄하여 일컫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문집의 성격에 대하여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문집의 사회적 성격은 그 의미가 크다.

첫째, 문집은 한 개인의 저작물을 모아 후세에 남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혈연과 학연과 지연을 대(帶)로 한 정신적 구심체, 자가선양(自家宣揚)의 증표로서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조상숭배와 문벌중시의 신분사회에서 이름 있는 조상을 중심으로 한 혈연적 결속이 ‘문집’간행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문집은 정신적 구심체라고 할 수 있으며, 향당(鄕黨)의 사회적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현조(顯祖)를 받들거나 조상이 남긴 훌륭한 문집을 간행하여 향당에 배포함으로써 일가나 혹은 일족이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문집은 자가(自家) 혹은 자족(自族) 선양의 증표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 문집이란 자가선양의 증표라는 점에서 더욱 사회적 제약을 받게 된다. 글이 있고 그 글을 간행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이 구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향촌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문집은 간행될 수 없었다. 또, 비록 간행되었다 하더라도 반질(頒帙)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조선시대 말기부터는 형세만 되면 누구나 문집을 간행하였기 때문에 그 이전의 문집과 그 이후 문집에는 형성상의 성격적 차이가 있다.

셋째, 문집을 간행할 때, 당시 사회의 각종 상황에 비추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이면 편집과정에서 변개(變改) 또는 삭제하기 때문에 사회적 진실의 전달이 둔화되어 예각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그 내용들이 더 찬미적이요, 무비판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넷째, 문집의 내용이나 그 작가가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때 이미 간행된 문집을 모아 태우거나 문집의 책판을 없애버리는데, 이를 ‘파판(破板)’이라고 한다. 정치적 문제로 파판당한 경우는 김종직(金宗直)『점필재문집(佔畢齋文集)』이 그 예가 되며, 문집의 내용이 자파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해서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붙여 파판하는 경우는 주로 향촌사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문집은 내적 문제보다 외부적 사회관계가 많이 작용하여 형성된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명칭 · 체재 · 내용

명칭

문집의 명칭은 표제명칭(表題名稱)과 분권명칭(分卷名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표제명칭은 표제나 내제(內題)로 붙이는 명칭을 말하며, 분권명칭은 문집의 분권과 간행의 선후에 따라 붙이는 명칭을 말한다. 첫째, 표제명칭은 관칭(冠稱)과 기칭(基稱)으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면, 『퇴계선생문집(退溪先生文集)』이라는 표제는 관칭인 ‘퇴계선생’과 기칭인 ‘문집’으로 분리된다.

먼저 관칭은 주로 저자의 아호나 별호를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달리 붙이는 경우도 있다. 최치원(崔致遠)『계원필경(桂苑筆耕)』, 허목(許穆)『기언(記言)』, 송시열의 『송자대전』 등이 아호 이외 별달리 붙인 명칭의 예들이다. 아호를 붙일 경우 호 밑에 존칭인 ‘선생’을 붙이는데, 이 존칭은 향회(鄕會)나 도회(道會)에서 인정받아야 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말기 이후로는 사회의 변화로 인하여 그와 같은 사회적 규제는 구속력을 잃고 말았다.

기칭은 ‘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쓰이지만, 편집자의 의도나 문집의 성격에 따라 세고(록) · 유고(집) · 연방집(고) · 합고 · 일집(고) · 전집 · 전서 · 대전 · 실기 등의 명칭이 선택되어 쓰인다. 둘째, 분권명칭으로는 문집 · 시집 · 별집(別集) · 속집(續集) · 보유(補遺) · 전집(前集) · 후집(後集) · 외집(外集) · 부록 등이 사용되었다. 문집은 산문집을 의미하며, 시집은 시만을 모은 것이다.

별집 · 속집 · 보유는 원집(原集)을 근거로 한 명칭이다. 별집은 개인의 저작을 별다른 기준에 의하여 모은 것을 말하는데, 이때 별집은 분류기준으로서 총집에 대응되는 별집과는 뜻이 다르다. 속집은 원집이 만들어진 뒤에 남은 저작물을 모아서 잇따라 만들어진 문집을 말한다.

보유는 원집 · 속집 · 별집 등에 누락된 글을 보궐한 것에 붙이는 이름이다. 외집은 내집과 대응되는 용어이며, 이는 『장자(莊子)』의 「내외편(內外篇)」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저술의 정소(精疏)에 의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내용이 정온(精蘊)한 것은 내집, 소잡(疏雜)한 것은 외집이라 하였다.

체재

문집의 체재는 판식(版式)과 편차(編次)로 나누어볼 수 있다. ① 판식:문집의 판식은 개별적으로는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광곽(匡郭)은 사주쌍변(四周雙邊) 또는 단변(單邊)이고, 계선(界線)이 있으며, 반엽(半葉) 10행에 매행(每行) 18∼22자가 일반적이다.

주(注)는 본문보다 자격(字格)을 한 자 내지 두 자 정도 낮추며, 세주(細注)는 대부분 쌍행으로 되어 있다. 판심(版心)에 있어서 어미는 흑어미(黑魚尾) · 화문어미(花紋魚尾) · 백어미(白魚尾) 등 세 가지이며, 이들 어미는 대칭으로 내향(內向)하고 있는 것과 모두 하향한 것, 또는 상어미만 있고 하어미는 없는 것 등 세 종류로 나누어진다.

판심에 놓이는 어미의 형태는 간행시대를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 판심제(版心題)는 주로 어미와 어미 사이에 쓰며 거기에는 권차(卷次)까지 적어두는 것이 통례이나, 서명(書名)을 상비(象鼻:版心의 위아래 魚尾와 匡郭의 위아래 변 사이의 공간)에 쓰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대개 영 · 정조 이후의 문집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② 편차:일반적으로 문집은 편차상으로 볼 때 서문 · 목록 · 본문 · 부록 · 발문 등의 순으로 엮어져 있다. 서문은 대개 권수에 붙이는 것이 많고, 후서(後序)는 전서(前序)의 뒤에 붙이거나 권말에 붙이기도 한다. 이 서문은 자서(自序)와 타서(他序)로 구별되는데, 문집의 경우 대개 타서로 되어 있고 자서로 된 것은 드물다.

타서로 된 경우 당시 상황에 따라 되도록이면 학식과 명망이 있는 사람 중에서 저자 또는 그 후손들과 학연 및 혈연 등이 있는 사람의 글을 받는 것이 상례이다. 서문은 행서 또는 반초서로 쓴 것을 판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는 아마 서문을 쓴 사람의 명망과 더불어 문집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식에서 이루어진 것 같고, 특별히 왕의 서문을 붙이는 경우는 본문에서도 대두법(擡頭法)이나 공격(空格)을 사용하여 경의를 표한다. 목록은 내용을 알리고 열람에 편의를 주기 위하여 붙이는 것이다.

고려 때는 목록장(目錄張)과 본문장(本文張)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목록이 끝나는 대로 곧 이어서 본문을 써나가는 경향이 보이지만, 조선시대에는 목록장과 본문장을 별장으로 분리하고 있다. 문집 각 권의 목록을 한 데 모아서 합권목록을 붙이는 것과 각 권의 권두에 목록을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영남지방의 문집은 각 권의 목록을 함께 모은 합권목록을 만드는 경향이 보이며, 호남지방의 문집은 목록을 각 권의 권두에 붙이는 경향이 있다.

본문은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차서(次序)가 달라질 수 있으나, 대개 주소(奏疏) · 시(詩) · 서(書) · 서(序) · 기(記) · 잠(箴) · 명(銘) · 애사(哀辭) · 제문 · 지장(誌狀) · 부록의 순으로 편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록은 문집의 말미에 붙이는 것인데, 저자의 행장 · 유사, 또는 그를 애도하는 만사(輓辭) · 뇌사(誄辭) · 제문 및 기타의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 글들은 저자의 글이 아니기 때문에 부록으로 붙이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 문집을 연구함에 있어서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발문은 문집의 편찬과 간행의 전말(顚末) 또는 기록하여 남길만한 사실을 밝히는 글로서, 대개 간행을 맡았던 사람이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발문을 통하여 문집 간행의 취지 및 경위 등을 알 수 있다.

내용

문집은 저자가 쓴 모든 부문의 저작물을 모은 일종의 전집물이기 때문에 그 내용은 다양하다. 분류는 문체별로 나누어 편집하는데, 생(生)의 정서적 감흥을 노래한 시부류(詩賦類), 생활실용문인 서독류(書牘類), 정사(政事)에 관한 의견서인 주소류(奏疏類), 사실 서술의 성격을 띤 서발기류(序跋記類), 자기를 다지기도 하고 남을 칭송도 하는 잠명송찬류(箴銘頌贊類), 죽은 이에 대한 만가(輓歌)인 애제류(哀祭類), 죽은 이의 행장이나 묘지(墓誌) · 묘갈(墓碣)의 글인 전장비지류(傳狀碑誌類), 저자 자신의 저술이나 개성을 드러낸 글인 일기 · 체험수기 등 잡저들이 수록된다.

서독류에는 당시의 세태상이 투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학문적인 심오한 이론도 서한으로 개진하는 경우가 많아서 철학 · 문학 · 사회 등 각 방면의 연구에 주목되는 내용이 많다. 주소류는 정사에 대한 의견을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므로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가 높으며, 서발기류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수필이기 때문에 문학작품으로서도 좋은 것이 많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학술적 가치가 자못 높은 것이 많다.

애제류는 역사적 의미보다 죽은 이에게 드리는 산 사람의 글이어서 진실을 속임 없이 나타내는 정곡(情曲)이 많아 감동적인 글이 많다. 전장비지류는 사적(事迹)이나 개인의 일생사를 적은 것으로 인물 연구에는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자료가 된다.

잡저류는 문체적 기준으로는 분류가 곤란한 것을 모아두는 항목인데, 주로 저자의 독특한 저작물을 여기에 분류, 편입하는 일이 많아 현재 연구자의 관심을 매우 끌고 있는 항목이다.

간행의 절차

편집절차

문집은 자기 스스로 편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후인들에 의하여 편집된다. 후자의 경우 먼저 저작자의 성예(聲譽)가 높고 고명한 학자일 때, 그가 죽은 뒤 자손이나 문인들이 회의를 열어 원고정리 · 편집 및 간행에 대한 여러 일을 분정(分定)하여 실행한다.

분정의 내용을 이익(李瀷)의 문집인 『성호문집교정시파임록(星湖文集校正時爬任錄)』을 예로 들면, 도청(都廳) · 교정유사(校正有司) · 장서유사(掌書有司) · 직일(直日) · 봉책유사(奉冊有司) 그리고 각처지방유사(各處地方有司)로 일들이 분장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저자가 죽은 뒤 자손이나 문인들이 모여서 먼저 저작을 수집,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제2차로 수집된 저작을 가편집하여 초고(草稿)를 만든다.

초고가 완성되면 편집 · 체재 및 내용의 교정작업이 이루어진다. 정고본(定稿本)을 만들기 위한 원고교정은 인근 학자들 중 적격자를 선정하여 정자(亭子)나 재실(齋室)에서 소요기일 동안 합숙을 하면서 공동 합의교정을 하게 되는데, 이 때 글의 내용이 학문적 또는 향당 제족간(諸族間)에 물의가 일어날 정도의 것이면 공론을 감안하여 삭제 또는 고치는 것이 상례이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교정 · 초고본이 이루어지면 글씨를 잘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서하게 하고, 서문과 발문을 붙이면 편집이 완료된 정고본이 되는 것이다.

간행절차

문집의 간행은 자손이 경제적으로 간행의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그 향촌사회에서 문집을 내놓을 만한 학식이나 덕망이 인정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저자의 자손이나 문인들 중에서 어느 특정한 인물이 주동이 되어 간행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하더라도 형식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첫째, 향촌사회 유지들에게 간행회의를 위한 통문(通文)을 낸다. 이 통문은 자손과 문인 중 몇 사람의 연함(聯啣)으로 혈연 · 지연 · 학연 등이 있는 유지들에게 보내게 된다.

둘째, 이렇게 통문으로 알린대로 지정한 날, 지정한 장소에 모이면 회의를 진행하는데, 복잡한 경우 공사원(公事員), 즉 전형위원을 5, 6명 선출하여 좌장(座長)을 선임한 다음 그 좌장의 주재에 따라 문집 간행의 파임(爬任)이 결정되는 것이다.

『성호선생문집영간도회시파임록(星湖先生文集營刊道會時爬任錄)』에 보면, 도감 · 도청 · 교정 · 감정(監正) · 편차 · 사본 · 감사(監寫) · 감재(監梓) · 감인(監印) · 장재(掌財) · 반질 · 직일 · 반수(班首) · 공사원 · 조사(曹司) 등으로 나누고 있다.

셋째, 업무분장이 끝나면 각기 맡은 부서별로 활동을 전개하는데, 먼저 등재본(登梓本)을 작성한다. 교정 · 감정 · 편차 · 사본 · 감사는 등자본을 만드는 부서인데, 이미 이루어진 정고본을 그대로 등자본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간행을 위하여 새로 교정을 보고 편차를 결정하여 등자본을 만들기도 한다.

이때 이미 있던 정고본의 분량이 많으면, 간행할 수 있는 물력(物力)에 따라 개산(改刪)하여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감재 · 감인에서는 책판(冊板) 자료의 조달, 각수(刻手)의 선정, 판각소(板刻所) 등 제반 출판관계의 일을 맡아 본다. 장재는 회계를 맡은 사람으로 간행의 모든 경비의 수입 지출을 관장한다.

넷째, 교정 부서에서는 출판할 원고의 교정을 철저히 하여 완벽한 등자본을 만들고, 감재 · 감인 부서에서는 각판(刻板) 및 인출 작업을 간검(看檢)하고, 장재는 재정을 뒷받침한다.

다섯째, 문집이 출판되면 학연 · 혈연 · 지연에 따라 관계인사들에게 통문을 내어 지정한 날에 낙성(落成) 고유(告由)를 올리고 장판각(藏板閣)을 마련, 영구 보관을 도모한다. 그러나 독립된 장판각을 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대개는 그 문중의 정자나 재실에 보관하게 된다.

출간방법

출판의 수단으로 볼 때 목판(木版) · 활자판(活字版) · 평판(平版)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목판으로 간행할 때는 먼저 판목의 재목을 깊은 산중에서 베어온 다음 그것을 책판 크기 정도로 애벌로 켜서 소금물이나 진흙탕 논 속에 1∼2개월 삭힌 뒤 정판(整板)하고, 그 판 위에 등자본을 붙인 다음 각수가 각자(刻字)하게 된다. 이 때 오자나 탈자가 발견되면 그 글자의 부분을 도려내고 거기에 새로운 나무를 끼운 다음 각자하게 되는데, 이것을 매목(埋木)이라고 한다.

판각이 끝난 뒤, 등자본의 잘못으로 오자가 생겨 다시 매목하여 각을 할 때는 한 자에 얼마씩 더 공가(工價)를 지불하게 된다. 이 책판의 재료는 주로 서나무(거제나무) · 자작나무 · 감나무 · 고나무 등인데, 서나무나 자작나무가 일반적이다. 이렇게 각판이 끝나면 인출하여 성책(成冊)하게 된다.

각자가 끝나면 판면을 보호하기 위하여 양가장자리에 각목을 붙여 두는데 이를 ‘마구리’라고 한다. 불경 같은 것은 여기에 철편을 붙여 장식 효과를 가지면서 보전에 만전을 기하나 문집책판들은 그렇지 못하다.

둘째, 활자로 출판할 때는 원고에 따라 활자를 줍고 소정의 판식을 갖춘 밀판[蠟板]위에 원고에 따라 하나 하나 식자(植字)를 하여 인판(印板)을 만든 다음 인출하는데, 이 과정에는 택자(擇字) · 식자 · 인출의 세 단계가 있다.

활자는 목활자 · 금속활자 · 연활자(鉛活字)의 세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목활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활자본으로는 교서관(校書館)의 관제활자(官製活字)로 찍은 것이 더러 있으나 대부분 지방목활자로 찍은 것들이다.

셋째, 평판 즉 석판(石板) 인쇄는 갑오경장 이후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출판방법인데, 지금도 이 방법으로 문집류를 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석인본은 목판처럼 각수의 실수로 인한 오각이 나올 수 없고, 목활자 인쇄처럼 오자나 탈자가 없이 원고형태 그대로 인쇄되는 장점이 있다.

간행비용

문집을 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의 조달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수계(修稧)를 하여 형세대로 갹출한 계금을 식리(息利)하여 조달한다. 어느 정도 기금이 마련되면 그것을 근간으로 하고 모자라는 경비는 저자와의 혈연 · 학연 또는 지연의 후박경중(厚薄輕重)에 따라 그에 상당하는 부조금을 얻어서 충당한다.

저자의 학문적 지위에 따라 문회(門會) 또는 향회나 도회를 열어 간행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이 때 간행모금의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혈연을 중심으로 모금하는 경우와 학연과 지연을 위주로 하는 경우, 관(官)에서 출판비용을 담당하는 경우이다.

첫째의 경우는 저자가 생전에 쌓은 명망이나 지위가 그 집안이나 문중의 대표가 될 만할 때 주로 혈연을 중심으로 경비를 갹출하는데, 이 때 문회를 열어서 자손 중 관자(冠者)의 수효에 따라 경비가 할당되기도 한다. 이것을 ‘관자전(冠者錢)’이라고 한다.

둘째의 경우는 저자가 그 향촌사회에서 추앙되는 인물이면 향회를 열어 간행하고, 거도적(擧道的) 인물이면 도회를 열어 간행사업을 결정, 추진하는 것이다. 이때 간행비용은 학연이나 혈연이 있는 사람 가운데 경제적으로 유여한 자가 어떤 사명감에서 거액의 간비를 쾌척하기도 한다.

또 혈연이나 학연이 있거나 그 간행되는 문집 속에 자기 조선(祖先)에 대한 문자, 즉 묘갈문(墓碣文) 또는 지장(誌狀) 같은 것이 들어 있는 개인이나 문중에서 보낸 부조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이, 공동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문집간행에는 경비의 수입과 지출을 밝히는 치부(置簿)를 하여 남기는데, 그 수입금의 치부를 봉전(도)록[捧錢(都)錄]이라 하고 지출장부를 유용(도)록[流用(都)錄]이라고 한다.

이들의 치부형식을 1889년에 간행된 허전(許傳)『성재선생문집(性齋先生文集)』 봉전도록 및 유용도록을 예로 본다면, 봉전도록에는 재화의 종류 · 금액 · 주소 · 성명 · 날짜를 적고, 유용도록에는 재화의 종류 · 금액 · 지출항목 · 날짜순으로 기록하고 있다.

셋째 관비출판의 경우는 국가유공자나 기타 왕명에 따라 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예를 들면,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같은 것이 그것이다. 수령 방백들이 자기 조선의 문집을 간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때의 출판비는 어떻게 염출되어 간행되었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알 수 없다.

지금 해인사에 있는 유가문집책판(儒家文集冊板) 중 박세채(朴世采)『남계선생문집(南溪先生文集)』박장원(朴長遠)『구당선생문집(久堂先生文集)』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문집간행의 비용은 수계를 하여 식리로 얻은 자금과 간행 당시 혈연 · 학연 · 지연에 따른 할당금이나 부조금에 의하여 간행되는 것이 통례이다.

반질

간행된 문집은 배포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반질이라고 한다. 반질의 원칙은 먼저 향교서원 등 향촌사회의 공공단체 등을 우선으로, 학연과 혈연이 있는 문중의 종택(宗宅)이나 개인에게 모두 무료로 반질하게 된다. 문집을 반질받은 문중이나 개인은 응당의 성의를 표하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다.

반질의 범위는 문집의 저자나 출간자와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 이익의 『성호선생전집』의 간행경위를 밝혀놓은 모현계(慕賢稧)에 문집 반질기가 있는데, 순서는 서원 · 단소(壇所) · 문중 · 개인의 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연구성과와 그 방향

현재 우리나라 고서적 중 약 반수 정도는 문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존하는 문집의 숫자도 파악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문집만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연구논문도 없는 실정이다. 문집이 개인의 모든 저작물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정치 · 경제 · 문화 · 사회 등 다양한 개인적 체험자료의 보고(寶庫)이므로 자료 가치는 매우 높다.

이와 같이, 다양한 자료의 보고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식한 윤남한(尹南漢)이 6,000여 종의 문집을 대상으로 문집기사종람유별색인(文集記事綜覽類別索引) 작업의 하나로서 『잡저기설류기사색인(雜著記說類記事索引)』(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2)을 편찬하였을 뿐 단행 연구물은 한 권도 없다.

한편, 민족문화추진회에서는 1986년부터 우리나라 문집을 총정리하여 ‘한국문집총간’으로 간행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색인작업을 해 오고 있다. 문화유산이 다양하게 수록된 문집에 대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문집의 목록 작성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다음으로 문집에 수록된 다양한 자료를 분류, 정리함과 동시에 문집의 문화적 의의를 밝히는 것이 당면과제인 것이다.

참고문헌

『누판고(鏤板考)』(서유구)
『해동문헌총록(海東文獻總錄)』(김휴)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잡저기설휴기사색인(雜著記說類記事索引)』(윤남한 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2)
「성호이익의 문집간행고」(유탁일, 『국어국문학』 7·8, 부산대학교, 1968)
「영남지방간행전적의 통계적고찰」(유탁일, 『논문집』 2, 부산대학교, 1971)
「한국 옛문집의 양태와 출판과정」(유탁일, 『국문학론총』, 태야최동원선생화갑기념논총간행회,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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