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장이란 한장 한장을 글자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접고, 그 뒷면에 풀을 칠하여 책 겉장 안쪽에 첨부하므로 펼치면 마치 나비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접장본(蝶裝本) · 점엽(粘葉) · 이배장(裏背裝)이라고도 한다. 동양의 장정 변천에서 세번째로 등장한 형태이며, 절첩장(折帖裝)의 사용이 불편하여 개장된 것이다.
인쇄술이 보급됨에 따라 서적은 긴 접지(摺紙)를 둥글게 마는 권축(卷軸) 제도에서 접어 중첩하는 책엽(冊葉) 제도로 전환되었다가 책장의 뒷면 한 쪽을 풀로 붙여 만든 방책(方冊)이 나타났으며, 이 때부터 서책에 판심이 생기게 되었다. 절첩장 또는 선풍장(旋風裝)은 오래 사용하는 동안 접은 부분이 닳아 파손되어 흩어지기 쉬운 단점이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접은 곳의 등 부분에 풀을 칠하여 밀착시키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또한, 종이는 견포(絹布)와 같이 길이가 길지 못하여 이어 썼는데, 절첩장 또는 선풍장은 오래 사용하는 동안 접은 곳이 파손되어 흩어지기 쉬웠으므로 굳이 낱장을 이어 붙여 절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출현한 것이 호접장이며, 각본(刻本)이 성행하였던 송대(宋代)부터 사용되었다.
호접장의 판심은 좁고 안쪽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책 내용을 검색하고 열독(閱讀)하는 데 편리하도록 광곽의 왼쪽 위 바깥에 서이(書耳)를 새겨 편장(篇章)의 표제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호접장도 오래 사용하는 사이에 책장이 떨어지고 또 종이가 약하여 잘 찢어졌기 때문에 원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거의 개장(改裝)되었다.
현전하는 송원본(宋元本) 가운데 판심이 좁고 광곽의 왼쪽 위 바깥에 서이가 있는 책은 본래 호접장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호접장의 전존본은 거의 없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책지(冊紙)가 주로 두꺼운 닥종이를 사용하므로 풀로 붙이는 정도로는 잘 떨어졌기 때문에 별로 보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현전하는 것으로는 1988년 보물로 지정된 기림사 비로자나불 복장전적(祇林寺毘盧舍那佛腹藏典籍)에 포함되어 있는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와 『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등이 있다. →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