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총목(奎章總目)』은 4권 3책으로 구성된 규장각의 장서 목록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도서 분류법인 사부 분류법(四部分類法)으로 정리되었고, 해제를 붙인 목록으로 그 규모가 가장 크고 최초의 것이다.
규장각은 1776년(정조 즉위)에 정조의 정치 개혁을 위해 설치된 기구 중의 하나이다. 정조는 동궁으로 있을 때부터 장서 수집과 그 정리 · 보관에 대해 독자적으로 구상한 바 있었으며, 규장각 설치 당시의 장서는 약 3만 권에 달했다. 정조는 이 도서를 중국본[화본(華本)]과 한국본[동본(東本)]으로 나누고, 중국본 소장을 위해서는 규장각의 서남(西南)에 열고관(閱古觀 : 중국본 보관)과 개유와(皆有窩 : 중국본 보관)를 지었다. 또 한국본 소장을 위해서는 열고관의 북쪽에 서고(西庫 : 조선본 보관)를 지었다.
1779년(정조 3) 이후, 규장각에 소장된 모든 서적에 대한 기초 작업이 이루어졌다. 각신 등의 노력으로 1781년(정조 5) 2월에 작업이 일단 마무리되자, 정조는 원임 규장각제학(原任奎章閣提學)인 서명응(徐命膺)에게 『규장총목』의 편찬을 명하였다.
그러나 당시 서명응은 이미 치사하고, 일선에서 물러나 저술 활동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때문에 실제로는 서명응의 아들인 서호수의 노력으로 1781년 6월에 완성되었다. 이때 중국본을 수록한 『열고관서목』 6권과 한국본을 수록한 『서서서목(西序書目)』 2권의 합본인 『규장총목』이 편찬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존하지 않고 있다.
그중 현존 목록은 중국본을 담은 장서각 소장의 『열고관서목』과 서울대학교 도서관 소장의 『개유와서목』(표제는 규장총목)뿐이다. 이 책의 도서 분류법은 그 뒤 우리 나라 전통적인 고서 분류법의 기본이 되어왔다. 그 분류는 송대의 경사자집(經史子集) 4부 45류로 전개된 『숭문총목(崇文總目)』의 분류법을 참작, 지나치게 세분된 것은 합치고, 합쳐진 것은 세분해 규장각의 장서 구성에 알맞게 4부 34류로 분류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중국본 도서의 34류별 책수는 아래 〈표〉와 같다.
부별 | 유별 | 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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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經部) 총 1,648책 | ① 총경(總經) | 446책 |
② 역(易) | 53책 | |
③ 서(書) | 58책 | |
④ 시(詩) | 63책 | |
⑤ 춘추(春秋) | 64책 | |
⑥ 예(禮) | 388책 | |
⑦ 악(樂) | 16책 | |
⑧ 사서(四書) | 220책 | |
⑨ 소학(小學) | 340책 | |
사부(史部) 총 4,279책 | ① 정사(正史) | 1,215책 |
② 편년(編年) | 556책 | |
③ 별사(別史) | 899책 | |
④ 장고(掌故) | 858책 | |
⑤ 지리(地理) | 556책 | |
⑥ 숭사(崇史) | 117책 | |
⑦ 보계(譜系) | 36책 | |
⑧ 총목(總目) | 42책 | |
자부(子部) 총 2,832책 | ① 유가(儒家) | 682책 |
② 천문(天文) | 10책 | |
③ 역주(曆籌) | 159책 | |
④ 복서(卜筮) | 4책 | |
⑤ 농가(農家) | 27책 | |
⑥ 의가(醫家) | 135책 | |
⑦ 병가(兵家) | 136책 | |
⑧ 형가(刑家) | 46책 | |
⑨ 도가(道家) | 45책 | |
⑩ 석가(釋家) | 49책 | |
⑪ 잡가(雜家) | 70책 | |
⑫ 설가(說家) | 234책 | |
⑬ 예완(藝玩) | 155책 | |
⑭ 유사(類事) | 400책 | |
⑮ 총서(叢書) | 680책 | |
집부(集部) 총 4,883책 | ① 청집(總集) | 2,125책 |
② 별집(別集) | 2,758책 | |
합계 | 13,642책 | |
〈표〉 『규장총목』의 부류별 책수 | ||
*자료: 「규장총목고(奎章總目考)」(송일기, 중앙대학교대학원 논문, 1982)과 「한국도서목록학사의 일연구」(이재철, 『성곡논총』 7, 1976), 「규장총목해제」(신용하, 『규장각』 4, 1981)에 의함. |
각 서목의 작성 체재는 각 서마다 줄을 높여 서명과 권수를 적고, 그 다음에 줄을 바꾸어 찬자의 성명, 소저(所著)의 의례(義例), 서문과 발문을 절취, 규모의 개략을 보게 하였다. 또 평즐(評騭)을 원인(援引)해 그 편마(編摩)의 득실을 밝혔고, 간질(簡帙)의 폐흥을 적어 연혁을 살피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해제하였다.
장서각본 『열고관서목』은 필사본이다. 고종 때 규장각 도서를 정리하면서 편찬한 간명목록(簡明目錄)으로 『규장총목』과는 달리, 다만 서명 · 권수 · 조대(朝代) 및 편저자만을 밝힌 장서 목록이다. 현재 장서각 도서에 있으며, 권말에 『개유와북방서목(皆有窩北房書目)』 · 『문헌각서목(文獻閣書目)』 및 『연경당서목(演慶堂書目)』이 부록되어 있다.
『규장총목』은 1781년(정조 5) 당시 규장각의 중국본 소장 내력을 밝히는 동시에, 4부법에 의한 우리 나라 최초의 해제 목록인 점에서 한국서지목록학사상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