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내에서 주로 체언에 연결되어 뒤에 오는 다른 단어에 대하여 가지는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특별한 의미요소를 첨가 하여주는 기능을 지닌 형태이다. 토씨라고도 한다. 조사는 형태상으로는 활용하지 않고, 의미상으로는 독립된 구체적 의미를 표시하지 못하여 관념사(觀念辭)에 부속되는 관계사(關係辭)이고, 기능상으로는 자립어에 부속되어 그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의미를 덧붙여준다.
국어의 어미변화는 크게 곡용과 활용의 두 유형이 있는데, 조사는 곡용어미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교착어(膠着語)에 속하는 국어에서 조사는 문법상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조사의 이러한 특성에 의하여 문장에서의 어순(語順)도 비교적 자유롭게 된다. 조사는 독립형식이 되지 못하지만 문법적으로는 한 단위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를 독립된 품사, 즉 조사로 인정하느냐, 아니면 단어의 일부인 어미 또는 접미사로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국어에서 굴절체계의 존재에 대한 인정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학자들의 주장은 크게 조사를 품사로 인정하고 활용어미는 품사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와, 조사와 활용어미를 품사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장의 모든 요소를 완전한 의미의 단어로 분석해 내고자 하는 입장에서가 아니고, 단지 문법적인 면을 중시하여 조사를 하나의 독립된 단위로 인정하는 것이 국어문법의 기술에 유익하다고 보는 입장에서, 어미로보다는 조사로 인정하는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다.
조사는 그 기능·의미·분포 등에 따라 격조사(格助詞)와 보조사(補助詞, 이를 보조조사 또는 특수조사라고도 한다.)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사의 기능이 통사기능이냐 의미기능이냐에 따라 이같이 분류되는 것인데, 통사기능은 격조사가, 의미기능은 보조사가 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격조사·보조사로 분류하는 방법 이외에 격조사·보조사·접속조사·감탄조사, 격조사·보조사·연결조사, 격조사·구문조사(構文助詞)·한정조사, 격조사·접속조사·한정조사, 격조사·후치사·첨사 등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격조사의 설정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그 분류가 달라지는 것은 보조사에 대한 명칭이나 이를 세분하는 태도에 말미암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정조사는 보조사에 해당하며, 접속조사·연결조사·구문조사는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어 명칭만 달리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격조사·후치사·첨사의 분류는 특히 중세국어 및 근대국어의 조사체계를 기술할 때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분류상의 차이는 결국 격조사와 보조사만 인정하느냐, 그밖에 접속조사나 감탄조사를 더 인정하느냐 하는 태도에 말미암은 것이다.
(1) 격조사
격조사는 체언을 같은 문장 안의 다른 단어와 일정한 문법적 관계를 맺게 해주는 조사이다. 그래서 격(格) 개념의 차이에 따라 격조사의 하위분류방법이 달라진다. 변형생성문법에서는 격을 내면구조상의 내면격(또는 심층격)과 표면구조상의 표면격으로 구분한다. 격조사를 표면상에 나타난 형태에만 국한하여 분류하는 것이 표면격에 대한 분류다.
이러한 표면격의 조사에 대한 분류는 대개 일형태일격(一形態一格)의 원칙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것이 온당하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즉, 주격(이·가)·속격(의)·처격(에)·여격(에게)·대격(을·를·ㄹ)·기구격(으로·로)·공동격(와·과)·호격(아·야)의 조사들이 그것이다.
종래에는 한 형태가 문맥에서 여러 의미기능을 나타내는 사실에 집착하여, ‘이·가’를 주격·변성격(變成格)·변위격(變爲格)·보어격 등의 이중 삼중의 명명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후행하는 용언의 의미내용에 의한 분류라 하겠다. 이러한 분류는 전통문법 또는 학교문법에서 주로 행하여졌는데 매우 다양하다.
격문법(格文法)의 이론에 의하면, 격은 한 단문의 내면구조상에서 서술어를 핵으로 한 명사구들의 통사론적·의미론적 관계이다. 그리하여 격조사는 그 형태에 따라 기술, 분류되지 않고 그 통사론적·의미론적 기능에 따라 기술, 분류되었다. 예컨대 “사슴이 포수에게 잡혔다.”에서 ‘사슴이’의 ‘이’와 ‘포수에게’의 ‘에게’는 종래에 각각 주격조사·여격조사라고 하였으나 내면격에서는 각각 목적격·행위격이 된다.
이 문장의 내면구조가 “포수가 사슴을 잡았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면격의 조사는 행위격·기구격·목적격·출발격·경로격(經路格)·도달격·처격·시간격·공동격·여격·경험격 등의 조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러한 내면격의 설정은 동일한 격이 동일한 격조사에 의해서만 표현되지 않고 많은 조사에 의하여 표현되고, 또 한 격조사가 여러 격에 두루 사용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2) 보조사
보조사는 그것이 연결된 체언을 일정한 격으로 규정하지 않고 여러 격에 두루 쓰이게 하고, 또 특별한 의미를 첨가하여 주는 조사를 말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특수조사라고도 한다. 보조사는 격표시기능과 의미표시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견해와 의미표시기능만 담당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후자가 유력하다. 따라서, 보조사의 하위분류는 의미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대조·단독·동일·각자·시발·도달·추종·종결·비교·본연·동류·정도를 나타내는 보조사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의미규정의 객관적 기준에 문제점이 있다.
한정조사란 격문법 이론에 입각한 보조사에 대한 이칭(異稱)이다. 접속조사는 체언과 체언을 연결하여 한 문장성분이 되게 하는 조사이다. 체언과 체언을 접속시켜 주는 접속조사는 명사구와 서술어와의 관계표시가 격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격조사도 아니며 의미첨가도 시키지 못하므로 보조사도 아니다. 이것이 접속조사를 독립시키는 학자들의 이유이다. 감탄조사는 감탄의 느낌이나 의미를 나타내는 조사를 말하는데, 보조사에 귀속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3) 특징
조사는 선행체언의 음운론적 조건에 따라 이형태(異形態)가 존재하기도 한다(‘이·가’, ‘을·를·ㄹ’ 등). 이 이형태는 대부분 격조사에서 보이고 보조사에서는 ‘은·는’이 특별히 보일 뿐이다. 조사는 선행체언의 의미자질(意味資質)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기도 한다. ‘께서·께’는 선행체언이 항상 존칭체언이며, ‘에게’는 유정체언이다.
조사는 따로따로 체언에 연결되는 것이 원칙이나, 때로는 둘 이상의 조사가 합성되어 연결되기도 한다. 이를 이중곡용이라 하여 하나의 격조사가 나타나는 단순곡용과 구별하기도 한다. 이 이중곡용은 합성된 격조사의 기능을 함께 표시하나, 대개 뒤에 오는 격조사의 기능이 앞에 오는 격조사의 기능도 취합하여 그 체언의 기능을 표시한다.
또한, 국어에서는 한 단문내에 동일한 조사가 연결된 명사구가 둘 이상 오기도 한다. 이것을 격의 중출(重出)이라 한다. 국어에서는 특히 격조사가 생략되기도 한다. 격조사 없이 쓰인 체언을 부정격(不定格)으로 처리하는 학자도 있다. 국어의 조사는 그 형태가 이형(異形)과 복합형(複合形)을 합쳐서 약 480여 개나 되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조사는 국어문장의 통사·의미의 모든 부문에 관여되기 때문에 국어문법의 중심적인 과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