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는 평지 또는 평야가 산지로 둘러싸인 지형이다. 한국의 분지는 지속적인 융기와 침식작용으로 이루어진 침식분지이다. 형태적으로는 구릉성분지와 산간분지로 대별할 수 있다. 구릉성분지는 주로 내륙에 분포하는 화강암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들 지형은 삼면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 면은 평야지대로 열려 있다. 산간분지는 태백산맥의 서사면, 지리산맥의 동서사면상에서 관찰되는 평탄지들이다. 이들 지형은 하천의 하상 비고가 높은 산지들 사이에 발달하고 있다. 한국의 분지는 각종 산업 활동과 정주공간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분지는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대륙의 내부에 나타나는 것을 내륙분지, 산지에서 발달하는 산간분지로 대별된다. 아시아 대륙에 나타나는 쓰촨분지, 타림분지 등은 내륙분지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융기와 그에 따른 침식작용이 활발하여 이러한 내륙분지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반면 주요 산맥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산간분지가 잘 발달되어 있다.
형성원인을 중심으로 보면, 단층이나 요곡운동 등으로 형성된 구조분지와 침식으로 이루어진 침식분지로 나뉜다. 구조분지는 지각의 구조운동에 의해 평지와 주변산지가 만들어진 경우를 지칭하며, 침식분지는 암석의 연약부를 따라 선택적으로 침식이 이루어져 만들어진 지형이다. 한국의 침식분지 대부분은 편마암 혹은 기타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는 화강암 상에서 발달하는 침식분지들이다.
한국의 침식분지들은 제3기나 제4기의 간빙기 등 온난다습한 환경하에서 화강암의 풍화가 진행된 뒤, 제4기 동안의 기후변화와 지반 융기과정을 통해 풍화층이 삭박되어 형성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침식분지 사이를 흐르는 하계망은 구조운동에 의해 형성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구조분지와 침식분지를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국의 분지들은 형태적으로는 구릉성분지와 산간분지로 대별할 수 있다. 구릉성분지는 주로 내륙에 분포하는 화강암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경기도의 여주∼이천, 충청북도의 진천 지역, 충주와 제천 지역, 충청남도의 천안, 전북특별자치도의 익산과 김제 지역, 경상북도의 예천과 안동, 영주 지역 등에 분포하고 있다. 구릉성분지의 형태적인 특징은 삼면이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반면, 한쪽 면은 평야지대로 열려 있는 U자형의 분지지형을 탁월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이 위치한 분지 역시 북쪽과 동쪽, 남쪽이 산지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평야 지역에 열려있는 U자형 분지에 속한다. 이러한 U자형 구릉성분지들의 평탄지들의 경우에는 융기량의 차이로 인해 내륙(태백산맥 혹은 지리산맥)으로 들어감에 따라 점차적으로 고도가 높아지며, 산지로 둘러싸인 산간 분지로 변한다. 산간분지는 평야나 평지가 산지나 구릉지로 둘러싸여 있는 O자형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구릉성분지는 대부분 주요하천의 중류 혹은 중상류 지역에 발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령강 유역의 평안북도 구성분지, 재령강 유역의 황해북도 서흥군 일대, 한강 유역의 남양주 지역, 춘천분지, 여주∼이천분지, 충주분지, 낙동강 유역의 영주분지, 안동분지, 영천분지, 금강 유역의 진천분지와 대전분지, 형산강 유역의 순창과 남원지역, 전라남도 보성군과 장흥군 일대 등이다.
분지 내에서는 하계망의 발달이 잘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하계망을 중심으로 침식작용의 흔적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내부의 지형 기복 변화가 산간분지 그리고 해안의 평지에 비해 크게 나타난다. 지질적인 측면에서는 위에 나열된 분지 중에서 황해북도의 서흥군과 낙동강 유역의 영천분지를 제외한 모든 구릉성평탄지들은 대보화강암을 기반암으로 하고 있다.
이들 분지들은 기반암층이 화강암인데 반해서 분지를 둘러싼 산지는 대체로 화강암에 비하여 화학적 풍화에 대한 저항도가 강한 암석(변성암이나 일부 퇴적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침식분지들이 대부분 화강암의 차별적인 풍화와 침식에 의해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적 조건이 동일할 경우, 장석류(長石類)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화강암은 지하에서 수분과 접촉할 때 다른 암석보다 쉽게 풍화된다.
암석이 지하 깊은 곳에서 풍화되는 것을 지하풍화 또는 심층풍화라고 한다. 심층풍화를 받은 화강암은 광물의 색과 배열상태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삽으로 퍼낼 수 있을 정도로 푸석푸석하게 썩어 있기 때문에 빗물에 의해서도 쉽게 침식된다. 이러한 차별침식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화강암이 발달한 중앙부는 평탄지형이 발달하고 그 주변의 비화강암 분포 지역은 산지로 남게 되어 분지를 이루게 된다. 분지 내부에는 이러한 지형발달의 흔적인 산록완사면, 단구상 지형, 그리고 봉고동일성(峰高同一性)을 보이는 구릉지들이 나타난다.
산간분지(intermontane basin)는 태백산맥의 서사면, 그리고 지리산맥의 동서사면상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원호상의 평탄지들을 지칭한다. 전술한 구릉성분지와는 달리, 이들 지형은 하천의 하상비고가 높은 산지들 사이에 발달하고 있으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분지를 관통하는 하천은 하곡을 벗어나면서 산지 사이를 감입곡류하며 흐르는 경우가 많다. 산간분지들이 형성되는 과정 역시 구릉성분지와 마찬가지로 화강암의 차별침식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
구릉성평탄지와의 중요한 차이는 하상의 구배보다는 암석의 경연차와 같은 국지적인 침식기준면에 의해 산간분지들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하천을 따라 여러 개의 산간분지들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산간분지는 빠른 융기과정에서 암석의 차이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융기량에 따라 그리고 암석의 경연차에 따라 그 분포고도가 달라진다.
침식분지는 대부분 범람의 위험이 적은 하천을 끼고 발달되어 있는데다 토지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지형이 발달되어 있고, 주변 산지로부터 집수(集水)된 물이 산록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각종 용수를 구하기가 용이하여 일찍부터 많은 인구가 모여 살았다.
분지의 토지 이용 상태는 대체로 분지의 크기와 평면 형태, 분지를 통과하여 흐르는 하천의 크기, 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지의 높이와 규모, 주변 산지에서 분지내로 흘러드는 하천의 규모, 산록완사면과 구릉성평탄지형의 분포 상태, 침식평지와 충적지의 발달 규모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하였다.
분지 배후의 급경사지는 주로 산림으로 이용되며, 산지와 평지를 연결하는 산록완사지는 밭과 과수원, 분지내부의 평탄지는 밭, 그리고 하천주변의 범람원은 논으로 이용된다. 취락의 경우에는 주로 완사지와 평탄지를 잊는 부분에 입지하는 것이 전통적인 토지이용방식이었다.
전통적인 농업시대에는 농경지로 이용할 수 있는 토지(충적지와 산록완사면)가 비교적 넓게 분포하고 있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침식평지의 발달이 미약하거나 규모가 작은 분지는 많은 촌락이 발달하기는 하였으나 도시적 규모의 큰 취락은 발달하지 못하였다.
이에 반해 교통이 편리하고 농경지로 이용할 수 있는 산록완사면이나 충적지, 그리고 취락이 입지(立地)하기에 적합한 침식평지와 구릉성침식지 등이 모두 넓게 분포하고 있는 분지에는 일찍부터 많은 촌락과 도시적 규모의 큰 취락이 발달하여 지역 중심지가 되었다. 대전 · 광주 · 남원 · 충주분지 등이 대체로 그러한 지역에 해당된다.
산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한반도에서는 이러한 침식분지들이 각종 산업활동과 정주공간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전통농경사회에서 취락은 충분한 수자원과 임산자원을 구할 수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평탄지에 입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반도의 전통적인 도시 혹은 지역 중심지들은 충분한 가용토지를 확보할 수 있는 침식분지 상에 발달하고 있다.
최근 토목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지형의 제약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분지 내의 구릉성침식지가 주택지나 공업용지로의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구릉성침식지의 분포가 넓은 분지는 개발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